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 범종이 오키나와에 있는 까닭은…일본에 흩어진 50여점의 한국 종

유동주 기자 2022. 12. 17.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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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일 오후 서울 국립고궁박물관에선 동아시아 불교미술사 분야의 세계적 전문가인 셰리 파울러 미국 캔사스대학교 교수의 특별한 강연이 열렸다.

강연 주제는 '한국-일본-류큐를 이은 가교: 일본의 두 고려 범종'이었다.

셰리 교수는 10세기와 11세기 사이, 고려에서 제작된 범종이 지금의 일본 오키나와를 통치했던 류큐 왕국과 당시 헤이안 시대의 일본 땅에 건너갔던 사연과 지역 문화사에 미친 영향을 소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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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뉴시스] 김혜인 기자 = 고(故) 이건희 회장 기증 국립광주박물관 특별전 '어느 수집가의 초대'에 전시된 고려시대 범종.


16일 오후 서울 국립고궁박물관에선 동아시아 불교미술사 분야의 세계적 전문가인 셰리 파울러 미국 캔사스대학교 교수의 특별한 강연이 열렸다. 강연 주제는 '한국-일본-류큐를 이은 가교: 일본의 두 고려 범종'이었다.

셰리 교수는 10세기와 11세기 사이, 고려에서 제작된 범종이 지금의 일본 오키나와를 통치했던 류큐 왕국과 당시 헤이안 시대의 일본 땅에 건너갔던 사연과 지역 문화사에 미친 영향을 소개했다. 오키나와현 나하시에 있는 '나미노우에 신사'의 범종과 효고현 가코가와시에 '오노에 신사'의 범종이 이날 강연 소재였다.

두 범종은 일본과 류큐의 지역 문헌을 통해 다양한 관련 전설이 기록되어 전해져 왔다. 다양한 문학 작품의 소재로도 활용됐고 관광 상품 등으로 재생산됐다. 문화재청에 따르면 특히 오노에 범종은 시와 연극의 주요 소재 및 판화의 주제가 됐다. 16세기경부터 관광객과 순례자를 위한 기념품으로 오노에 종 모양의 주전자가 제작됐다. 도자기 술병(사케병)과 벼룻물을 담는 그릇인 연적 및 작은 복제 종 등도 범종을 본따 만들어졌다.

현재 일본에는 약 50여 점의 한국 범종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한반도와 교류가 많았던 규슈 지방은 물론이고 교토와 오사카 인근 등에 흩어져 있다. 특히 통일신라시대 범종도 4점이나 일본에 있는데, 현재 국내에 남아있는 통일신라시대 범종이 3점에 불과하단 점을 고려해보면 일본내 범종은 특별한 의미를 지닌다.

일본에 건너간 범종은 특히 고려때 범종이 많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국내 연구자들은 왜구 피해가 극심했던 고려 후기에 탈취된 것으로 보고 있다. 크기가 70~80㎝ 정도로 운반이 쉬운 중형 범종이 많기 때문이다. 다만 일본에선 당대의 일본 권력자가 주문하거나 선물받은 범종도 있다는 시각이 우세하다.

사진=문화재청

이번 강연은 국립문화재연구원이 올해 시범 운영하는 '국외 전문가 초청사업'의 일환으로 기획됐다. 셰리 교수는 최근 범종을 중심으로 한국과 일본 불교미술의 교류 및 비교문화론적 관점의 연구를 수행하고 있다. '일본 육조관음상의 기록과 형상(Accounts and Images of Six Kannon in Japan)'과 '무로지(Muroji, 室生寺)' 등의 저서와 논문을 발표했다.

유동주 기자 lawmaker@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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