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건의재구성]의처증에 견딜 수 없어 이혼통보…끔찍한 비극으로

전화만 안 받아도 의처증 의심…흉기 들고 "같이죽자" 협박도
흉기 휘두르고 아내 쓰러지자 산으로 도피…징역 35년 선고

ⓒ News1 김초희 디자이너

(서울=뉴스1) 송상현 기자 = 아내가 전화만 받지 않아도 외도를 의심하는 남편의 의처증이 문제였다. 흉기를 들고 "같이 죽자"라며 협박하기도 했다. 아내는 더는 견딜 수 없어 이혼을 결심했다. 그러나 이는 끔찍한 비극으로 돌아왔다.

일용직으로 경기도 파주에서 근무하던 A씨(41)는 의처증으로 인해 아내 B씨(39)와 부쩍 다툼이 심해졌다. A씨는 B씨가 연락되지 않으면 무작정 B씨와 세 자녀의 거주지인 전남 여수까지 내려와 외도를 의심하곤 했다.

지난해 5월 어느 늦은 밤에도 B씨가 연락받지 않자 A씨는 갑자기 여수로 내려왔고, 싸움이 시작됐다. "이혼하자"라고 말하는 B씨에게 A씨는 흉기를 들고 "나를 죽여라"며 협박했다. A씨는 이미 두달 전에도 다투던 중 흉기를 든 적이 있었다.

상담센터에서 가정폭력 피해상담까지 받은 B씨는 문자 등을 통해 A씨에게 재차 이혼을 요구했다.

이틀 후 갑자기 여수로 찾아온 A씨는 B씨가 없자 집에서 혼자 술을 마시기 시작했다. 몇시간 후 귀가한 B씨는 자신에게 칼을 들었던 A씨를 발견하자 곧바로 승용차로 돌아가 문을 잠갔다. A씨는 대화를 하자며 쫓아왔지만 B씨는 그럴 생각이 없었다.

다음날 새벽 여전히 자신의 차 안에 있는 B씨를 발견한 A씨는 또다시 대화를 강요했다. 30분간 문을 두드렸지만 열어주지 않자 화가 난 A씨는 주차장 바닥에 있던 벽돌을 주워 운전석 유리창을 수회 내리쳐 깨트렸다.

이어 운전석 문을 열고 B씨를 끌어내 자신의 차량으로 끌고 갔다. 저항하는 B씨의 얼굴을 수회 때리기도 했다.

뒷좌석으로 밀어넣은 B씨가 "사람 살려"라고 소리치며 반항했다. A씨는 이미 지난밤 B씨가 계속 대화를 거부하자 집에서 흉기를 챙겨 자신의 차에 보관하고 있었다.

A씨는 "우리는 끝났어, 같이 죽자"라고 말하며 B씨를 향해 흉기를 여러 차례 휘둘렀다. A씨는 쓰러진 B씨를 구조하기는커녕 혼자 산으로 도주했다. B씨는 병원으로 실려 갔지만 닷새 만에 숨을 거뒀다.

광주지방법원 순천지원은 살인 등 혐의로 구속기소 된 A씨(41)에게 징역 35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약 13년간 피고인의 배우자로 생활한 피해자는 그동안 피고인이 흉기로 위협하는 등의 행동을 해도 자녀들의 아빠이기 때문에 참아 온 것으로 보인다"며 "특히 자녀들에게는 평생 치료할 수 없는 상처를 줬다"고 지적했다. 이어 "피해자들의 유족들로부터 용서받지도 못했고 피고인에 대한 엄벌을 탄원하고 있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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