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약 냄새 사이로 풍기는 에스프레소 향기…스타벅스 경동1960 매장

CBS노컷뉴스 조혜령 기자 2022. 12. 17. 07: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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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심요약
영화 한 편 가격만 내면 두 편을 보여줬던 동시상영관. 서울 제기동 경동시장 안의 경동극장도 지금은 사라진 동시상영관 중 하나였다. 주로 내걸었던 영화는 B급 에로 영화. '애마부인'과 '무엇에 쓰는 물건인고' 등 이름만 들어도 아는 유명한 영화들이 상영되곤 했다. 지난 1994년 문을 닫아 30년의 동시상영관 역사를 마감한 경동극장이 30여년이 흐른 2022년 스타벅스, 그리고 LG전자와 손을 잡고 '동시'의 역사를 다시 시작했다.
서울 제기동 경동시장에 위치한 스타벅스 '경동1960'점. 사진=CBS노컷뉴스 조혜령 기자
1호선 제기동역 2번 출구 계단을 오르자 함박눈이 쏟아졌다. 지난 15일 제기동역 앞 경동시장. 매대에 산처럼 쌓인 인삼들을 지나 3층으로 올라갔다. 씁쓸한 냄새를 풍기는 약재들 사이로 익숙한 녹색 간판이 눈에 들어왔다.

'세이렌' 심볼에 홀린 듯 문을 열고 들어가면 스타벅스 매장으로 탈바꿈한 새로운 경동극장이 펼쳐진다. 경동극장은 어둡고 컴컴한 동시상영관의 묵은때를 벗고 200개의 테이블이 극장 좌석처럼 드라마틱하게 연출된 '스타벅스 경동 1960점'으로 다시 태어났다. 테이블마다 스탠드 조명을 두어 기존의 매장과 달리 은은한 분위기가 눈길을 끌었다.

스타벅스는 경동시장 구조를 그대로 보존하면서 폐극장의 주요 요소를 훼손하지 않으려 노력했다. 극장문 형식의 양문형 출입구를 열면 스타벅스 크루들이 음료를 제조하는 바가 정면으로 눈에 들어온다. 스타벅스측은 "극장식 구조를 활용해 매장에 있어 입구에서 바가 바로 보이도록 했다"며 "바 상판은 사용하지 않는 스타벅스 텀블러를 재활용해 만들었"고 설명했다. 또 마주보거나 둘러앉을 수 있는 의자 대신, 정면을 바라보는 극장식으로 테이블과 의자를 배치했다.

경동1960 매장 전경. 스타벅스 코리아 제공

극장을 활용한 매장답게 주문번호 알림도 '영사기'를 활용했다. 메뉴를 주문하면 영사기로 만든 CND(순번 표시기)로 벽면에 주문번호가 뜬다.

영사기로 만든 CND(순번 표시기)로 벽면에 주문번호가 뜬다. 사진=CBS노컷뉴스 조혜령 기자

경동 1960 매장 외부에는 LG전자와 협업한 '금성전파사 새로고침센터'가 마련됐다. LG전자의 전신인 '금성' 로고를 따와 LG 제품을 체험하고 레트로 콘셉으로 꾸며진 이색 공간에서 다양한 경험도 할 수 있다. 폐극장 안에 두 개의 이색 공간이 '동시' 상영되고 있는 셈이다.

스타벅스 '경동1960점'은 이색적인 경험과 가치 소비를 중요시하는 MZ 세대들에게 신선한 즐거움을 제공할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정식 오픈 첫 날인 16일 대기 시간이 1시간 이상일 정도로 인파가 몰리기도 했다.

지역 상생을 내걸고 문을 연 경동1960점은 지역사회에 긍정적인 변화를 이끌어 내기 위한 이익공유형 매장인 '스타벅스 커뮤니티 스토어 5호점'으로 운영될 예정이다.

매장에서 판매하는 모든 품목당 300원씩을 적립해 경동시장 지역 상생 기금으로 조성한다.

시장 상인들도 거리에서만 보던 스타벅스 매장이 시장 안으로 들어온 데 환영과 기대를 보였다.

할아버지 때부터 63년째 경동시장에서 쌀집을 운영중인 상인 강달현(60)씨는 "경동시장은 중학생 때 자주 다니던 극장인데 창고로 쓰이던 건물이 카페도 바뀐다는 게 놀라울 따름"이라고 말했다. 아메리카노를 즐겨 마신다는 그는 "시장 상인들과 함께 가서 커피를 마셔볼 것"이라고 말했다.

스타벅스가 생기면 시장 방문객이 더 늘어날 거라고 기대하기도 했다.

인삼 판매 상인 박순영(51)씨는 "젊은 사람들이 시장에 유입되고 나중에 부모님과 함께 이 시장에 재방문해 시장 방문객이 더 늘어났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동반성장위원회 오영교 위원장은 15일 매장에서 진행된 상생 협약 체결식에서 "이번 협약을 계기로 전통시장에 신규 고객이 유입될 수 있는 랜드마크가 조정되어 지역사회에 활력을 불어넣고, 선순환적 동반성장 문화가 사회 곳곳에 확산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스타벅스 손정현 대표이사는 "오래된 공간을 특별한 트렌드를 가진 공간으로 변화시켜 우리의 전통시장이 활성화되길 희망한다."고 전하며,"'경동1960'점에서 지역사회와의 상생과 함께 모든 세대가 가치 있게 즐길 수 있는 스타벅스의 특별한 경험을 제공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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