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샤넬'도 '디올'도 아닌 "아블로 처럼 행동하고 생로랑이 되자"
[편집자주] 2022년 10월부터 12월까지 파리에서 생활하며 느낀 점과 전문가를 취재한 내용을 전해드립니다.
"스티브 잡스처럼 생각하고, 버질 아블로처럼 행동하며, 이브 생로랑이 되어라."
파리에서 4년째 그래픽·브랜드 디자이너로 활동하고 있는 김다립씨(34세)의 모토라고 합니다. 김다립 디자이너는 벨기에에서 디자인을 공부한 후 파리로 옮겨와 마쥬(Maje), 프랭땅 백화점에서 그래픽 디자이너로 일했고, 올해부터 핀터레스트의 브랜드 디자이너가 된 인물입니다.
파리 디자인 업계의 분위기를 설명해줄 젊은 한국인 디자이너를 찾다가 유튜브 채널 'Urbanøiz TV'를 통해 관련 콘텐츠를 제작하던 김 디자이너를 알게 됐습니다. 그리고 지난 11월 파리 시내의 한 카페에서 직접 만나 대화를 나눴습니다. 잡스와 아블로, 생로랑을 언급한 그의 인생 모토도 그때 듣게 됐는데요. 그 뜻을 알듯말듯해 조금 더 질문을 던져봤습니다.
실제 그가 처음 유명세를 탄 것은 랄프로렌의 재고 옷을 40달러에 구입한 후 'PYREX(파이렉스) 23'이라는 문구를 프린팅으로 입혀 550달러에 팔면서입니다. 'PYREX'는 마약을 만드는 데 쓰이는 유리회사의 이름이고, '23'은 농구황제 마이클 조던의 등 번호입니다. 흑인의 성공은 '마약' 혹은 '농구'에 달렸다는 메시지를 이 간단한 작업을 통해 선보인 셈입니다.
그의 대표적인 업적은 △최초로 여자에게 남자 수트를 입히고 △최초로 음악과 퍼포먼스를 동반한 현대적 패션쇼를 시도한 점입니다. 모두 당대에는 '혁명'에 가까운 시도로 평가받는데요. 패션을 통해 여성에게 권력을 돌려주고, 패션과 음악의 접목 등을 통해 업계의 지평을 넓힌 사람으로 이름을 남겼습니다.
"게임에 참여하는 걸 넘어서 게임의 판을 바꾸라는 말을 굉장히 좋아합니다. 잡스, 아블로, 생로랑 모두 그런 사람이죠. 생로랑은 패션계의 잡스 같은 인물이고, 아블로는 럭셔리 계에 있는 생로랑 같은 인물입니다. 다 연결이 된다고 생각해요. 생로랑이 만들어놓은 파리의 문화 안에서, 아블로가 그 틀을 또 한 번 더 깨기도 했습니다. 선구자가 한 번 이렇게 나오면, 처음에는 파격적입니다. 하지만 그 앞으로는 '파격'이 '정상'이 되는 것이죠."
파리에서 활동하는 34세 젊은 디자이너의 삶의 모토, 그 의미를 이렇게 전해봅니다. 변화를 피할 수 없는 시대, 변화를 두려워해서는 안 되는 시대라는 분위기가 파리 시내에 팽배하기 때문입니다. 패션·디자인계만 봐도 아미나 매종키츠네와 같은 신명품들의 부상 속에 클래식 명품들이 스트리트 패션을 접목하고 있습니다. 루이비통이 아블로를 영입했던 것도 같은 맥락이죠.
파리 도시 전체에도 이같은 에너지가 충만합니다. 이 도시는 이제 '플라스틱 제로 시티'를 향해 달려가고 있고 '도보 및 자전거로 15분 안 거리에서 생활'이 가능하게끔 변신하고 있습니다. '변화'의 중심에 선 것은 파리만 해당한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스마트폰 혁명 이후 기존의 질서가 흔들리기 시작했고,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과거로 돌아갈 수 없다"는 명제가 뿌리내린 것은 서울도 마찬가지일 것입니다.
혁명은 반드시 대대적인 변화에서 비롯되진 않습니다. 아블로는 '3% 접근법'을 활용했고, 생로랑은 남성 정장 바지를 여성에게 입힌 정도로 혁명을 일으켰습니다. 중요한 것은 '더 나은 미래'에 대한 생각을 행동으로 옮길 수 있는 긍정적인 사고와 용기가 아닐까요. 아블로가 지난해 보그(Vogue)지와 진행했던 생전 마지막 인터뷰에서 차세대 디자이너들을 향해 남긴 말을 옮겨봅니다.
"젊은이들은 자신만의 길을 개척해야 합니다. 스스로를 제한해서는 안 됩니다. (중략) 낙천주의자로 사는 건 제가 자리를 박차고 나서게 만드는 동력입니다. 우리의 과거보다 미래가 더 나을 거라고 봅니다. 패션, 창의성, 예술적 진정성 등 어떤 측면에서든 밝은 미래에 대한 믿음을 갖고 있습니다."
파리=최경민 기자 brown@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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