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든아워 in 케냐④]“5세 이하 영양부족 60%”…국경 넘어 찾는 ‘한국 병원’

2022. 12. 17. 07: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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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텐겔라 지역 유일한 4등급 종합병원…아이 울음소리 넘쳐
하루 1000명 내원…나이로비 등 3개 카운티에서 오는 환자들
韓 ‘기자재’ 지원한 이신야보건소…탄자니아에서도 건너와
주 보건장관 “작은 보건소에서 시작…매달 530여건 분만 가능”
5일(현지시간) 케냐 카지아도주에 위치한 이신야 보건소 모습. 키텐켈라 병원이 4차 병원이라면 이신야 보건소는 3차 병원으로, 한국 정부는 기자재 등을 지원했다. 인근 탄자니야 지역 환자들도 국경을 넘어 찾아온다. [케냐=외교부 공동취재단]

[헤럴드경제(케냐 카지아도)=외교부 공동취재단·최은지 기자] 케냐의 수도 나이로비에서 남쪽으로 1시간여를 달려서 도착한 카지아도주(州)의 키텐겔라시는 붉은색 슈카가 상징인 마사이 부족이 다수 거주하고 있다.

이 지역의 유일한 4등급 종합병원인 키텐겔라병원에는 아이의 울음소리가 가득했다. 현지에서는 ‘코이카병원’이라고 부르는 이 병원 입구에 부착된 ‘한-케냐 협력으로 발전·격상된 의료기관’이라고 적인 동판이 눈에 띄었다.

케냐 카지아도주에 위치한 키텐겔라 병원 입구에 붙어 있는 한국-케냐 협업 병원 안내 명패. 한국 정부는 이 병원에 집중치료실(ICU) 시설과 각종 검사장비 등을 지원했고, 이 지역에서 보성 및 신생아 보건 개선 사업을 펼치고 있다. [케냐=외교부 공동취재단]

5일(현지시간) 외교부 공동취재단이 방문한 키텐겔라병원은 하루 1000명의 환자가 찾는다. 케냐는 한 가정에서 아이를 3, 4명을 낳는 대가족 문화가 있어 산부인과와 소아과 진료가 절실하다. 키텐겔라병원에도 어린이나 영유아를 데리고 온 엄마들이 많았다. 2개의 야외 대기용 천막에는 진료받기 위해 순서를 기다리는 사람들로 가득 찼다.

우리 정부는 2008년부터 카지아도주 모자보건센터 증축 및 개선사업을 완료했다. 1996년 가장 낮은 1등급인 ‘진료소’로 개소했으나 우리 정부의 지원으로 2010년 병원 건물을 신축해 2등급인 ‘보건소’로 승격했다. 2011년 모자보건센터가 준공된 이후 주재국 중앙 보건부에서 카지아도 주정부로 공식 이양되면서 2017년 8월 4등급인 ‘종합병원’으로 격상됐다.

5일(현지시간) 케냐 카지아도주에 위치한 키텐겔라병원의 산후 병동의 모습. 공간이 부족해 병동 복도까지 병상을 설치해 산모들을 수용한 모습. [케냐=외교부 공동취재단]

이 지역에서 유일하게 정부가 운영하는 거점병원인 키텐겔라병원에는 카지아도는 물론 인근 마차코스 지역과 주 경계에 인접한 나이로비 지역 일부를 포함해 3개의 카운티에서 환자들이 오고 있다.

알렉스 킬로우아 카지아도주 보건부 장관은 “작은 보건소에서 출발해 이제는 매달 530여건에 가까운 출산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며 “정상 분만과 제왕절개가 모두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산후 병동에는 출산한 산모 수십명이 휴식을 취하고 있었다. 출산을 위한 병상은 29개로 매달 500여명이 넘는 산모를 돌보기에는 역부족이다. 한 병상을 두세명의 산모가 공유하기도 하고, 병동 복도까지 병상을 설치해 산모들을 수용하고 있다.

베로니카 아부토 키텐겔라병원장은 “지난주만 하더라도 산모를 수용할 수 없어서 나이로비의 케냐타 국립병원으로 옮겼다”고 밝혔다. 케냐타 국립병원은 우리나라의 서울대병원 수준의 국립병원이다.

5일(현지시간) 케냐 카지아도주에 위치한 키텐겔라병원에 한국 정부가 지원한 집중치료실(ICU). [케냐=외교부 공동취재단]

케냐 정부는 2020년 2월 키텐겔라 병원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응병원으로 지정했다. 주 정부는 코로나19 첫 확진자 발생 후 각 병원에 코로나19 대응을 위한 시설과 인력준비를 시작했다. 키텐겔라병원은 의사와 간호사 각각 2명씩 총 4명의 인력을 대응 인력으로 배치하고 격리시설 준비를 마쳤다.

이에 환자들의 수요가 급증하는 상황을 고려해 코이카는 올해 4월 코로나19 등 치료를 목적으로 집중치료실(ICU) 시설 3개를 지원했다. 아부토 병원장은 “완치율은 90% 정도”라며 “중증환자는 케냐타 국립병원으로 이송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케냐 카지아도주에 위치한 키텐겔라 병원의 복도에 걸려 있는 현지 어린이의 그림. 포옹하고 있는 한국과 케냐 사람들의 모습 옆으로 '한국은 케냐를 사랑한다'라는 글귀를 적어 놓았다. [케냐=외교부 공동취재단]

4등급 종합병원인 키텐겔라병원보다 한 단계 낮은 3등급 지역병원인 이신야보건소는 사정이 더욱 열악하다. 자매병원인 키텐겔라 병원의 10분의 1 수준인 한 달에 50~60명의 산모를 돌보고 있다.

특히 이신야보건소는 탄자니아 환자들이 국경을 넘어 치료받으러 오고 있다. 양국 관계가 좋은 상황이고 마사이족이 두 나라에 걸쳐 사는 만큼, 현행법상 가능하다. 카지아도주는 지난 3년간 비가 거의 내리지 않아 가뭄으로 고통받고 있다. 5세 이하 영양부족 아이들의 비율이 60%에 달한다.

우리 정부는 2016~2018년에 병상 등 기자재를 지원해 이신야보건소를 ‘사업완료’로 분류한 상태다. 다만 카지아도주 정부는 키텐겔라병원처럼 한국 정부의 도움으로 이신야보건소도 격상하길 희망했다.

킬로우아 장관은 “병원 등급은 결국 장비와 인력의 문제”라며 “장비와 인력이 늘어 기준을 맞추게 되면 등급은 자동으로 올라갈 것”이라고 호소했다.

한국 정부는 양자 원조 사업으로 2021년부터 2026년까지 보건시스템 강화를 통한 모성 및 신생아 보건 개선 사업을 위해 605만달러를 지원할 예정이다. 올해에는 177억원이 투입됐다. 이를 통해 카지아도주 4개의 서브카운티에 산모 대기소, 앰뷸런스 등 의료 기자재를 지원하고 보건의료 인력 역량 강화 사업을 시행한다.

silverpaper@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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