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 시선] '국경 난투극'에 남몰래 웃는 인도 여당

김영현 2022. 12. 17. 07: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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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 총선을 두 달 앞뒀던 2019년 2월 26일.

나렌드라 모디 총리는 공군에 국경을 넘어 파키스탄을 공습하라고 명령했다.

인도가 파키스탄을 공습한 것은 48년 만에 처음이었다.

전문가 사이에서는 모디 총리가 '총선용 카드'로 파키스탄을 공습했다는 말도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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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2월 인도군의 파키스탄 공습 후 인도 주민들이 자축하는 모습. [EPA 연합뉴스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뉴델리=연합뉴스) 김영현 특파원 = 인도 총선을 두 달 앞뒀던 2019년 2월 26일. 나렌드라 모디 총리는 공군에 국경을 넘어 파키스탄을 공습하라고 명령했다.

파키스탄 내 '테러리스트 캠프' 제거가 명분이었다.

앞서 분쟁지 인도령 카슈미르 지역에서 자살 폭탄 공격으로 인도 경찰 40여 명이 사망하자 보복한 것이다. 인도가 파키스탄을 공습한 것은 48년 만에 처음이었다.

파키스탄 공군도 다음날 반격에 나섰고 인도 지상에 폭탄을 투하했다.

양국 공군은 공중전도 벌였다. 핵무기 보유국끼리 공습을 주고받은 것은 역사상 처음 있는 일이었다.

모디 총리는 노골적으로 국민의 애국심을 독려했다. "인도는 하나가 되어 적과 싸울 것"이라고 말했다.

하락세였던 지지율은 반등했다.

이후 여당 인도국민당(BJP)은 총선에서 압승을 거뒀다. 연방하원에서 단독으로 과반을 확보했고 모디 총리는 재선에 성공했다.

전문가 사이에서는 모디 총리가 '총선용 카드'로 파키스탄을 공습했다는 말도 나왔다. 보수층 표심을 모으기 위해 카리스마를 갖춘 애국주의자의 면모를 보였다는 것이다.

3년 10개월이 지난 2022년 12월 9일. 이번에는 인도 북동부 중국 국경 인근 타왕 지역에서 사달이 났다.

양쪽 군인 수백 명이 난투극을 벌였고 수십 명의 사상자도 발생했다.

중국 정부는 비교적 절제하며 논평했지만, 인도 측 반응은 매우 뜨거웠다.

인도군은 이례적으로 성명을 내고 충돌 사실을 발 빠르게 인정했다.

인도 동북부 국경지대인 타왕 지역. [AP 연합뉴스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라지나트 싱 국방부 장관은 의회에서 "아군이 국경을 넘어서려던 중국군을 결연한 태도로 막고 쫓아냈다"고 자화자찬했다.

아미트 샤 내무부 장관도 "이번 충돌에서 1인치의 국경도 빼앗기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인도는 의원내각제 정치체제를 채택한 나라다. 이들 장관은 정치인으로 모두 여당 소속 의원들이다.

친정부 성향의 방송사들도 홍보성 뉴스 보도에 열을 올렸다.

리퍼블릭TV는 스튜디오에 국기를 든 시청자들을 모아 토론회를 열었다. 타왕 지역 주민이 이번 인도군의 대응에 경의를 표하고 있다는 뉴스도 내보냈다.

공교롭게 이번에도 인도 총선은 약 1년 반 앞으로 다가온 상태다.

일각에서는 과거 파키스탄 공습처럼 이번 중국과 난투극도 여당의 득표에 상당한 도움이 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때마침 지난해 타왕 지역에서 인도군이 중국군에게 '몽둥이 세례'를 퍼붓는 '애국심 고취 영상'도 소셜미디어(SNS)에서 급속하게 확산했다.

전문가들은 영상이 공개된 시점에 주목했다. 정부에 대한 지지를 끌어올려야 할 중요한 타이밍에 누군가에 의해 의도적으로 공개됐을 가능성이 높다고 의심했다.

BJP는 최근 모디 총리의 고향 구자라트주 선거에서 압승을 거뒀지만 히마찰프라데시주 선거, 델리주 기초지자체 선거에서 패하는 등 불안한 모습도 보였다.

총선을 앞두고 지지층 결집이 다시 필요한 상황인 셈이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 지지를 끌어올릴 '극적인 이벤트'가 생기자 여권이 이를 기다렸다는 듯 영리하게 십분 활용하는 분위기다.

실제로 힌두민족주의 성향의 BJP는 선거 전략 구축에 탁월한 능력을 갖춘 정당으로 평가받는다.

무슬림 등 소수 집단 차별 정책을 교묘하게 활용해 인구의 80%에 달하는 힌두교도의 표심을 확실하게 공략해왔다.

이제 '모디 총리 3연임'이라는 큰 과제가 눈앞으로 다가오자 BJP가 다시 본격적으로 뛰고 있다.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 [AFP 연합뉴스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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