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반격 능력' 보유 선언…"독도는 고유영토" 주장도 노골화

강구열 2022. 12. 17. 0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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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사시 北·中 미사일발사 원점
공격할 수 있게 방어체계 증강
방위비도 GDP의 2%로 증액
방위비 지출 5년 뒤 세계 3위
美 미사일 구입 등 전투력 증강
군비경쟁 촉발 안보불안 조장
軍 “자위대 전력 한반도 전개
우리정부의 승인없이는 안돼”

일본 정부가 16일 일본을 향해 미사일을 발사하는 적의 기지를 반격할 수 있는 능력을 보유하겠다고 천명했다.

이는 전후 유지해온 전수방위(專守防衛: 상대방 공격을 받았을 때 비로소 무력행사) 원칙에 따라 공격은 미군에 맡기고 자위대는 방어 역할만 담당했던 일본 방위정책을 사실상 폐기하는 조치다. 일본 정부의 ‘반격 능력’ 보유 선언은 유사시 북한과 중국의 미사일 발사 원점을 타격할 수 있도록 미사일 방어체계를 증강한다는 구상이어서 동북아 안보 지형에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16일 도쿄 총리 관저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이날 일본 정부는 각의(국무회의)를 통해 반격 능력 보유를 포함해 방위력을 근본적으로 강화하는 내용이 담긴 3대 안보 문서 개정을 결정했다. 도쿄 AP=연합뉴스
일본 정부는 이날 오후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총리 주재로 임시 각료회의(국무회의 격)를 열고 방위정책의 방향과 목표, 현실화를 위한 중·장기 계획을 담은 안전보장 관련 3대 문서 △국가안전보장전략 △국가방위전략 △방위력정비계획 개정을 의결했다.
일본 정부는 “유효한 반격을 가능하게 하고 스탠드오프(stand-off·적의 사정권 밖에서 공격) 방위 기능을 활용하는 자위대의 능력”으로 규정했다. 일본 정부는 반격 능력의 핵심 수단인 미사일 전력 향상을 위해 미국 미사일 수입, 일본산 미사일 개량 등에 나선다. 기시다 총리는 각의 후 열린 기자회견에서 “자위대 능력은 우리나라(일본)에 대한 위협을 억지할 정도로 충분하지 않다”며 “상대의 공격을 억지하는 힘으로서의 반격 능력은 불가결하다”고 강조했다.
16일 일본 도쿄 중의원 의원회관 앞에서 3대 안보 문서 개정에 반대하는 사람들이 '전쟁 반대'와 '개헌 저지'를 주장하고 있다. 도쿄 교도=연합뉴스
현재 국내총생산(GDP) 대비 1% 안팎인 방위비는 단계적으로 증액해 2027년엔 2%로 올리기로 했다. 현재 GDP를 기준으로 하면 약 11조엔(약 105조원)이 된다. 또 앞으로 5년간(2023∼2027년) 방위비 약 43조엔(411조 원)을 확보한다는 계획이다. 현실화되면 일본은 미국과 중국에 이어 세계 3위 방위비 지출국으로 올라설 전망이다.

또한 일본 정부는 독도에 대해 기존 “다케시마(독도) 영유권에 관한 문제는 국제법에 따라 평화적으로 분쟁을 해결한다는 방침”이라고 서술했던 것을 “우리나라(일본) 고유 영토로 일관된 입장에 기초해 의연하게 대응하면서 끈질기게 외교 노력을 한다”고 기술해 영유권 주장을 강화했다.

우리 군 관계자는 “일본 영토 내에서 자위권을 행사하는 것과 한반도로 전투기나 미사일 등 일본 전력이 진입하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라며 “일본 전력의 한반도 전개는 반드시 우리 정부 승인 없이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김상진 국방부 국제정책관은 이날 나카시마 다카오(中島隆雄) 주한 일본 해상자위대 방위주재관을 국방부로 초치해 강력 항의했다. 외교부도 대변인 명의 논평을 내고 “명백한 우리 고유의 영토인 독도에 대한 부당한 영유권 주장을 포함한 데 대해 강력히 항의한다”며 즉각 삭제하라고 촉구했다.
일본이 개정 국가안보전략에 독도 영유권 주장을 담아 발표한 16일 나카시마 다카오 일본 해상자위대 방위주재관이 서울 용산구 국방부로 초치되고 있다. 연합뉴스
◆日, ‘방패 → 창’ 안보전략 전환… 독도 영유권 주장도 노골화

일본의 군사안보 전략이 방패에서 창의 역할을 대폭 강화하는 것으로 크게 바뀐다. 일본 정부가 16일 안전보장 관련 3대 문서(국가안전보장전략·국가방위전략·방위력정비계획) 개정을 통해 반격 능력 보유를 공식화함에 따라 일본 방위의 무게중심이 방어에서 공격으로 바뀌었다. 군사력 강화의 빌미로 중국, 러시아와 함께 최근 미사일 도발 수위를 한층 높인 북한을 직접 겨냥하고, 독도에 대한 영유권 주장을 보다 노골화한 것도 눈에 띈다.

◆반격 능력 보유 등 방위정책 근본변화

일본 정부는 안보문서 개정을 통해 방위력의 근본적 향상을 위한 실질적인 조치들을 전방위적으로 추진해갈 방침이다.
방위비는 현재 국민총생산(GDP) 대비 1% 안팎 수준에서 2배인 2%로 증액하고, 앞으로 5년간(2023∼2027년) 약 43조엔(약 411조원)을 확보할 방침이다. 2019∼2023년 계획했던 방위비 27조4700억엔(264조원)을 훨씬 웃도는 액수다. 이는 현재 엇비슷한 한·일의 한 해 국방비가 앞으로 2배 격차로 벌어진다는 의미다. 스톡홀름평화연구소에 따르면 지난해 군사비 지출은 일본 541억달러(70조8710억원), 한국 502억달러(65조7620억원)다.

늘어난 방위비는 세출 구조조정, 쓰지 않고 남은 예산 잉여금, 국유재산 매각 등으로 충당하기로 했다. 방위비 증액을 위한 증세를 두고 논란이 일었으나 법인세, 소득세, 담뱃세를 “2024년 이후 적절한 시점”에 올리는 것으로 정리했다.

사정권 밖에서 적을 타격하는 능력을 의미하는 반격 능력의 핵심은 미사일 전력의 향상이다. 단기적으로는 미국의 토마호크 미사일 구입 등을 통해 전력을 확보하고, 장기적으로는 일본산 12식(式)지대함유도탄 개량, 극초음속 미사일의 개발에 나선다. 미사일 전력 운용을 담당할 부대의 신설 계획도 담았다.
자국 방위산업 육성, 타국과의 군사협력 강화 등을 위해 방위장비 이전 요건을 완화하는 작업에 내년부터 나서기로 한 것도 주목된다. 자위대 상설통합사령부와 이를 지휘할 상설통합사령관 설치를 추진하는 것은 육·해·공 자위대의 합동성 강화를 통해 실질적인 전투능력을 대폭 향상하기 위한 조치로 평가된다. 정부나 중요 인프라에 대한 사이버공격에 대한 능동적 방어와 함께 우주에서 자위대 활동도 강조했다.

이 같은 방위력 강화의 명분이 주변국의 군사적 위협이다. 중국에 대해 기존에는 “우려 사항”으로 평가했으나 이번엔 “우리나라(일본)와 국제사회의 심각한 우려, 최대의 전략적 도전”으로 기술했다. 모든 분야의 협력 대상으로 규정했던 러시아는 “안보상의 강한 우려”라고 평가했다.

◆북한 직접 겨냥, 독도 영유권 주장 강화

북한에 대한 평가를 기존 “국제사회의 심각한 과제”에서 “종전보다 더욱 중대하고 절박한 위협”으로 바꿔 북한의 위협에 대한 대응이 일본 안보의 중대한 과제임을 보다 분명히 했다.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총리는 각의 결정 후 열린 기자회견에서 지난 10월 북한의 탄도미사일이 일본 영공을 통과해 일부 지역에 피난경보까지 발령한 사실을 엄중한 안보상황의 실례로 제시했다.

독도에 대한 영유권 주장을 강화한 것도 주목된다. 개정 전 안보문서에서 일본 정부는 독도에 대해 “국제법에 따라 평화적 분쟁을 해결한다는 방침” 정도로 서술했다. 하지만 이번에는 독도가 일본 고유 영토라는 억지 주장을 반복하면서 “일관된 입장에 기초해 분쟁을 해결하기 위해 끈질기게 외교 노력을 한다”며 영유권 주장을 강화하고, 적극적으로 국제 분쟁화하겠다는 의사를 드러냈다. 우리 정부는 외교부 대변인 논평을 통해 “일본 정부의 부당한 주장이 독도에 대한 우리 주권에 어떠한 영향도 미치지 못한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독도 전경. 연합뉴스
◆미국 ”역사적 조치” VS 중국 “결연히 반대”

미국과 중국은 극명히 엇갈린 반응을 보였다.

제이크 설리번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16일(현지시간) 백악관 성명을 통해 일본의 안보 문서 개정이 “자유롭고 열린 인도태평양을 강화하고 방어하기 위한 담대하고 역사적인 조치”라고 평가했다. 이어 “방위 투자 증액에 따라 미국과 일본의 동맹 또한 강화하고 현대화할 것”이라는 기대를 드러냈다.

중국은 “결연히 반대한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왕원빈(汪文斌) 외교부 대변인은 이날 정례 브리핑에서 “(일본은) 인접국의 안보 우려를 존중하고 군사·안보 영역에서 언행을 신중히 할 것을 거듭 촉구한다”며 “중국의 위협을 과장해 군비 확장 핑계를 찾는 시도는 성공할 수 없다”고 비판했다. 이번 개정을 토대로 일본이 중국 견제를 위한 미국과의 군사 공조를 더욱 강하게 추진할 가능성을 경계하는 것으로 보인다.

인도태평양지역에서 격한 갈등을 벌이고 있는 미국과 중국이 이 같은 반응을 보이면서 일본의 이번 조치가 동북아의 잠재적 불안을 조장하고 군비경쟁을 촉발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특히 반격 능력 행사의 기준이 명확하지 않아 일본 내에서도 전쟁 포기, 교전권 부인을 골자로 하는 헌법 9조 위반과 전후 유지돼온 전수방위(專守防衛: 상대방 공격을 받았을 때 비로소 무력행사) 원칙 위배 논란이 제기되고 있다.

도쿄=강구열 특파원, 김선영·박수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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