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호호 즐겁다’ 호찌민 시티투어
베트남 여행을 가서 고즈넉하고 레트로 감성이 숨 쉬는 하노이나 넓은 해변과 전통 사원이 이국적인 냐짱을 두고 호찌민 시티투어를 택했다면 누구나 고개를 갸웃거릴 것이다. 하지만 호찌민의 일상을 체험하지 않고서 진짜 그곳을 다녀왔다고 할 수 있을까? 아는 만큼 보이고 경험한 만큼 재밌는 ‘체험 삶의 현장, 호찌민’.
경상도 아버지도 요리하게 한 쿠킹클래스
1862년 베트남은 제1차 사이공조약 체결을 시작으로 프랑스 식민지 시대를 맞았다. 이때부터 프랑스령 인도차이나 총독부 지배하에 베트남 사람들은 소금, 알코올 그리고 아편 생산 부역으로 노동력을 착취당한다. 초록색 건물에 자주색 기둥이 고풍스러운 분위기를 자아내는 호찌민 레스토랑 호아툭은 뼈아픈 역사의 자취 중 하나다. 과거 아편 정제소였던 건물을 개조해 만든 식당이기 때문이다. 이제는 호찌민 대표 맛집으로 거듭났다. 호아툭에서는 나만의 베트남 요리를 체험할 수 있는 쿠킹클래스를 진행한다. 오전 8시부터 정오까지 진행되는 ‘하프데이(반나절) 미식 여행’ 코스는 요리 선생님과 함께 호찌민의 전통시장을 둘러보고 직접 음식 재료를 산 후 레스토랑에 돌아와 요리 실습을 즐길 수 있다.
쿠킹클래스는 오전 9시와 오후 2시30분, 하루 2회 진행되며 스프링롤, 베트남식 찹쌀밥, 반세오, 파파야 샐러드, 베트남식 팬케이크 등 다양한 메뉴를 다룬다. 수업이 끝나면 자신이 만든 요리를 레스토랑에서 즐길 수 있다.
쿠킹클래스에 참여한 김한근씨(63)는 태어나서 단 한 번도 제 손으로 프라이팬을 잡아본 적이 없다는 ‘경상도 아버지’다. 반세오의 재료와 만드는 법을 듣고 “동래파전 비슷하네”라며 호기롭게 도전에 나섰다. 쌀가루, 옥수숫가루, 달걀 그리고 코코넛 밀크를 기본 반죽으로 하는 반세오는 우리의 부침개보다 얇고 바삭하게 부쳐내야 해서 농도와 불 조절이 필요하다. 결코 쉽지 않은 베트남 전통 요리다 보니 살림 9단도 첫 시도에 성공하기 어렵다. 농도 조절에 실패한 ‘아버지의 반세오’는 흡사 스크램블 모양새가 됐다. 비록 요리 선생님이 “실패!”를 외쳤지만 성공 여부에 상관없이 김씨의 얼굴에는 첫 요리의 뿌듯함이 남았다. 그는 “모양은 그래도 맛은 좋다”며 주변 사람에게 시식을 강권했다.
호아툭의 쿠킹클래스는 월요일은 휴무이며 채식주의자나 알레르기가 있는 사람은 메뉴를 조정할 수 있다. 모든 요리는 향미증진제(MSG) 무첨가로 진행된다. 참가비용은 어른은 80만동(약 4만4000원), 아이는 56만동. 전통시장 투어를 포함한 프로그램은 어른 95만동(약 5만원), 아이(7~12세) 66만5000동(교통비 포함).
오리엔탈의 정점 ‘아오쇼’ 관람
호찌민 시내 정중앙. 루이뷔통, 에르메스 등의 세계적인 브랜드 매장과 콘티넨털 같은 호화로운 호텔 사이에 자리한 오페라하우스는 1911년 프랑스 식민시대 세워진 건축물이다. 파리의 오페라하우스 ‘팔레 가르니에’를 모티프로 설계했다고 한다. 같은 이유로 호찌민에는 전형적인 네오 로마네스크 양식을 띤 노트르담 성당도 있다(12월 현재 공사 중).
그 안에서 프랑스 대표 오페라 ‘카르멘’이나 ‘파우스트’ 같은 작품을 공연했다면 아마도 머릿속으로는 ‘구태의연’이란 글자를 떠올렸을 것이다. 현재 ‘사이공 오페라하우스’에서는 창작 공연 ‘아오쇼(A O Show)’가 펼쳐진다. 마을을 뜻하는 베트남어 랑(Lang)에서 ‘A’를 가져오고, 도시를 뜻하는 ‘타인포(Thanh Pho)’에서 ‘O’를 가져와 아오쇼라고 부른다. 전반부에는 시골 마을을, 후반부에는 급격하게 산업화된 베트남 풍경을 배경으로 각종 전통 소품을 이용한 묘기와 서커스를 보여준다.
웅장하면서 묘한 기운이 서린 베트남 전통 악기의 멜로디가 울려 퍼지며 공연은 시작된다. 단단한 근육으로 무장한 남녀 배우들이 커다란 대나무 바구니를 돌리고 올라타며 세상 어디에서도 본 적 없는 그림을 그려낸다.
현대무용과 대나무 서커스를 섞어낸 배우들의 현란한 동작은 마치 동양의 정적인 무술을 연상케 한다. 조명을 최소화한 핀라이트 연출로 꿈틀거리는 그들의 근육을 부각시킨다. 궁극의 오리엔탈리즘, 옆좌석에 앉은 독일인 커플이 연신 감탄을 쏟아냈다.
공연 중에는 배우들이 객석으로 뛰어드는 등 관객의 호응을 유도하는 시간이 있어 즐거움을 더한다. 1시간이 조금 넘는 공연을 보고 난 후에는 배우들과 직접 찍을 수 있는 포토타임이 있으며 공연의 소품인 대나무를 이용한 장식품 몇 가지도 살 수 있다.
스쿠터를 타고 호찌민 시내를 달려보자
아오쇼를 보고 나오자 짙은 어둠이 내려앉은 아스팔트 위로 화려한 야경이 펼쳐졌다. ‘사이공 오페라하우스’ 앞 광장에는 노란색 옷을 입고 스쿠터를 몰고 온 사람들이 무리 지어 서 있다. ‘사이공 베스파 어드벤처’ 프로그램에 참가하는 관광객을 기다리는 이들이다. 호찌민은 오토바이와 스쿠터의 도시다. 출근길은 물론이거니와 하교 시간대는 자녀를 태우기 위해 오토바이를 몰고 온 부모들의 행렬로 학교 앞은 오토바이 전시장을 방불케 한다. 현지 가이드 따이는 “호찌민에서 오토바이가 없으면 발이 없는 것과 같다”고 말한다. 호찌민 체험의 정점은 바로 이 스쿠터 탑승이다. 스쿠터 운전자 뒷좌석에 탑승해 호찌민 시내의 밤거리 이곳저곳을 자유롭게 누비는 체험이다. 2시간부터 4시간까지 시간대와 코스도 다양하다.
몇가지 주의 사항(스마트폰을 몸에서 멀리 떨어뜨려 촬영하는 경우 달리는 도로에서도 소매치기를 당할 수 있다, 발을 너무 바깥쪽으로 놓으면 다른 오토바이와 충돌할 위험이 있다 등)을 숙지한 후 4시간 남짓 호찌민 밤거리 오토바이 체험에 나섰다. 우리나라 겨울에 해당하는 건기(11~4월)인 호찌민의 밤바람은 제법 시원하다. 야경이 아름다운 도심, 먹거리가 풍부한 시장은 물론 시민들이 생활하는 주택가 골목까지 스쿠터 탐방을 할 수 있어 호찌민의 생활 전반을 속도감 있게 눈에 담을 수 있다.
사실 복작복작한 호찌민 거리에서 스쿠터 체험에 도전하는 것은 약간의 강심장이 필요한 듯 보였다. 처음에는 긴장해 손에 땀이 났지만 큰 속도를 내지 않으며(약 시속 20㎞) 나름의 손짓 신호와 클랙슨을 서로 교환하며 자동차와 오토바이가 도로 한복판에서 어우러지는 모습을 보면서 조금씩 긴장이 풀렸다. 이 광경을 처음 보는 사람에게는 교통질서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카오스 상태로 보이지만 그 안에서 뒤섞인 채 바라보면 그들만의 암묵적인 규칙이 보이기 시작한다. 스쿠터를 모는 무리 중 베테랑 운전자가 리더 격 가이드가 돼 철저히 교통 통제를 하는 만큼 크게 위험해 보이지는 않는다.
다만 매연이 문제다. 애초 호찌민은 대기 질이 좋지 않아 거리를 달리다 보면 오토바이의 메케한 매연을 피하고 싶어도 쉽게 노출될 수밖에 없다. 터널도 무방비한 상태로 지나가게 된다. 마스크로도 먼지를 막지 못할 것 같아 숨을 참으며 통과했다. 스쿠터 체험을 염두에 두고 있다면 KF94 마스크로 단단히 입과 코를 방어하는 수밖에 없다.
참고로 호찌민 시내 도보 여행 시 길을 건널 때 두려움에 황급히 건너면 오히려 사고 위험이 커진다. 천천히 자동차를 향해 손짓으로 의사 표시를 하며 길을 건너는 것이 더 안전하다. 또한 소매치기는 늘 조심해야 한다. 베트남에서 스마트폰은 유심칩만 갈아 끼우면 바로 현지 폰으로 사용할 수 있어서 관광객들이 손에 들고 다니는 스마트폰은 소매치기 목표물 1순위라고 한다.
호찌민 먹거리 골목 투어
노란색 스쿠터를 타고 골목을 누비며 도착한 호찌민 1군(호찌민 시내는 16개 군으로 나뉘어 있다)에 있는 벤탄 시장 먹거리 골목 안으로 들어서니 이곳저곳 자욱한 연기가 눈과 코를 자극한다. 기본 20~30년 된 전통의 맛집이 곳곳에 있어 스쿠터를 운전하는 가이드에게 추천받으면 현지의 맛을 느낄 수 있다. 돼지고기, 닭고기 꼬치가 개당 1만2000동(약 600원) 정도로 부담 없는 데다 숯불 바비큐 맛으로 제법 한국인의 입맛에 맞는다. 베트남 유튜버들의 단골 식당인 오리국수 맛집으로 유명한 릉키미짜도 들렀다. 오리고기 고명을 얹은 쫄깃한 쌀국수와 슴슴한 국물이 마치 평양냉면을 생각나게 한다. 오리국수는 약 5000~6000원 정도로 더위에 지친 여행객에게 한 끼 보양식으로 제격이다. 그 외에도 반세오, 베트남식 샌드위치인 반미, 베트남식 피자, 열대과일 주스 등 현지 음식을 맛볼 수 있다. 대략 2~4시간 소요되는 스쿠터 체험 투어 비용에는 길거리 음식값이 포함돼 있다. ‘아오쇼’ 관람과 ‘사이공 베스파 어드벤처’ 패키지 금액 260만동(약 14만원). 스쿠터 체험만 이용할 경우 72만~127만동(약 4만~7만원).
비엣젯항공, 스카이보스 비즈니스 클래스 도입
베트남 최대 민간 항공사 비엣젯항공은 최고급 항공권 등급인 ‘스카이보스 비즈니스’를 도입해 다양한 비행 편의를 제공하고 있다. 스카이보스 비즈니스 항공권은 탑승객에게 전용 객실과 프리미엄급 기내 서비스, 우선 체크인 서비스, 휴대 수화물 18kg와 2kg을 초과하지 않는 소형 가방 1개, 위탁 수하물 최대 60kg, 골프 장비 1세트까지 무료 수하물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또한 탑승구부터 항공기까지 전용 자동차 환승, 비즈니스 라운지 이용, 여행자 보험, 비행 일자 및 노선 무료 변경을 할 수 있다.
기내식 선택의 폭도 넓다. 밥보다는 볶음국수, 스파게티, 쌀국수 컵라면 등 국수류를 추천한다. 그 외에도 코코넛 음료 및 허브차와 같은 다양한 음료와 마카다미아, 건포도, 잭푸르트 등 프리미엄급 식음료가 무료로 제공된다.
비엣젯항공은 서울(인천)~호찌민 하노이·푸꾸옥섬·다낭·냐짱·하이퐁·껀터·달랏 노선과 부산~하노이·호찌민·다낭·냐짱 노선을 운항하고 있으며, 자세한 운행 일정은 비엣젯항공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이유진 기자 8823@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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