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백골’로 발견된 탈북 여성 결국 ‘사인 불명’…무연고 장례 가능성
최소한 지난해 겨울 사망으로 추정…국과수 부검에서 ‘사인 불명’으로 감정
관련 법령에 따라 ‘무연고 장례’ 치러질 가능성
관계 기관, ‘복지 사각지대’ 방치 비판 피하기 어려울 듯
서울 양천구의 한 임대아파트에서 백골 상태로 발견된 40대 탈북 여성 A씨의 사망원인이 결국 ‘불명’으로 남게 됐다. 한때 탈북민을 상대로 한 상담사로 활발히 활동했던 A씨는 업무를 그만두고 연락이 끊겼으며, 자유를 누리고자 찾아온 우리나라에 이름 석 자만 남겨두고 세상을 떠났다. 가족도 연고자도 없이 살아오다 홀로 죽음을 맞이한 A씨의 장례는 관련 법령 등에 따라 조만간 ‘무연고 장례’로 치러질 예정으로 전해졌다.
앞서 A씨가 지난 10월 자신이 살던 아파트에서 백골 상태로 침대에 누운 채 발견되면서 그의 죽음이 세상에 알려졌다. 해당 호수를 관리하던 서울주택도시공사(SH) 관계자가 계약 갱신 시한이 다가왔는데도 연락이 닿지 않아 A씨의 집을 방문했다가 시신을 목격하고 경찰에 신고했다. 시신으로 발견 당시 A씨는 겨울옷을 입은 채여서 최소한 지난해 겨울에 숨진 것으로 경찰은 추정했다.
A씨의 사망 소식이 알려지고 세계일보가 현장을 찾았을 때는 우편물 배달을 왔다가 주인을 만나지 못하고 돌아간 듯한 우체국 배달부의 ‘우편물 도착 안내서’가 여섯 장이나 붙어 시신이 오랜 기간 방치됐음을 짐작하게 했다.
특히 백골로 발견된 시신이어서 사인을 밝히기 위한 시도에도 무려 한 달이 넘는 너무나도 오랜 시간이 걸렸다. 서울 양천경찰서는 범죄 혐의점과 사망 원인 등 조사를 위해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부검을 의뢰했으며, 최근에야 국과수에서 ‘사인 불명’ 감정 결과를 받아 이러한 내용을 구에 전달했다. 2019년 8월 서울 관악구 봉천동의 한 임대아파트에서 숨진 채 발견된 탈북 모자(母子)도 ‘사인 불명’으로 나와 경찰이 내사 종결 처리했던 점을 떠올리면, 이번 사례도 같은 방식으로 처리될 것으로 보인다.
2002년 우리나라에 들어온 A씨는 한 때 남북하나재단에서 상담사로 일했다. 일을 그만두면서는 자신의 신변보호를 담당하던 경찰관과도 연락을 끊은 것으로 알려졌는데, A씨는 집을 방문해 메모를 남기고 전화 통화로 자신의 안부를 확인한 신변보호관에게 ‘나도 상담사 일을 해서 신변보호관의 고충을 잘 안다’고 답했었다고 한다.
탈북민은 정착 후 5년간 경찰의 신변보호를 받을 수 있고, 이후 자신의 의사에 따라 연장할 수도 있는데 2019년 6월 더 이상 신변보호를 받지 않겠다는 의사를 표시한 A씨는 같은해 12월 신변보호기간 종료를 고지한 신변보호관에게 ‘고마웠다’는 인사를 남긴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A씨의 죽음은 탈북민의 정착과 보호를 담당하는 보건복지부와 통일부 등 관계 기관에 여러 과제를 남겼다.
김상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 10월 통일부에 확인한 결과, 복지부는 A씨의 위기징후 감시 정보를 지난해 5·7·9월에 이어 올해 상반기 최소 두 차례 등 최소 5회에 걸쳐 통일부에 전달했다. 복지부의 사회보장정보시스템에서 건강보험료 체납이나 단전·단수 등 위기가구 징후가 보이면 관할 지자체 등에 통보하는데, A씨는 지난해 상반기에 처음으로 그러한 징후가 포착됐다. 하지만 통일부는 A씨의 연락이 두절됐다는 이유로 뚜렷한 조치를 취하지 못했다.
복지부는 양천구에도 지난해 5·7월과 올해 1·3·5월 등 총 다섯 차례에 걸쳐 김씨의 위기징후 정보를 통보했고, 지자체도 집을 방문하는 방식으로 5차례 현장 조사를 나갔지만 A씨를 만나지는 못했다.
결과적으로는 복지부와 통일부·지자체가 A씨를 복지 사각지대에 방치한 것 아니냐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김 의원은 “탈북 모자 아사 사건 이후 통일부는 북한 이탈 주민의 위기징후를 신속하게 포착하기 위한 탈북민 위기관리 시스템을 자체적으로 갖췄지만 제대로 작동하지 않고 있다”며 “기존 시스템에 대한 전면적인 재검토가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김동환 기자 kimcharr@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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