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정치 싸움에 빈껍데기 되어 가는 기업 투자 활성 법안
내년 예산안을 볼모로 잡은 민주당의 반대로 법인세 인하, 반도체특별법 등 정부의 주요 정책들이 누더기가 될 상황이 됐다. 법인세법은 국회 통과가 불발되거나 통과되더라도 1%포인트 내외의 형식적 인하에 그칠 가능성이 커졌고, 반도체법에선 수도권 대학 반도체 학과 증원 등의 핵심 조항이 빠진 채 국회 상임위를 통과했다. 기업 활력을 높여 경제를 활성화시키겠다는 전략에는 크게 미흡하다.
전 정권이 떠넘긴 국가 부채 1000조원의 부담, 미국발 금리 인상 때문에 지금 정부가 돈을 풀거나 금융을 완화하는 재정·통화 정책을 쓸 수가 없다. 유일하게 가능한 카드는 기업들이 투자를 늘리도록 하는 것인데, 정부는 법인세를 낮춰 투자를 촉진하고 고용을 늘리는 정책을 채택했다. 정부안대로 법인세 최고 세율을 3%포인트 내리면 경제 성장을 3.4% 끌어올리는 효과가 있다고 KDI는 분석했다. OECD 평균보다 높은 법인세율의 족쇄를 풀어줘야 우리 기업들이 외국 기업들보다 불리한 조건에서 경쟁하는 것도 막을 수 있다.
하지만 민주당은 ‘재벌 특혜’ ‘초부자 감세’라면서 법인세 인하를 거부해왔다. 민주당의 반대가 계속되자 국회의장은 최고세율 인하 폭을 정부안의 3%포인트에서 1%포인트로 낮춘 중재안을 제시했다. 민주당은 중재안을 받겠다고 했지만 국민의힘은 중재안 수용을 보류한 상황이다. 법인세 인하 1%포인트 인하 정도로는 기업 투자를 확대해 경제를 활성화시키는 효과를 기대하긴 어렵기 때문이다.
반도체특별법도 국회 심의 과정에서 핵심 내용은 빠진 채 여야가 타협하는 어정쩡한 모양이 돼버렸다. 반도체 산업단지 지정 인허가 요건 완화만 합의됐을 뿐 반도체 업계가 강하게 원했던 수도권 대학 반도체 학과의 정원 확대 조항은 삭제된 채 상임위를 통과했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가 “지역 균형 발전에 반한다”는 입장을 고수한 것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또 다른 반도체 세제 관련 법안의 핵심 사항인 ‘투자액 20% 세액공제’(대기업 기준)도 흔들리고 있다. 민주당은 세액 공제를 10% 이상은 해줄 수 없다는 입장이어서 예산안 통과를 위해 이 정도 선에서 타협이 이뤄질 가능성이 커졌다. 경쟁국 대만은 반도체 투자의 세액공제 비율을 25%로 높였는데, 한국 야당은 10% 이상은 못 해준다며 발목을 잡고 있다.
민주당은 “재벌 특혜”라고 주장하나 틀린 말이다. 반도체 지원 관련법은 특혜를 주는 게 아니라 다른 나라보다 불리한 행정·세제의 ‘기울어진 운동장’을 경쟁국 수준으로 맞춰 공정한 경쟁을 할 수 있게 해주자는 것이다. 경제 위기 돌파에 꼭 필요한 정책을 정치적 흥정물로 삼아 좌초시켜선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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