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버드 386년만에 첫 흑인 총장… “선구적 역할하겠다”

김동현 기자 2022. 12. 17. 0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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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로딘 게이 제30대 총장 선출
미국 하버드대학이 차기 총장으로 임명한 클로딘 게이(52) 문리학부 학장. 그는“현재 직면한 과제에 과감하고 용감한, 또 선구적인 대처를 해나가겠다”고 말했다. /하버드대학

미국 하버드대학에서 최초로 흑인 총장이 탄생했다. 하버드대는 클로딘 게이(52) 문리학부 학장이 제30대 총장으로 선출됐다고 15일(현지 시각) 발표했다. 1636년 세워진 하버드대에서 흑인이 총장에 오른 건 처음이다. 게이 학장은 또 하버드대 사상 두 번째 여성 총장이라는 타이틀도 얻게 됐다.

게이 학장은 이날 당선 연설에서 “하버드대는 새로운 도전에 대처하고 극복해 온 역사가 있다”며 “이 특별한 힘을 등에 업고 현재 직면한 과제에 과감하고 용감한, 또 선구적인 대처를 해나가겠다”라고 말했다. 그는 “오늘날 우린 사회, 정치, 경제, 기술적으로 놀랍도록 빠르게 변화하는 순간 속에 살고 있다”며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고, 또 우리는 그 속에서 어떠한 관계를 맺어야 하는지에 대한 시험이 쏟아지고 있다”고도 했다. 총장 임기는 내년 7월 시작한다.

1970년 뉴욕의 아이티 이민자 가정에서 태어난 게이 학장은 어린 시절 뉴욕에서 지내다 미 육군 공병대에서 일하는 아버지를 따라 사우디아라비아에서 살았다. 이후 미국에 돌아와 스탠퍼드대학에서 경제학을 전공했다. 1998년 하버드대에서 정치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그는 박사 학위 논문으로 대학으로부터 정치학 분야 최고 논문상을 받았다.

게이 학장은 2000년 스탠퍼드대 정치학과에서 교수 생활을 시작했고, 2006년부터 하버드대 행정학 및 아프리카인·아프리카계 미국인 연구 교수로 재직했다. 그는 흑인 등 소수 인종의 선출직 진출이 정부에 대한 국민 인식에 어떠한 영향을 미치는지, 또 빈곤층에 대한 주택 등 거주 지원 정책이 이들의 정치 참여로 이어지는지 등을 주로 연구했다고 미 뉴욕타임스는 전했다.

그는 2015년 하버드대 사회과학 학장직, 3년 뒤 하버드대에서 가장 큰 규모인 문리학부 학장직에 올랐다. 하버드대는 “학생들의 교육 접근과 기회를 확대하고, 민족과 빈곤, 이주 문제 등 분야에서 새로운 에너지를 가져오려 노력했다”며 “코로나 팬데믹 기간 지역사회 건강과 학업 연속성 유지라는 두 가지 목표를 효과적으로 이뤄냈다”고 평가했다. 게이 학장은 캘리포니아 공공정책 연구소와 스탠퍼드대 행동과학 고등연구센터, 하버드대 래드클리프 고등연구소 일원으로도 활약했다.

하버드대 학장 추천위원회 위원장 페니 프리츠커 전 미 상무부 장관은 그에 대해 “빼어난 직업적 성취들에도 불구하고 훌륭한 성품과 분야를 넘나드는 호기심, 다른 사람의 기회를 위한 헌신 등 개인적 자질이 훨씬 인상적이다”라며 “모든 학생에게 깊은 영감을 줄 것이라고 확신한다”고 말했다.

한편 미 워싱턴포스트, 뉴욕타임스 등 매체들은 이번 임명이 하버드대의 아시아계 미국인 입학 차별에 대한 연방대법원 소송 최종 판결을 앞두고 이뤄졌다는 점을 짚으면서 “하버드대가 첫 흑인 총장을 뽑아 인종차별 의혹을 불식하려 한다”고도 해석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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