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①] '영웅' 정성화 "안중근 역만 14년, 기적 같죠"

조은애 기자 2022. 12. 17. 06: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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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정성화가 스포츠한국과 만났다. 사진=CJ ENM

[스포츠한국 조은애 기자] "주인공을 한 번도 해보지 않은 제가 이런 큰 작품의 주연을 맡았어요. 심지어 우리나라 최초의 오리지널 뮤지컬 영화에요. 이 모든 게 기적 같아요. 해외에서는 '레미제라블', '캣츠' 같은 뮤지컬들이 영화로 만들어진 사례가 있었지만 우리나라에선 '영웅'이 처음이잖아요. 한국의 뮤지컬 영화도 충분히 경쟁력 있다는 걸 보여드리고 싶었는데 오랜 꿈이 이뤄진 기분입니다."

오는 12월21일 개봉하는 '영웅'(감독 윤제균)은 1909년 10월, 하얼빈에서 이토 히로부미를 사살한 뒤 일본 법정의 사형 판결을 받고 순국한 안중근 의사가 거사를 준비하던 때부터 죽음을 맞이하던 순간까지 잊을 수 없는 마지막 1년을 그린 작품으로, 동명의 창작 뮤지컬을 영화화했다. 앞서 '해운대', '국제시장' 등을 연출하며 '쌍천만' 흥행 신화를 쓴 윤제균 감독의 8년 만의 신작이다. 주연을 맡은 정성화는 지난 12일 서울 종로구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스포츠한국과 만나 개봉을 앞둔 소감을 전했다.

"예전에 '영웅' 공연을 보러 오신 윤 감독님이 '성화야, 이 작품은 뮤지컬로만 남기엔 좀 아깝다. 너무 좋고 많이 울었다'고 하신 적이 있어요. 두 번째 보러 오셨을 때 이걸 영화로 만들어볼 생각이라고 하시더라고요. 그게 아마 2015년쯤일 거예요. 그래서 저는 '옆에서 많이 도와드려야지'라고만 생각했는데, 한참 뒤에 절 부르시더니 안중근 역을 제안해주셨어요. 그리고 바로 '일단 살을 좀 빼자'고 하셨고요. 공연을 하는 도중이라 아예 안 먹을 수는 없어서 식단을 바꾸고 뭘 먹으면 무조건 뛰었어요. 그때 제 체중이 86kg이었는데 바로 14kg 가까이 감량했어요."

'영웅'에서는 대한제국 독립군 대장이자 한 여인의 아들, 남편 그리고 두 아이의 아버지였던 안중근의 인간적인 면모와 고민을 다룬다. 대한의병군 참모중장으로 수많은 전투를 승리로 이끌지만 회령 전투에서 예상치 못한 일본군의 습격을 받아 수많은 동지를 잃은 그는 남은 동지들과 단지 동맹을 맺고 3년 내 이토 히로부미를 처단하기로 맹세한다.

"뮤지컬에 '나라 잃은 청년들은 일찍 철이 든다' 이런 대사가 나오기도 하지만 제가 볼 때 서른한 살은 그렇게 많은 나이가 아니거든요. 세상을 바꾸기엔 너무 어리다고 생각하는데 그 당시 서른한 살의 안중근은 어떻게 그런 신념으로 어려운 일들을 해냈는지 생각할수록 대단하게 느껴져요. 연기하는 입장에서 저는 그런 분과 비견될 만한 사람도 아니고 동일시한 적도 없지만 늘 반성하고 발전해야겠다고 생각해요."

2009년 뮤지컬 '영웅'의 초연부터 무려 14년간 안중근 의사를 연기했던 오리지널 캐스트 정성화의 주연 확정 소식은 팬들의 기대를 모으기에 충분했다. 정성화는 사랑하는 가족들을 남겨두고 독립운동에 뛰어든 순간부터 이토 히로부미를 처단한 뒤 생을 마감하기까지 일평생 조국의 독립과 동양평화를 염원했던 안중근 의사의 강직한 심성을 흡인력 강한 연기로 표현했다. 하지만 뮤지컬은 호불호가 갈리는 장르다. 배우, 제작진은 뮤지컬 특유의 이질감을 최대한 덜어내기 위해 세심한 노력을 기울였다.

"'어떻게 해야 노래가 대사처럼 들릴까?' 굉장히 신경 썼어요. 뮤지컬 영화에서 배우가 갑자기 노래를 하면 사람들이 극에서 확 빠져나와요. 그래서 노래에 진지한 감정을 담는 게 가장 첫 번째로 한 작업이었어요. 노래나 사운드도 중요하지만 솔직한 감정을 잘 전달해야 관객들을 설득할 수 있을 것 같았어요. 또 스크린이 크니까 조금이라도 거짓으로 연기하면 다 보여요. 윤 감독님이 그걸 다 잡아내주셨어요. '성화야, 이건 아니다. 너 방금 무슨 생각했니?' 하시면서 계속 진정성을 강조하신 덕분에 저도 끝까지 진심으로 몰입했어요."

국내 최초로 뮤지컬을 스크린으로 옮긴 오리지널 뮤지컬 영화인 만큼, '영웅'을 향한 관심은 영화계 안팎에서 뜨겁다. 특히 뮤지컬 영화의 새로운 이정표를 제시해줄 것으로 뮤지컬계에서도 많은 기대를 걸고 있다.

"처음 이 작품에 캐스팅됐을 때 정말 많은 축하 전화를 받았어요. 내심 기대하는 사람들이 많아요. 제가 열심히 해서 '영웅'이 잘 되면 또 다른 뮤지컬 영화로 그들도 기회를 얻을 수 있고, 뮤지컬이라는 장르에 관심을 가지는 사람들이 늘어나면 공연업계도 같이 발전할 수 있으니까요. 사실 우리나라 창작 뮤지컬 중에 영화로 만들어지면 좋을 만한 작품들이 많아요. 뮤지컬과 영화를 넘나들면서 활약하는 배우들도 많고요. 더 많은 배우들에게 그런 기회가 생겼으면 해요. 뮤지컬계에서 저한테 많은 응원과 힘을 실어주고 있어요. 그래서 더 어깨가 무겁고 잘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지금은 뮤지컬 배우로 큰 사랑을 받고 있지만 정성화는 1994년 SBS 3기 공채 개그맨으로 연예계에 처음 발을 들였다. 이후 수많은 드라마, 영화에 출연하며 특유의 개성 강한 연기로 사랑받았고 우연히 시작한 뮤지컬은 이제 그의 전부가 됐다. 그간 쌓아온 내공은 '영웅'에서 빛을 봤다. 그는 밀도 높은 연기력, 호소력 짙은 노래로 팬들의 기대에 화답한다.

"뮤지컬을 시작한 건 우연이었어요. 2003년쯤인가 '아일랜드'라는 2인극을 할 때였는데 한 유명한 제작자 분이 연락하셔서 뮤지컬을 제안하셨어요. 연습하러 갔더니 남경주 선배님이 계셨죠. 첫 공연을 잊을 수가 없어요. 커튼콜 때 마지막 노래 끝나고 객석에서 박수 소리가 터지는데 등골이 쭈뼛 서고 눈물이 막 나더라고요. '찾았다!' 이런 생각이 들었어요. 그 뒤로 헤어나오지 못하고 계속 뮤지컬을 하고 있어요. 사람은 그 기억으로 평생 살아가는 것 같아요."

 

스포츠한국 조은애 기자 eun@sportshankoo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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