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치! 코리아] MZ세대가 선호하는 당대표의 조건
대선 분위기가 달아오르던 지난해 6월, 더불어민주당의 이낙연 전 대표가 서울 종로에 있는 게임 전용 경기장 롤파크를 찾아 리그오브레전드 게임을 하는 모습을 공개했다. 의도는 뻔했다. 2030세대에게 인기 있는 게임을 체험하는 모습을 보여줘 그들의 관심을 끌고 지지를 호소하려는 전략이었다. 비슷한 시기 정세균 전 국무총리는 힙합 퍼포먼스 영상을 틱톡에 올렸고, 박용진 의원은 브레이브걸스의 ‘롤린’에 맞추어 춤추는 모습을 선보였다. 리그오브레전드와 틱톡과 롤린, 모두 2030에게 인기 있는 콘텐츠였지만 정작 청년들 반응은 시큰둥했다. 열렬한 지지자들이나 그들의 회춘에 열광했을 뿐이다.
청년들을 향한 대선 주자들의 구애가 ‘흑역사’가 된 이유는 간단하다. 진정성이 없었던 것이다. 이낙연 전 대표는 굳이 리그오브레전드를 할 필요가 없었다. 만일 그가 갤러그나 테트리스 같은 옛날 게임이라도 평소에 즐겨왔고, 게임 산업에 대한 약간의 식견이라도 보여주었다면 반응은 달랐을 것이다. 하지만 어쩌다 하루 하는 체험은 말 그대로 단편적 소통이요 껍데기뿐인 구애라는 걸 청년들은 모르지 않았다.
뜬금없이 이낙연 전 대표 얘기를 꺼낸 건 국민의힘 주호영 원내대표가 한 말 때문이다. 얼마 전 그가 한 토론회에서 “차기 당대표는 MZ세대에게 인기 있는 대표여야 한다”고 말하면서 이른바 ‘MZ세대 대표론’이 촉발되었다. 그의 발언을 많은 언론이 “한동훈 법무부 장관을 겨냥한 발언”이라고 해석했다. 그러자 주 원내대표는 “일반론을 말한 것”이라며 과도한 해석이라고 반박했다. 사실 한동훈 장관을 겨냥한 것이냐, 혹은 그가 정말 청년들에게 인기가 있느냐 하는 건 중요하지 않다. 설령 한 장관이 청년층에게 어필할 수 있는 인물이라고 하더라도, 당이라는 전제 조건이 바뀌지 않는 한 큰 변화를 가져오긴 어려울 것이기 때문이다. 당 자체가 바뀌지 않는데 청년층에게 인기 있는 사람을 앉히면 저절로 인기가 따라올 거라는 생각은 안이할 따름이다.
중요한 건 형식이 아니라 본질이다. 2019년 당시 자유한국당은 유튜버들과 종종 간담회를 갖고 소통했다. 청년층 지지율이 바닥을 기던 때였다. 황교안 대표는 청년층이 유튜브를 많이 보니 그거로 소통하면 지지를 끌어올릴 수 있으리라 판단한 모양이다. 그래서 그랬는지 유튜버 관리에 각별한 애정을 쏟았다. ‘보수 유튜버 챙기기 논란’이 일 정도였다. 하지만 이듬해 총선은 역대 최악급 참패. 유튜브는 그저 채널일 뿐, 그걸 통해 어떤 메시지를 전달할 것인가를 간과한 결과였다.
메시지는 그대로인데 형식만 젊게 바꾼다고 MZ세대가 지지하는 게 아니다. 유권자들이 바보가 아닌 한, 선거 앞두고 한두 번 보여주는 행사와 입에 발린 공약이 먹힐 리도 없다. 그런 점에서 정치에 대한 인상은 빅데이터와 같다. 평소엔 종북 세력이니 검찰 개혁이니 청년들은 관심도 없는 정쟁을 일삼다가 선거 앞두고 민생 챙기는 척 태세 전환을 한다고 지지를 얻긴 어렵다.
적어도 MZ세대에게 산업화와 민주화 담론은 유통기한이 다했다. 이들이 나고 자란 시대는 그 시절의 욕망이 모두 해소된 시대였기 때문이다. 대신 IMF 외환 위기나 글로벌 금융 위기처럼 걸핏하면 일어나는 세계적 경제 위기가 이들의 삶을 위협하고 있다. 청년들이 처한 상황에 공감하고 이들의 먹고사는 문제, 즉 ‘먹고사니즘’을 이해하는 인물이라야 MZ세대의 인기를 얻을 수 있다. 이런 문제에는 나 몰라라 하면서 애들 흉내나 내는 어른이 아니라, 믿고 따를 수 있는 어른다운 어른이 되어야 한다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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