답보 상태에 빠진 노란봉투법...단식 보름 넘긴 노동자
[앵커]
지난 여름 대우조선해양 파업을 계기로 촉발된 이른바 '노란봉투법' 논의가 답보 상태에 빠졌습니다.
정부 여당과 경영계의 강력한 반대로 노란봉투법 추진 방침을 밝혔던 민주당조차 의지가 약해진 듯 보이는데요.
법 제정을 간절히 바라는 노동자들은 거리에서 단식 투쟁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송재인 기자의 보도입니다.
[기자]
지난 6월, 대우조선해양 파업 당시 작은 철창에 스스로 가둔 유최안 부지회장.
두 번의 계절이 지난 지금, 그는 국회 앞 거리에 있습니다.
파업의 대가로 원청이 청구한 470억 원대 손해배상 소송에 휘말렸는데, 이를 계기를 시작된 '노란봉투법' 입법 논의는 사실상 멈춘 상태입니다.
유 부지회장이 곡기를 끊은 이유입니다.
[유최안 / 민주노총 금속노조 거제·통영·고성 조선하청지회 부지회장 : 제가 철제 감옥에 들어와 있을 때 민주당 의원들도 많이 오셨거든요. 근본적인 원인을 해소하겠다고 약속했는데…. 바뀐 게 없죠. 바뀐 게 있으면 제가 밥을 굶을 필요가 없죠.]
그의 옆자리를 지키고 있는 유성욱 택배노조 CJ대한통운 본부장은 올해로 단식만 세 번째입니다.
처우 개선을 요구하며 벌인 첫 번째 단식 파업에 사측은 20억 원 상당의 손해배상을 청구했습니다.
[유성욱 / 서비스연맹 택배노조 CJ대한통운본부 본부장 : (노조법 개정안이) 가장 간절한 건 택배 노동자를 비롯한 250만 특수고용 노동자들이죠. 저희가 선택할 수 있는 건 우리 몸으로 항의하는 방법밖에 없는 거잖아요.]
합법 파업에 대해선 손해 배상 책임을 물을 수 없도록 하는 노란봉투법.
정부 여당은 불법 파업에 면죄부를 줄 수 있다며 일찍이 반대의 뜻을 굳혔습니다.
경영계 역시 재산권 침해는 물론 시장 질서가 교란될 수 있다며 반대 목소리를 더욱 키우고 있습니다.
[이동근 / 한국경영자총협회 부회장 (지난 6일) : 대부분 폭력·파괴, 사업장 점거, 출입방해 등 사용자의 재산권뿐만 아니라 다른 근로자에게까지 피해를 미치는 행위를 면책할 수는 없습니다.]
이에 노동계는 다수 의석을 보유한 민주당에 희망을 품어봤지만, 이젠 민주당조차 한발 물러서 있는 분위기입니다.
우선 처리 법안으로 꼽은 게 무색하도록 이태원 참사 국정조사와 화물연대 파업 대응 등 다른 현안에 더 집중해왔습니다.
결국, 정기국회 입법도 이미 불발됐습니다.
'합법 파업 보장법'으로 이름을 바꾸자고 제안하는 등 갈팡질팡하던 민주당이 정기국회에서 한 건 상임위 소위에 법안을 올려둔 정도입니다.
[이용우 / 민변 노동위원회 위원장 : 법사위 문턱이 있다고 하면 (환노위에서) 3/5 의결을 통해 본회의에 부의할 수도 있는데 그런 정족수를 다 충족하는 민주당이 계속 지지부진하다….]
'노란봉투법'이 국회에 멈춰 있는 사이 손해배상이 청구된 노동자들의 단식은 이미 보름을 넘긴 상태입니다.
YTN 송재인입니다.
YTN 송재인 (songji10@yt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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