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시각] 지방대 살아야 지역도 산다

김태주 기자 2022. 12. 17. 0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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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 12일 대전시 한 대학교에서 대전시교육청 주최로 열린 2023학년도 정시 대전·충청지역 대학입학정보박람회가 참가자가 저조해 썰렁한 모습이다./뉴스1

“실험 기자재 살 예산이 어디에 있어요. 비 올 때마다 물이 뚝뚝 떨어지는 강의실 천장도 고칠 돈이 없어 허덕이는데….” 충청권 국립대 시설관리과장 A씨가 하소연했다. 갑자기 여러 건물에서 고장 민원이 들어오는 날이면, 시설관리과 직원들은 각각 흩어져 ‘견적’을 뽑아 모은다. 그런 뒤 급한 순서를 매긴다. 전부 고칠 예산이 없으니 상대적으로 심각성이 떨어지는 고장은 예산이 더 들어올 때까지 미뤄두는 것이다. 대학에 작동을 멈춘 냉난방기와 승강기가 점점 늘어나는 이유다.

‘벚꽂 피는 순서대로 망한다’는 속설은 더 이상 먼 미래가 아니다. 대학이 망하는 데는 여러 원인이 복합적으로 얽혀 있지만 궁극적으로는 돈 문제다. 지방대의 극심한 재정난은 노후 시설과 교육·연구 투자 감소로 직결된다. 이는 부메랑이 돼 학생 기피와 등록금 수입 감소로 돌아오고, 이 때문에 교육 환경은 더 열악해진다. 신입생 수와 연구 성과는 대학 평가에도 영향을 미치니 교육부의 지원금도 줄어든다. 이 구조가 고착된 지방대가 외부 지원 없이 악순환을 벗어나기란 쉽지 않다.

A씨는 이를 두고 신라 시대의 골품제(骨品制)에 빗대며 “계급 최하위에 있는 ‘평민 대학(지방대)’들은 아무리 발버둥 쳐도 굶어 죽게 되는 구조”라고 표현했다. 대학 골품제의 최상단에 있는 ‘성골 대학’은 과학기술원(한국과학기술원·대구경북과학기술원·광주과학기술원·울산과학기술원)이다. ‘진골 대학(서울대와 서울 주요 사립대)’과 ‘6두품 대학(수도권 대학)’이 뒤를 잇는다. 과기부 특별법으로 전액 정부 지원으로 운영하는 과학기술원은 작년 한 해 동안 학생 1인당 교육비를 평균 8400만원 투자했다. 지방 대학 중에서도 그나마 처지가 나은 경북대·전남대·충남대 등 ‘지방 거점 국립대’의 4배 수준이다.

재정 위기가 불러온 악순환을 끊어내려면 건실한 지방대 지원을 늘려야 한다. 초·중등 교육에 쓰이는 지방교육재정교부금 중 교육세 3조원을 떼어 대학에 지원하는 고등·평생교육지원특별회계를 신설하겠다는 교육부의 발표가 반가운 이유다. 3조원으로 대학의 재정 위기가 시원하게 해소되진 않겠지만 가뭄에 단비가 될 수 있으리란 기대감은 있다. 이를 통해 고등교육 추가 지원 논의가 시작되는 것부터가 ‘평민 대학’ 처지에선 한 줄기 빛이다.

일각에선 ‘경제 논리에 따라 살아남는 대학들만 남게 내버려 두자’는 의견도 나온다. 진짜 부실한 대학은 정리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하지만 지방대의 몰락은 곧 지역 위기를 초래한다. 나아가 국가 경쟁력에도 나쁜 영향을 미친다. 지방대가 인재를 배출해야 지역이 살고, 지역이 살아야 나라의 균형 발전과 국가 경쟁력이 따라올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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