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상언의 책과 사람들] 해방 공간의 재일조선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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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일부터 9일까지 한국영상자료원 수집팀 직원인 이지영, 김승경 선생과 일본 도쿄로 출장을 다녀왔다.
조선통신사 연구로 유명한 신기수 감독의 영화를 한국으로 가져 오는 문제를 도쿄필름센터와 협의하고, 이를 계기로 향후 한국영상자료원이 재일동포들의 영화 활동에 대한 영상자료 및 문헌자료를 수집하기 위한 예비조사 차원의 출장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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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지난 6일부터 9일까지 한국영상자료원 수집팀 직원인 이지영, 김승경 선생과 일본 도쿄로 출장을 다녀왔다. 조선통신사 연구로 유명한 신기수 감독의 영화를 한국으로 가져 오는 문제를 도쿄필름센터와 협의하고, 이를 계기로 향후 한국영상자료원이 재일동포들의 영화 활동에 대한 영상자료 및 문헌자료를 수집하기 위한 예비조사 차원의 출장이었다.
일정 중 신주쿠에 있는 조선장학회를 방문했다. 그곳 자료실에 수집되어 있는 문헌자료들을 검토하고 협조를 구하기 위한 목적이었다. 그곳의 서가에는 남북한에서 나온 책과 일본의 우리 동포들이 만든 책들이 지역의 구분 없이 옹기종기 모여 있었다. 남북을 가르는 휴전선도, 특수자료라는 이름을 한 ‘책의 감옥’도 없는 그곳은 통일 후 우리가 만들어야 할 도서관을 미리 보는 것과 같았다.
일본 출장을 계획하면서 해방 후 일본에서 영화 활동을 했던 분들의 유족을 뵐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조선장학회 자료실의 백가대 선생님께 문의를 드렸더니 몇 년 전까지 허남기 선생의 손녀가 그곳에서 근무했다는 말씀을 하셨다. 시인으로 유명한 허남기 선생은 해방 후 일본에서 시나리오 작가로도 활동하며 조선인단체의 활동을 기록하는 영화 제작을 전개한 적이 있다. 다음번 방문에는 문헌자료를 통해선 알 수 없는 허남기 선생에 관한 생생한 이야기를 유족을 통해 들을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기대가 된다.
한국으로 돌아오기 전 ‘해방 공간의 재일조선인사’(푸른역사, 2019)의 저자인 메이지가쿠인 대학의 정영환 선생을 만나 인터뷰를 진행했다. 재일동포 3세인 정영환 선생은 박사학위논문을 정리한 ‘독립으로 가는 험난한 길’이라는 제목의 책을 2013년 발간했다. 일본어로 쓰인 이 책을 2019년 중앙대학교 접경인문학단의 임경화 선생이 ‘해방 공간의 재일조선인사’로 제목을 바꿔 번역, 출간하면서 제13회 임종국상 학술부문 수상하는 등 국내외에서 큰 호평을 받은 바 있다.
교바시역 부근의 커피숍에서 만난 정 선생의 첫인상은 호기심 많은 지적인 청년의 모습이었다. 그는 내가 미리 보낸 질문지에 관한 이야기를 여러 가지 자료들과 함께 들려주었다. 영화에 관해 잘 모른다는 겸손의 말씀과는 달리 그는 해방 후 재일 조선인들의 영화 활동을 이끌었던 여운형의 사촌인 여운각 선생을 인터뷰한 적도 있었고, 해방 직후 조선영화동맹에서 일본으로 파견해 그쪽에서 활동했던 김순명(다른 이름 : 김경기) 선생의 활동을 조사하기도 했다.
한국으로 돌아와 정영환 선생의 책을 다시 집어 들었다. 처음 책을 읽었을 때와 느낌이 달랐다. 한국어판 서문을 읽으며 울컥하는 감정을 감출 수 없었다. 공교롭게도 정영환 선생과의 인터뷰에 동석한 한국영상자료원의 김승경 선생의 할아버지, 내 처의 할아버지 모두 해방 전에 일본에서 생활한 적이 있었다. 해방 전 조선인 노동자들의 생활을 묻는 김승경 선생의 질문에 대해 이러 저러한 이야기를 하시며 자연스럽게 가족 이야기가 나왔고 이 책을 아버지에게 헌정했다는 말을 들었던 게 떠올랐다. 그때 들었던 정 선생의 가족 이야기의 보다 자세한 사정이 한국어판 서문에 있었다. 그는 재일조선인사에 관한 연구를 하면서 일찍 돌아가신 아버지에게 민족은 어떤 의미였는지를 끊임없이 반추했다고 한다.
그에게 재일조선인사에 관한 연구는 사료를 앞에 둔 역사가의 마음으로는 다 담을 수 없는 건지도 모른다. 어쩌면 가장 가까운 위치에 있지만 그렇다고 마음까지 다 알 수 없는 가족들의 마음을 읽어가는 과정이었을 것이다. 그러고 보니 이 책의 페이지 한 장 한 장이 그냥 써지지 않았다는 것은 그의 여전히 지적이고 호기심 가득한 청년 같은 모습이 대변해주는 것은 아닐지.
▲한상언 영화연구소대표·영화학 박사·영화사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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