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계약 체결한 한화의 대우조선 인수, 남은 변수는
한화그룹의 대우조선해양 인수작업이 본계약(신주인수계약) 체결로 9부 능선을 넘었다. 사실상 양 사가 한 가족이 된 상황이지만 한화그룹 측은 구체적인 향후 운영 방안을 공개하지 않고 있다. 아직 공정거래위원회의 기업결합 심사와 해외 경쟁당국 승인 등 최종 절차들이 남아있기 때문이다.
한화그룹과 대우조선해양은 지난 16일 한화그룹이 대우조선해양 인수를 위한 2조원 규모의 유상증자에 참여하는 내용의 신주인수계약(본계약)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유상증자에는 한화에어로스페이스(1조원), 한화시스템(5000억원), 한화임팩트파트너스(4000억원), 한화에너지 자회사 3곳(1000억원)이 각각 참여한다.
한화그룹은 지난 9월 대우조선해양 인수를 결정했다. 경쟁입찰인 스토킹 호스(공개입찰 전제 조건부 인수계약) 방식을 채택했고 추가 입찰자가 없어 한화그룹이 단독으로 6주간의 상세 실사를 최근까지 진행했다. 유상증자 후 한화는 대우조선해양 지분 49.3%를 확보해 최대주주가 되며, 산업은행 지분은 28.2%(2대 주주)로 낮아진다.
이제 최종적으로 공정위 기업결합 심사와 해외 경쟁당국 승인 절차가 남아있다. 한화와 대우조선해양의 사업영역이 방산을 제외하고는 크게 겹치지 않는 터라 공정위 심사에 큰 어려움은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해외서 한화와 대우조선해양 간 방산영역 결합을 어떤 시각으로 볼지에 대해서는 여지가 남아있다.
해외 경쟁당국 승인은 의외로 큰 변수가 될 수 있다. 올 초 현대중공업그룹의 대우조선해양 인수 시도도 해외 심사에서 무산됐다. 당시엔 코로나19(COVID-19) 여파로 무려 2년여에 걸쳐 불허가 결정됐다. 이 기간이 얼마나 단축되느냐가 관건이다. 다만 한화의 경우 당시 독과점 심사에서 걸림돌이 된 조선사업 영역이 없는 만큼 인수 무산의 잔혹사가 되풀이 될 가능성은 낮다.
한화그룹은 남은 인수 과정에 성실히 임해 내년 상반기 중 인수 작업을 완료하겠다는 방침이다. 통상 최종 인수까지는 방산업체 매매 승인, 기업결합 심사 등 국내외 인허가 취득에 통상 3개월 이상이 소요된다.
해당 과정이 모두 종료돼야 지분매매가 가능하다. 업계 관계자는 "해외 결합심사까지 모두 마무리되기 전까지는 한화그룹이 경영에 대한 참여나 전략수립 등 어떤 행위도 하기 어렵다"며 "현 상황에서 먼저 예비동작에 들어간다면 기업결합 심사에 부정적 영향이 있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여전히 단계는 남아있지만 한화그룹은 이번 M&A(인수합병)를 통해 종합 방산·그린에너지 분야에서 상승 효과를 낼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인수 절차가 마무리 되면 한화는 기존의 우주, 지상 방산에서 해양까지 아우르는 '육·해·공 통합 시스템'을 갖추게 된다. 명실상부 글로벌 방산 기업으로의 성장 토대를 마련할 수 있다.
한화의 해양첨단시스템 기술을 대우조선의 함정 양산 능력과 결합하면 자율운항이 가능한 민간 상선을 개발할 수 있다. 또 잠수함에 적용 중인 한화의 친환경 에너지저장장치(ESS) 기술을 활용해 친환경 선박을 개발하는 등 새로운 시장 진출도 기대된다.
한화는 또 LNG(액화천연가스), 암모니아, 수소, 풍력 등 한화의 에너지 분야 역량을 대우조선의 에너지 생산 설비, 운송 기술 분야와 결합해 그린 에너지 밸류 체인을 새롭게 구축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양사의 결합으로 글로벌 수출 네트워크도 확대돼 수출 판로도 크게 넓어진다. 중동, 유럽, 아시아에서의 고객 네트워크를 공유하면 한화의 무기체계는 물론 대우조선의 주력 제품인 잠수함 및 전투함의 수출도 늘어날 것으로 기대된다.
한화는 대우조선의 유기적 결합을 통해 단순한 이익 창출을 넘어 지역 상생은 물론 수출 확대로 국가 경쟁력 강화에 일조하고, 빠른 시간 안에 경영 정상화를 이뤄 조기 흑자 전환한다는 계획이다.
한화 관계자는 "6주간의 정밀 실사를 통해 대우조선의 기술력과 우수한 맨파워를 확인할 수 있었다"며 "관계기관, 채권단, 노조 등 다양한 이해관계자들과 소통을 통해 남은 인수 절차를 잘 마무리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대우조선해양도 같은 날 입장자료를 내고 "이번 본계약 체결을 통해 대우조선해양은 재무구조를 개선하고 유동성을 확보함으로써 조기 경영정상화를 추진할 수 있게 됐다"며 "이를 발판으로 한화그룹과 글로벌 방위산업, 친환경에너지 분야의 시너지를 강화, 확대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우경희 기자 cheerup@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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