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돋보기](23) 해발고도 기준점이 학교에…인하대박물관

최은지 2022. 12. 17.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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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높이 기준 '수준 원점'…태평양 최초 횡단한 비행기도

[※편집자 주 = 인천은 1883년 인천항 개항 이후 국내에서 신문물을 처음 맞이하는 관문 도시 역할을 했습니다. 인천에서 시작된 '한국 최초'의 유산만 보더라도 철도·등대·서양식 호텔·공립 도서관·고속도로 등 여러 가지가 있습니다.

연합뉴스 인천취재본부는 이처럼 인천의 역사와 정체성이 서린 박물관·전시관을 생생하고 다양하게 소개하려 합니다. 모두 30편으로 구성된 이번 시리즈 기사는 매주 토요일 1편씩 송고됩니다.]

인하대 캠퍼스 내 수준 원점 [촬영 최은지]

(인천=연합뉴스) 최은지 기자 = 인하대와 인하공업전문대 사이 샛길로 들어서면 붉은 벽돌로 된 작은 시설물이 눈에 띈다. 국내 해발고도의 기준이 되는 '수준 원점'이다.

흔히 '백두산·한라산 높이는 몇m'라고 할 때 여기에 사용된 높이는 지면에서부터 재는 게 아니라 이곳의 수준 원점이 기준이 된다.

국가 지정 문화재이기도 한 수준 원점의 역사는 1910년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대학 속 국내 높이 기준점…태평양 최초 횡단 비행기도

수준 원점이 처음부터 인하대에 자리 잡은 것은 아니다.

국토지리정보원에 따르면 1914년부터 1916년까지 인천 조위 관측소(검조장)에서 인천 앞바다의 해수면 높이를 측정해 평균값을 냈다.

땅은 평지더라도 지역에 따라 높낮이가 다르기 때문에 바닷물의 표면을 높이의 기준으로 삼기 위해서였다.

이 중에서도 인천 앞바다를 택한 것은 이 바다의 조수간만 차가 가장 커 평균치의 오차를 줄일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렇게 측정한 평균 해수면 높이를 '0.0m'로 정해 국내 해발 고도의 기준으로 삼았고, 그 기준점을 육지인 인천시 중구 항동1가로 끌어와 수준 원점을 처음 설치했다.

인하대 캠퍼스에 전시된 비행기 '우남호' [촬영 최은지]

그러나 6·25 전쟁으로 이 시설이 유실되고 내항 재개발이 이뤄지면서 수준 원점은 1963년 12월 지금의 인하대 캠퍼스 안으로 옮겨졌다.

이 캠퍼스는 인천 앞바다와 비교적 가까운 데다 지반이 단단해 수준 원점을 설치하기에 적합한 장소였다.

현재 수준 원점은 화강암으로 된 표지석을 원기둥 모양의 붉은 벽돌 건물이 에워싸고 있는 모습이다.

화강암에는 자수정으로 '+' 모양의 수준 원점이 표시돼 있다. 그 높이는 해발 26.6871m 위치다.

강우구 국토지리정보원 위치기준과 사무관은 "수준 원점은 전국 높이의 기준이기 때문에 이 원점에서 파생된 전국 7천개 수준점의 어머니 같은 역할"이라며 "수준 원점이 바뀌면 모든 높이의 기준이 변하는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설명했다.

인하대 교정에는 수준 원점 말고도 특이한 시설이 전시돼 있다.

수준 원점 옆으로 길을 따라 내려오면 인하대 캠퍼스 본관 앞에 전시된 커다란 실물 비행기가 눈에 띈다.

이 비행기는 1955년 10월 국내 최초로 태평양을 횡단한 '우남호'다. 인하대 설립자인 이승만 박사의 호에서 이름을 따왔다.

1950년 도입된 우남호는 국내 최초 항공 노선인 서울∼공주∼군산에서 처음 취항한 이후 71년간 무려 3만6천216시간을 비행했다.

이후 대한항공 창업주인 조중훈 인하학원 이사장이 1973년 3월 이 비행기를 인하대에 기증했다.

인천하와이대 역사 전시한 인하대박물관

인하대 박물관 내부 전경. [촬영 최은지]

수준 원점과 우남호 인근의 인하대 본관 건물 지하 2층에는 박물관이 자리 잡고 있다.

이 박물관에는 1954년 개교한 인하대의 태동 배경부터 지금의 종합대학으로 도약하기까지의 과정이 망라됐다.

인하대 이름은 인천과 하와이의 첫 글자에서 유래했다. 이승만 정부 시절 '공업입국(공업으로 나라를 세운다)' 방침과 하와이 이민 50주년 기념사업의 일환으로 설립된 학교여서다.

하와이로 이민한 동포들이 세운 기독학교의 매각 대금 15만불이 대학의 설립 기반이 됐다.

인하대박물관에는 발굴조사단이 인천 지역 유적에서 수습한 유물과 근현대 생활사를 엿볼 수 있는 유물이 전시돼 있다.

이 박물관이 2000년대 이후 발굴 조사한 인천 지역은 문학산 일대, 강화향교 부지, 영종 운서토기구획정리 사업부지 등 19곳이다.

박물관은 시민 누구나 무료로 관람할 수 있으며 운영 시간은 평일 오전 10시부터 오후 4시까지다. 매주 주말과 공휴일, 개교기념일에는 휴관한다.

윤승준 인하대박물관장은 "대학 박물관의 역할은 지역 유물을 수집하고 기획·전시하는 것인 만큼 연례적인 학술 대회와 학술 용역에도 활발하게 참여하고 있다"며 "학기별로 학생·교직원을 대상으로 한 역사 탐방 프로그램도 운영한다"고 말했다.

인하대박물관 내부 전시물 [촬영 최은지]

chams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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