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클리 건강] 한파에 더 무서운 협심증…"흉통 땐 방치 말아야"
(서울=연합뉴스) 김길원 기자 = 요즘처럼 한파가 이어지는 시기에 주의해야 할 질환 중 하나로 '협심증'이 꼽힌다. 추운 날씨 탓에 혈관이 수축하면 심장근육에 충분한 혈액이 공급되지 않아 발생 빈도가 높아지기 때문이다.
17일 대한심장학회 등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급속한 인구 고령화와 서구화된 식습관에 의한 비만, 운동 부족 등이 더해져 협심증 환자가 지속해서 느는 추세다.
국민건강보험공단 자료를 보면, 협심증 진료 인원은 2017년 64만5천772명에서 2021년 71만764명으로 6만4천992명(10.1%) 늘었다. 연평균 증가율은 2.4%를 기록했다.
협심증은 마치 오래 쓴 수도관에 이물질이 끼는 것처럼 심장에 혈액을 공급하는 관상동맥이 좁아지면서 심장근육에 충분한 혈액 공급이 이뤄지지 않아 통증이 발생하는 질환을 일컫는다. 발견과 치료가 늦으면 자칫 생명을 잃을 수도 있다.
협심증의 가장 흔한 증상은 가슴 통증(흉통)이다. 사람마다 조금씩 다르지만, 대부분 환자는 '가슴을 짓누르는 듯하다', '가슴이 빠개지고 벌어지는 것 같다', '가슴에 고춧가루를 뿌려 놓은 느낌이다', '숨이 차다' 등으로 증상을 표현한다.
통증 부위가 성별로 조금 차이가 난다는 분석도 있다. 고려대 의대 연구팀이 협심증 환자 1천549명을 대상으로 흉통 발생 양상을 비교 연구한 결과를 보면 남성이 쥐어짜는 통증을 주로 호소하는 데 비해 여성은 둔하고 애매한 통증을 호소하는 경향을 보였다.
협심증은 심근경색과 구별된다. 심근경색이 혈액 공급이 안 돼 심근에 괴사가 발생하는 급성 응급 질환이라면, 협심증은 어느 정도 혈류가 유지되기 때문에 심장 근육의 산소요구량이 상대적으로 증가하는 상황에서 발생하는 만성 질환이다. 주로 운동하거나 무거운 물건을 들 때, 차가운 날씨에 노출될 때, 흥분한 경우가 이에 해당한다.
이때 편히 쉬거나 혀 밑에 넣고 녹여 먹는 약물(약니트로글리세린)을 투여하면 통증은 호전된다.
통증 지속시간은 심근경색증과 달리 대개 5~10분 미만이다. 그러나 병이 심해지면 안정 시에도 통증이 발생하고 지속시간도 길어질 수 있다. 이때는 급성 심근경색증으로 진행할 확률이 높은 만큼 즉시 병원을 찾아야 한다.
불안정형 협심증도 있는데, 운동할 때는 물론이고 안정을 취할 때도 흉통이 발생한다. 흉통의 빈도가 잦아지고 지속시간이 길어지며 약물로도 흉통이 잘 없어지지 않는 양상을 보인다.
만약 협심증에 의한 흉통으로 의심된다면 병원을 찾아 심장 정밀검사를 받아야 한다. 신경증이나 위장질환, 근육통도 흉통의 원인이 될 수 있기 때문에 정확한 감별이 필요하다.
병원에서는 일단 협심증으로 의심되는 경우 심전도, 심장 초음파, 핵의학 영상 검사 등을 진행한다. 최근에는 컴퓨터 단층 촬영검사(CT)를 통해 관상동맥의 협착이나 석회화 정도를 확인한 후 협심증을 진단하는 경우가 많아지고 있다.
협심증 치료는 병의 진행 정도와 증상의 중증도에 따라 다르다. 병의 정도가 가볍다면 약물치료만으로도 흉통 조절이 가능하다.
하지만 관상 동맥의 협착이 심하고, 이로 인해 흉통이 약물로 조절되지 않는다면 관상동맥 중재시술(스텐트 삽입술)이나 다른 혈관을 이용해 막혀 있는 관상동맥 부위를 우회하는 관상동맥 우회술이 필요할 수 있다.
협심증의 위험 요인으로는 흡연, 고지혈증, 당뇨병, 고혈압, 비만, 운동 부족, 스트레스 등이 꼽힌다.
따라서 평소 이런 위험 요인이 생기지 않도록 하거나 더는 악화하지 않도록 생활 습관을 관리하는 게 최선의 예방책이다.
서울아산병원 심장내과 김태오 교수는 "만약, 겨울철 바깥 활동 중 갑작스러운 가슴 통증이 자주 느껴진다면, 증상을 가볍게 여기지 말고 병원을 찾는 게 바람직하다"면서 "다만, 협십증은 한 번의 시술과 치료로 완치되는 게 아닌 만큼 위험요인을 꾸준히 관리하고, 전문가와 상담을 통해 약물 치료를 지속하는 등 혈관 건강을 유지하려는 노력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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