[시선의 확장] 축제 분위기 고조시키는 불장식 도안, 북한 언제부터 불붙었나?
[편집자주] [시선의 확장]은 흔히 '북한 업계'에서 잘 다루지 않는 북한 이야기를 전달하는 코너입니다. 각 분야 전문가들이 그간 주목 받지 못한 북한의 과학, 건축, 산업 디자인 관련 흥미로운 관점을 독자들에게 소개합니다.
(서울=뉴스1) 최희선 디자인 박사·중앙대 출강 = 크리스마스가 다가오고 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올해는 유럽을 비롯한 전 세계에서 에너지 절약을 위해 화려한 성탄절 조명대신 소박한 불빛, 친환경 장식들을 거리에 설치했다는 소식들이 들려온다.
북한은 외국인들이 드나드는 호텔, 상점에 작은 트리 장식을 보았다는 이도 있지만, 공식적으로 종교 관련 공휴일이나 명절이 없으니 크리스마스 거리조명은 볼 수 없는 나라일 것이다. 북측은 거리 연등회나 성탄 트리 조명 대신 몇 년 전부터 김일성 생일(태양절)과 당 창건 기념으로 각종 다채로운 조명을 선보이는 야간 행사들을 기획했다.
특히 2020년 10월 노동당 창건 75주년과 2021년 4월 태양절 110주년 기념으로 평양제1백화점을 배경으로 펼쳐진 <빛의 조화>는 100M 폭, 9층 높이 건물의 약 3,600M2 면적 파사드에 펼쳐졌다. 이 조명축전은 최소 5,000 루멘스(lumens) 고휘도 이상 출력의 레이저 프로젝터 여러 대와 안정적인 높은 전력, '3D 프로젝션 맵핑(projection mapping)'의 영상개발 능력을 요구해 국내외 매체를 깜짝 놀라게 한 야간 행사로 기억된다.
평양 야경의 책임기관은 '선경불장식연구소'이다. 선경불장식연구소는 이미 여러 차례 노동신문과 국영 매체에 소개되었는데, 기사(노동신문, 2018. 11. 4)를 보면 10여 명의 과학자. 기술자들 중심으로 2007년 창립된 것을 알 수 있다.
이 야경 조명연구소는 조국해방전쟁승리기념관, 과학기술전당, 미래과학자거리, 려명거리, 류경호텔 등 평양의 주요 건물들과 마식령스키장과 같은 관광명소의 야외 조명디자인을 맡았다. 이 연구소는 2013년 조선과학기술총련맹 중앙위원회의 주최로 진행된 '전국 불장식·조명기구전시 및 과학기술발표회'에 건물 내외부에 사용할 수 있는 조명기구들을 출품했다. 이 연구소의 전기기구들은 서체, 형태, 색채를 고민한 '디자인'이 가미된 것으로 보아 도안가들과 협업하지 않을까 생각하고 있다. 그러한 배경에는 북한의 불장식이 과거에 도안가들의 작품으로 소개된 적이 있기 때문이다.
북한 디자이너들은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해왔지만, 거리장식과 야간 경관 조명디자인을 고민하기 시작한 때는 1989년 7월에 열린 제13차 세계청년학생축전을 준비하면서부터라고 설명할 수 있다. 무리등(샹들리에 조명), 가로등의 형태는 예전부터 도안가들이 맡아왔지만, 건물, 옥외 조형물에 쏘아 올리는 '불장식도안'(야간조명디자인)은 국제행사를 준비하면서 시작되었고, 21세기 들어 강성대국 원년으로 불리는 2012년 다시 산업미술전시회에 작품으로 등장하였다.
1988년 전국산업미술전람회에 선정된 야간조명과 거리장식 도안들에서 80년대 후반 많이 사용된 색 알전구와 네온사인을 발견할 수 있다. 2011년 도시녹화 현상모집에 만수대창작사가 도로 주변 불장식을 선보인 <공원꾸림새 형성안>에서는 북한 특유의 직관적 형태묘사 특징을 엿볼 수 있다.
김일성 주석 생일(태양절) 100주년인 2012년 국가산업미술전시회에서도 <평양시 주요건물의 불장식> 사진들이 소개되었다. 전시회 출품 대상은 김일성광장, 룡흥네거리, 대동강, 국립연극극장, 모란봉극장과 평양산원 야경이었다. 이들은 체제선전용 상징적 대상들로 평양 야간경관에 우선 적용되었음을 알 수 있다.
북한에서 불장식의 조형화, 예술화 수준을 높이도록 조직된 선경불장식연구소는 주요 시기마다 평양의 불야경을 새롭게 만드는 데 일조해왔다. 공화국창건 70주기인 2018년 평양의 40여 개 대상들의 야경을 설계한 것으로 알려졌다.(노동신문, 2018. 11. 4) 과거에 비해 점점 세련된 기술과 미감을 선보이고 있는 선경불장식연구소의 활약은 최근 노동신문(2022. 12. 6)에서 다시 소개되었다. 아마 공화국창건 75주년인 2023년에도 이 연구소는 새로운 프로젝트를 기획하고 있는 듯하다.
세계 에너지난과 무기 개발에 대한 우려 속에 내년에도 북한의 명절 평양 밤의 축제 분위기는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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