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수선한 세밑 금융권 '세대교체'라기엔…
신한 진옥동·농협 이석준…이어지는 관치논란
그래도 우리는 '플랫폼'…힘주는 카카오뱅크
뜻밖 '수장 교체' 이어지는 금융그룹
금융권 인사 태풍이 심상치 않다. 최고 수장인 금융지주 회장을 비롯해 계열사 최고경영자(CEO)들까지 새로운 얼굴들로 속속 바뀌고 있다.
긍정적으로만 보면 '세대교체'다. 그러나 인사들의 면면과 인선 배경이 '관치금융'이 부활 우려를 키우고 있다. 금융당국의 의중이 CEO 인선에 반영되거나 정치권 인사들과 연줄이 닿은 인물들이 부각되고 있다는 평가 탓이다.
이달 들어 신한금융지주, 농협금융지주가 새로운 회장 후보 내정을 완료했다. 신한은 조용병 현 회장이 용퇴하고 그 자리에 진옥동 신한은행장이 올라설 예정이다. 농협은 정부 경제관료 출신인 이석준 전 국무조정실장이 차기 회장으로 내정됐다.
금융권은 교체 배경에 주목한다. 신한금융 조 회장의 경우 3연임 가능성이 높았지만 스스로 "라임사태에 대해 누군가는 책임을 져야한다"며 물러섰다. ▷관련기사 : 예상 깬 신한금융, 차기 회장에 진옥동…이유는?(12월8일)
조 회장 용퇴는 금융당국 의중이 반영된 것이라는 평가가 많다. 금융당국은 징계를 받은 CEO를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메시지를 지속적으로 던져왔다. 조 회장은 라임사태의 책임으로 경징계에 해당하는 '주의' 징계를 받은 바 있다.
농협금융지주 역시 내부 출신으로 농협의 성장을 이끌어온 손병환 회장의 연임이 점쳐졌다. 하지만 최대주주인 농협중앙회는 새로운 인물인 이석준 후보를 앉히기로 했다. 이 후보는 금융위원회 상임위원, 기획재정부 예산실 실장, 2차관 등을 지냈다.
농협금융지주 회장 중 상당수가 '관' 출신 인사였다는 점을 고려하면 놀라운 일은 아니다. 이 후보는 윤석열 대통령 대선 캠프에도 참여했다. 하지만 손 회장의 연임이 유력했고, 본인의 연임 의지도 강했다. 이번 교체에 '보이지 않는 손' 의혹이 제기되는 이유다. ▷관련기사: 외풍 분 농협금융, 신임 회장에 이석준 전 국조실장(12월12일)
앞으로도 국내 주요 금융지주들은 연이어 CEO들을 교체할 예정이다. 이르면 BNK금융지주가 다음주 차기 회장후보를 선출할 예정이다. BNK금융은 김지완 전 회장이 용퇴한 이후 내부 인사들은 물론 외부 인사들 상당수가 줄지어 출사표를 던진 것으로 확인됐다.
부산 출신 정치권 인사와 선이 닿아있는 인사들이 대거 포진됐다는 전언이다. 이명박 정부 시절 '고소영'(고려대 동문, 소망교회 출신, 영남 출신)'으로 불렸던 이팔성 전 우리금융지주 회장이 대표적이다.
우리금융지주의 경우 내년 3월 임기가 종료되는 손태승 우리금융지주 회장이 새해에 거취를 표명키로 했다. 손 회장은 줄곧 연임 의지를 내비쳐 왔지만 금융당국의 노골적 거부에 부딪히고 있다. ▷관련기사: [금융권 인사 태풍]'관치' 소용돌이 속 붕 뜬 우리금융(12월16일)
방향은 내달께 잡힐 전망이다. 우리금융지주 박상용 사외이사는 지난 16일 정기이사회 이후 기자들과 만나 "손태승 회장의 거취는 올해 연말까지는 이사회 차원에서 논의할 계획이 전혀 없다"고 말했다. 또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현명한 판단을 내려달라고 한 만큼 이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도 했다.
우리금융지주의 정관상 임원후보추천위원회는 주주총회 소집통지일 30일 이전에는 최종 결과를 내놔야 한다. 이에 늦어도 2월말까지는 차기 회장후보를 낙점해야 하는 상황이다.
그래도 우리는 플랫폼…제휴 확대하는 카뱅
카카오뱅크가 파트너 찾기에 더욱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카카오뱅크를 통해 다른 금융회사의 상품에 가입토록 하는 이른바 '플랫폼 기업'으로 나아가겠다는 것이다.
카카오뱅크는 최근 한국투자증권, 교보증권과 손잡고 주식투자 서비스 고도화에 나섰다. 한국투자증권과는 카카오뱅크 앱에서 한투증권의 계좌개설, 증권 지수, 개별 종목 시세조회, 증권거래, 자산 현황 등을 한 번에 이용할 수 있는 '국내주식 투자'서비스를 내놨다. 종전에는 증권사 주식 계좌 개설 서비스만 제공했지만 앞으로는 주식정보까지 제공한다.
주식 계좌 개설 서비스에는 교보증권을 새로운 파트너로 합류시켰다. 이에 따라 카카오뱅크에서 가입할 수 있는 증권계좌는 △한국투자증권 △NH투자증권 △KB증권 △하나증권 △신한투자증권 △삼성증권 △미래에셋증권 △교보증권 등 8곳이 됐다.
카카오뱅크 관계자는 "주식 투자가 익숙하지 않은 고객들도 편리하게 주식 투자를 할 수 있도록 서비스를 마련했다"며 "은행 업무 뿐 아니라 투자 플랫폼으로서 진일보한 서비스를 계속 제공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연말 따뜻한 손길 보내는 금융권
연말은 맞아 금융권이 소외계층을 위한 지원에 박차를 가하는 모습이다. 신한금융지주, 하나금융지주, 우리금융지주, 현대해상 등 금융사들은 연말을 맞아 소외계층을 위해 성금을 기탁했다.
신한금융지주는 사회복지공동모금회에 160억원, 우리금융지주는 100억원, 하나금융지주는 150억원의 성금을 맡겼다. 현대해상의 경우 구세군 자선냄비에 3억원의 성금을 기부했다.
이들 금융회사는 금전적인 지원뿐만 아니라 연탄기부, 재능기부 등 사내 직원들의 봉사활동도 연말연시에 연이어 진행한다는 계획이다.
ESG경영 인정받은 신한은행
신한은행이 그룹 전사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과 관련해 지난 13일 환경부가 주관한 '녹색금융 우수기업' 시상식에서 환경부장관상을 수상했다.
신한은행은 △국내 최초 국제기후채권기구 기준 적합 기후채권 5억달러 발행 △한국형 녹색분류체계 적용 녹색채권 1000억원 발행 △국내 금융권 최초 금융자산 탄소배출량 측정시스템 도입 등 녹색금융 활성화를 위한 정책을 추진해 온 바 있다.
신한은행 관계자는 "녹색금융 활성화 노력을 인정받아 이번 상을 수상하게 됐다"며 "앞으로도 정부의 탄소중립 정책에 발맞춰 녹색분류체계의 정착과 녹색금융 활성화를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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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경남 (lkn@bizwatch.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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