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북민들의 첫 하나원 '친정 나들이'

이상현 2022. 12. 17. 08: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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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필국 앵커 ▶

탈북민들이 우리나라에 처음 오면 반드시 거쳐야하는 과정이 있죠?

북한이탈주민 정착지원사무소인 하나원에서 석달동안 합숙하면서 적응 교육을 받아야 합니다.

◀ 차미연 앵커 ▶

그래서 탈북민들에겐 제 2의 고향처럼 여겨진다는데요.

이곳 하나원을 거쳐간 탈북민들이 가족들과 함께 이 '남한 고향집'을 다시 찾는 행사가 처음 열렸다고 합니다.

이상현 기자가 찾아가봤습니다.

◀ 리포트 ▶

경기도 안성의 한적한 시골길을 달리다보면 나타나는 붉은 색 건물들.

1999년 문을 연 북한이탈주민 정착지원사무소, 하나원으로, 탈북민들의 첫 체류 장소인만큼 민간인 출입이 통제되는 국가보안시설로 분류돼 삼엄한 경비가 이뤄지는 곳입니다.

이곳에 처음으로 남녀노소, 수많은 민간인들이 삼삼오오 모이기 시작합니다.

"연정아 이제 왔냐?" "어머나 언니!" "고모 여기서 살았어~"

지난 20여년간 하나원을 거쳐가 남한사회에 정착해 살고 있는 탈북여성과 그 가족들이 처음으로 초청받은, 제2의 고향이자 친정집.

[김경래/탈북민] "여기 있었던 기억들이 너무 새롭고요, 저는 1박2일 숙박을 예약했거든요. 여기 식당의 밥도 먹고싶고 여기서 자면서 운동장도 거닐고 싶고 너무 와보고 싶었어요."

남한에서 처음 만났지만 지금은 친구처럼 친해졌고요,

[박지영/탈북민] "나가서 사회생활하면서 만났어요."

[이하진/탈북민] "감회가 새로워요 추억이 새록새록하고"

함께 탈북을 못해 10년간 소식을 모르고 지내다 남한에서 다시 만나게 됐다는 모녀도 만날 수 있었습니다.

[김보금/탈북민] "대한민국에 와서 회사도 다니고 차도 몰고 전 세계를 다니다시피하며 다녀요 재밌게 행복하게 살아요."

오랜만에 인조고기밥과 두부밥, 추억의 북한음식을 맛보니 북에 두고 온 가족이 또한번 사무치게 그리워집니다.

[한후복/경기도 김포(탈북민)] "솔직히 배고파서 왔거든요. 정말 너무 배고파서 죽지 않으려고 떠난 길이 여기까지 왔는데, 일단 저는 배고프지 않으니까 행복하다고 해야되나? 그런데 그 행복을 느끼자니 나한테는 가슴아픈 사연이 너무 많은 거에요. 북에 아직 가족이 있으니까."

남한 음식이 마련된 먹거리 장터도 눈에 띄었는데요.

농번기면 하나원 교육생들이 일손을 돕기도 하며 상부상조해왔다는 인근 마을의 주민들이 팔을 걷어부치고 나와 탈북민들의 친정집 나들이를 환영했습니다.

[황은숙/경기도 안성 품곡마을 부녀회장] "이 하나원 나가신 분들이 오신다고 해서 환영하기 위해서 이것 좀 준비한 거에요."

탈북여성과 그 가족들까지, 450여명이 참여한 이날 행사는 코로나19로 인한 국경봉쇄로 신규 탈북민의 숫자가 급감함에 따라 시설의 여력이 생기면서 처음 마련됐습니다.

[서정배/통일부 하나원장] "저희가 기존에 수료하신 탈북민들이 한번쯤 여기를 다시 방문할 수 있는 기회가 필요하다 이렇게 판단을 했고 그 분들도 여기를 오실 기회가 되면 여러가지 교육도 추가로 받으실 수 있고 이런 자리가 될 수 있도록 하나원의 문턱을 낮추는 그런 행사로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각종 교육들을 탈북민 누구나 언제든지 받을 수 있게끔 만들어진 시설.

[이상현 기자/통일전망대] "이곳 하나원에서 재작년에 새로 문을 연 직업교육관입니다. 탈북민들의 취업능력을 높이기 위해 각종 직업훈련이 이뤄지고 있고, 실제 국가기술자격 시험까지 치러지는 공간이라고 합니다."

네일아트와 헤어 메이크업.

요양보호와 봉제수선.

각종 요리에 제과 제빵까지.

다양한 직업교육 장소를 둘러보고 직접 체험도 해보며 제2의 도전도 꿈꿔봅니다.

[김선영/요리-제과제빵 강사] "이분(탈북민)들하고 겪어보면서 느꼈던건 뭐냐면 열정 하나는 대단하시다. 의지 하나는 대단하시고 하고자 하는 의지, 배우고자 하는 의지와 또 성취하고자 하는 의지가 강하시다라는 것"

사랑하는 가족, 또 동향의 친구들과 함께북한에서 유독 많이 했다는 윷놀이를 오랜만에 즐겨보구요.

[전 희/탈북민] "우리는 저녁시간이면 집에 TV가 없어서 부모와 자식간에 유일하게 놀 수 있는 놀이가 윷놀이밖에 없었거든요. 그래서 윷놀이 추억이 제일 많죠."

남북 주민들이 하나가 되어 만들어본 예술공연.

아이들을 위한 샌드아트와 과학마술쇼. "하나 둘 셋! 우와~ 잘했어 잘했어 박수~"

또 통일을 꿈꾸는 공예물과 캘리그라피에,

"거꾸로서기" "딩동댕!"

남북의 언어 맞추기 퀴즈와 가사 바꿔부르기도 해보며 그 어느 때보다 즐겁고 뜻깊었던 '친정집 나들이'.

"어부바 부리부비바~ 첫 사랑 우리 하나원~ 어부바 부리부비바~ 사랑해요 나의 친정집~"

새해를 맞는 다음달엔, 탈북 남성들의 정착교육 시설로 10년전 문을 연 강원도 화천의 제2하나원에서 또한번의 방문 행사가 열릴 예정이라는데요.

어느새 3만 4천여명에 달하는 탈북민들의 발길이, 이제는 갈 수 없게 된 북한 고향집을 대신해, 남한의 고향집으로 향하고 있습니다.

통일전망대 이상현입니다.

이상현 기자(shon@mbc.co.kr)

기사 원문 - https://imnews.imbc.com/replay/unity/6437042_29114.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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