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가입은 돼도 탈퇴는 안 돼’ 민노총 조폭 행태에 장단 맞춘 노동부

조선일보 2022. 12. 17. 03: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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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월 경북 포항시 남구 제철동 포스코 포항제철소 공장 외부에 출하하지 못한 제품이 쌓여 있다./연합뉴스

노동부가 포스코 노조의 민노총 탈퇴 신고를 반려했다. 포스코 노조가 투표로 민노총 탈퇴를 결정했는데 이 투표 총회 소집을 민노총에서 제명당한 노조 집행부가 소집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노동부 논리가 맞는다면 포스코 노조는 영원히 민노총 탈퇴가 불가능하다. 노조원 모두가 동의해도 민노총이 먼저 집행부를 제명해버리면 방법이 없다. 노조 선택권이 보장된 복수 노조 시대에 있을 수 있는 일인가.

포스코 노조 집행부가 민노총 금속노조 탈퇴 투표를 공고한 것은 지난 10월 말이다. 그러자 민노총 금속노조는 이를 구실로 포스코 노조 집행부를 전원 제명했다. 누가 봐도 탈퇴 투표를 공고한 데 대한 보복이자 이후 이들이 진행하는 모든 탈퇴 절차를 무효화하기 위한 노골적인 방해 공작이었다. 금속노조 포스코지회 규약은 총회 소집권자를 지회장으로, 지회장 부재 시에는 수석부지회장으로 정했다. 이를 아는 민노총은 집행부 전원 제명으로 총회 소집권자 자체를 없애버리는 방법으로 총회 소집을 원천봉쇄했다.

민노총 방해에도 포스코 노조는 지난달 28~30일 총회를 열고 금속노조 탈퇴안에 대해 69.93% 찬성으로 탈퇴를 결정하고 노동부 포항지청에 이를 신고했다. 그런데 노동부 포항지청이 민노총에 의해 제명된 집행부의 총회 소집이 규약에 어긋난다며 신고를 반려했다. ‘가입은 돼도 탈퇴는 안 된다’는 것은 조폭 영화에서나 나오는 내용이다. 그런 행태를 민노총이 노골적으로 보이고 있는데 정부 기관이 이에 장단을 맞추고 있다. 정부는 노예계약으로 악용된 규약을 문제 삼지 않고 오히려 포스코 노조의 민주적 결정을 문제 삼았다.

이번 일은 이탈하는 노조에 대해 보복을 일삼는 민노총의 조폭 행태가 근본적 문제다. 이럴수록 노동부는 근로자의 총의를 존중해 노조를 보호하고 민노총의 갑질 행태를 규제해야 한다. 포스코 노조원들은 민노총이 조합비는 받아가면서 노조 활동에 아무런 도움을 주지 않는다는 이유로 탈퇴를 결정했다. 이 결정에 회사가 개입하지도 않았다. 그런데 노동부는 탁상행정으로 민노총 편을 들었다. 아무리 공무원들이 책임지지 않을 궁리만 한다고 해도 이 경우는 너무하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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