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뜨끈한 한 그릇' 경기도로 겨울음식 여행 떠나볼까
(수원=뉴스1) 송용환 기자 = 누군가가 먹고 싶은 음식을 물어본다면 이렇게 대답할 듯싶다. “뭔가 따뜻한 국물이 먹고 싶어.”
뜨끈한 국물이 그리워지는 계절이다. 냄비에서 보글보글 끓는 국물 요리는 보는 것만으로도 마음을 훈훈하게 한다.
한우 사골을 푹 고아 만든 소머리국밥, 쫄깃한 면발과 바지락이 어우러진 칼국수 등 겨울에 먹을수록 진국인 맛을 찾아본다. 각 지역의 역사와 문화가 음식에 고스란히 녹아들어 있으니 더욱 흥미롭다. 경기관광공사가 겨울의 맛을 탐닉하며 추위를 잊을 도내 명소들을 소개한다.
◇바다 향 듬뿍, 갯벌이 내어준 선물 ‘화성 바지락 칼국수’
바지락 칼국수는 어디서나 쉽게 먹을 수 있고 조리법도 단순한 편이지만 제대로 맛있게 만들기가 의외로 어려운 음식이다. 바지락 칼국수의 정석이 궁금할 때 화성으로 향하는 것을 추천한다.
바지락 자체의 품질을 논하자면 화성 제부도와 궁평리의 바지락이 제일이라고 화성 사람들은 입을 모은다. 살아 숨 쉬는 갯벌은 사람들에게 풍성한 먹거리를 허락한다.
바지락은 국물 요리와 궁합이 좋다. 국이나 탕에 넣어 육수를 내면 특유의 시원한 맛이 잘 살아난다. 후룩후룩 넘어가는 면발과 갖은 채소, 싱싱한 생물 바지락이 들어간 바지락 칼국수는 그야말로 바다의 맛이다.
제부도로 들어가는 진입로와 제부로의 해안도로를 따라 칼국수 식당이 듬성듬성 있다. 가게마다 조리법은 조금씩 다르지만 바지락과 해산물을 아낌없이 넣어 푸짐하고도 시원한 바지락 칼국수를 먹을 수 있다는 것이 공통점이다.
코끝을 스치는 바다 내음부터 시선 닿는 곳 너머까지 펼쳐진 갯벌, 뜨끈한 칼국수 국물까지 화성의 겨울에는 오감이 생생해지는 즐거움이 있다.
◇장터 장사꾼들과 농부들에게 최고의 패스트푸드 ‘용인 백암순댓국’
용인 백암면에는 끝자리가 1과 6인 날에 열리는 오일장이 있다. 120여 년간 이어져 온 백암장은 한때 소가 하루 150마리 넘게 거래될 정도로 규모가 컸다. 팔도를 다니는 장사꾼들에게는 목 좋은 요지였고, 농부들은 애지중지 기른 소를 팔아 자식을 공부시킬 수 있었다.
이들이 장에서 즐겨 먹는 음식이 있었으니 바로 순댓국이다. 빨리 먹을 수 있고 포만감을 주는 순댓국은 당시 최고의 패스트푸드였을 터. 백암순댓국은 질 좋은 돼지고기가 흔했던 백암 장터에서 아낙들이 순대를 만들고 국물을 부어 팔던 것이 장사꾼들에 의해 입소문이 나며 유명해졌다.
오늘날 장터 내 우시장은 사라졌지만 백암우체국 인근, 순대 음식점이 모여 있는 백암순댓국거리가 그 명성을 잇는다. 백암순댓국에는 세 가지 특징이 있다. 첫째, 순대 껍질에 돼지의 작은창자만을 사용해 식용 비닐을 쓰는 여타 순대와 다르다. 둘째, 순대 소에 채소가 많고 성근 편이다. 이는 소 사이사이로 국물이 충분히 배어들게 해 부드러운 순대를 먹을 수 있게 한다. 셋째, 나오자마자 먹으면 딱 좋을 정도로 뜨끈하게 나온다.
옛 장터에서 그러했듯 밥에 뜨거운 국물을 부었다가 따르기를 반복하는 ‘토렴’ 방식으로 내기 때문. 순댓국 한 그릇을 비우면 갖은 재료가 알차게 들어간 순대 소처럼 배 속이 든든해진다.
◇얼어붙은 속이 풀어지는 고단백 겨울 보양식 ‘광주 곤지암 소머리국밥’
칼바람에 움츠러든 어깨와 헛헛한 속을 달래기에는 국밥만 한 것이 없다. 경기도 광주 곤지암의 소머리국밥은 한우 사골을 고아낸 육수에 밥을 말고 소머리 고기를 큼직하게 썰어 올린 음식이다. 가마솥에 영양 만점 사골과 소머리 고기, 무 등을 넣고 푹 우린 국물은 인스턴트 제품이 흉내 낼 수 없는 깊은 맛을 낸다.
곤지암 소머리국밥은 조선 시대부터 유명했던 것으로 보인다. 한양으로 과거를 보러 갈 때 곤지암을 지나던 선비들이 소머리국밥을 먹고 허기를 채웠다는 것이다. 현대에 들어서는 1980년대 초, 최 모 씨가 자신의 이름을 걸고 곤지암읍에 낸 식당이 문전성시를 이루면서 일대가 소머리국밥 거리로 발돋움했다.
오늘날에는 경강선 곤지암역 인근 대로변에 소머리국밥집이 삼삼오오 모여 있다. 뜨끈한 국물 한 번, 야들야들한 식감의 소머리 고기 한 번, 연거푸 번갈아 먹다 보면 얼어붙은 속이 확 풀어진다. 겨울 보양식으로 손색이 없는 든든한 맛이다.
◇생각의 전환이 불러온 새로운 갈비의 탄생 ‘포천 이동갈비’
작은 생각의 전환이 큰 반향을 불러일으킬 때가 있다. 조리 과정의 변화 역시 우리에게 익숙한 음식을 다른 각도에서 바라보게 한다. 갈빗대를 들고 뜯을 필요가 없는 포천 이동갈비가 그 예다.
이동갈비의 역사는 1960년 포천 이동면에 있던 식당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포천은 군부대가 많아 휴가 나온 군인이나 그들을 보러 온 면회객 손님이 대다수였다. 하지만 당시 고급 음식인 갈비를 주머니 가벼운 20대 군인이 마음껏 먹기는 어려웠을 터.
손님이 뜸해질 것을 걱정하던 식당 주인은 한 가지 묘안을 낸다. 갈비를 작게 자른 일명 ‘쪽갈비’를 고안한 것. 조각 갈비 10대를 이쑤시개에 꽂아 푸짐한 1인분으로 만들고 넉넉한 양과 저렴한 가격으로 승부수를 던졌는데 그것이 오늘의 이동갈비다.
이동갈비 맛의 비결은 달착지근한 양념에 재운 소고기를 참나무 숯불에 굽는 데 있다. 갈비 한 점을 꼭꼭 씹으면 불향과 달달한 양념, 육즙이 번져 코와 입이 동시에 즐겁다.
이동면 장암리 일대에 자리한 이동갈비촌은 여전히 성황이다. 반세기가 넘게 한 자리를 지킨 갈빗집도 여럿. 15년 된 숙성 간장을 사용해 양념갈비 특유의 감칠맛을 살리는 집부터 TV 맛집 프로그램에 여러 번 나온 집까지 가게마다 특징이 뚜렷하다.
syh@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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