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만 동물인가요?…소·돼지는 죽어가요" 농장주의 눈물

박상곤 기자, 박수현 기자 2022. 12. 17. 05: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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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7일 충남 보령에서 소를 사육하는 최택순씨는 머니투데이 취재진에게 이같이 말했다.

충남 지역에서 대동물 수의사로 일하는 A씨는 "보통 수의사 1명이 소 1만5000~2만 마리를 맡는다"며 "하루 150㎞ 정도 운전하면서 진료한다"고 말했다.

최씨 또한 "주변 대동물 수의사를 보면 다들 나이가 많은데 거대한 소를 다룰 때 힘에 부치는 일이 많아 진료를 더 이상 맡지 않는 경우를 많이 봤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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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려동물 시대, '대동물 수의사'는 없다]①전국 동물병원 수의사의 82%가 '반려동물' 수의사
2014년 4월 21일 오후 전북 김제의 한 축산농가에서 수의사가 소 구제역 예방접종을 실시하기 위해 소들을 살펴보고 있다. 사진은 기사와 무관함./사진=뉴스1

"진료하는 사람은 바쁘고, 나이 많으면 진료가 힘들고, 젊은 사람은 진출 안 하고…그러니까 수의사가 없죠"

지난 7일 충남 보령에서 소를 사육하는 최택순씨는 머니투데이 취재진에게 이같이 말했다. 소를 180여마리 키우는 최씨는 3개월 전 암소 한 마리가 송아지를 출산하는 과정에서 난산을 겪는 일을 경험했다. 곧바로 평소 진료를 맡기던 수의사에게 전화를 걸었지만 연락이 닿지 않았다.

최씨는 소를 봐줄 다른 수의사를 찾았지만, 지역 내에 시간에 맞춰 찾아올 수 있는 수의사가 없었다. 결국 암소의 난산으로 최씨는 송아지를 떠나보내야 했다. 최씨는 "소를 볼 수 있는 수의사가 적고, 그마저도 수의사가 여러 곳으로 진료를 다녀 바쁘다"며 "주위 축산인들이 불편을 느낀다"고 했다.

축산업계가 대동물을 진료하는 수의사 부족으로 곤란을 겪고 있다. 소나 말과 같은 대동물을 진료하는 수의사가 부족해 가축을 잃는 일이 종종 일어난다는 것이다. 국내에서 사육되는 소가 매년 늘지만 수도권과 거리가 있는 지역을 중심으로 대동물 수의사 수가 부족해 문제로 지적된다.

지난 7월 8일 강원도 평창 산업동물임상교육연수원에서 수의학과 학생들이 소 진료에 대한 교육을 받고 있다. 대한수의사회에 따르면 전국에서 대동물을 치료할 수 있는 동물병원 수의사는 전체 수의사 면허 소지자의 6.5%(1407명)다./사진제공= 산업동물임상교육연수원

대한수의사회에 따르면 전국 수의사면허 소지자 가운데 대동물을 치료하는 동물병원 수의사로 활동 중인 인원은 지난 2월 기준으로 1407명이다. 전국 수의사 면허 소지자(2만1775명)의 6.5%에 불과하다.

실제로 병원을 운영하거나 병원에 고용돼 진료활동을 하는 동물병원 수의사는 7665명의 18%에 불과하다. 나머지 82%(6258명)는 개나 고양이 등 반려동물을 치료하는 수의사다.

대동물을 진료하는 수의사가 부족한 탓에 대동물 수의사 1명이 맡아야 하는 동물 수는 갈수록 늘어난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에서 발표한 축산 관측에 따르면 지난 9월 기준 전국에서 사육되는 소는 한·육우 370만9000마리, 젖소 38만9000마리로 총 409만8000마리다. 지난해 9월 기준으로 통계에 잡힌 402만3000마리보다 1.8% 증가한 수치다. 이 수치로만 단순히 계산했을 때 대동물 수의사 한 명이 맡아야 하는 소는 2912마리에 달한다.

현장에서는 대동물 수의사가 실제로 맡는 소가 훨씬 많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충남 지역에서 대동물 수의사로 일하는 A씨는 "보통 수의사 1명이 소 1만5000~2만 마리를 맡는다"며 "하루 150㎞ 정도 운전하면서 진료한다"고 말했다.

전북 김제에서 동물병원을 운영하는 이한경 행복을 찾는 동물병원 원장도 "김제에 있는 소 5만여마리를 수의사 9명이 진료한다"며 "(단순하게 나누면) 1인당 5500마리를 진료하는 것이지만 실제로는 연령과 경력에 따라 (맡는 마릿수가) 다르다. 동시에 여러 연락이 오면 어쩔 수 없이 더 급한 곳으로 순서와 거리를 따져 움직일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대동물 수의사의 평균 연령이 높아져 체력적인 부담으로 진료가 어려운 경우도 생긴다. A씨는 "40대인 저를 제외한 지역 내 대동물 수의사들이 거의 다 50대 후반"이라며 "대동물 수의사 평균 연령이 높다"고 말했다. 최씨 또한 "주변 대동물 수의사를 보면 다들 나이가 많은데 거대한 소를 다룰 때 힘에 부치는 일이 많아 진료를 더 이상 맡지 않는 경우를 많이 봤다"고 전했다.

대동물 수의사 부족 현상은 도시보다 시골 지역에서 두드러진다. A씨는 "대동물 수의사 문제도 도농격차가 크다"며 "수도권이나 대전에 가까운 지역은 생활 터전을 도시로 잡을 수 있어서 수의사가 어느정도 있는 편"이라고 말했다. 충북 괴산에서 축산농가를 하는 B씨도 "과거에는 수의사 부족으로 왕진 오는 데만 한 시간이 넘게 걸리기도 했다"고 했다.

박상곤 기자 gonee@mt.co.kr, 박수현 기자 literature1028@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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