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튼, 주말] 건배사
거리 두기 해제 후 처음 맞는 연말이라 송년회가 많이 열리지요? 송년회에 빠지지 않는 게 건배사라는데, 요즘은 MZ세대들이 올드하다고 여긴대서 그마저도 사라지는 듯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굳이 건배사를 주문하는 자리가 있기 마련이라 몇 개는 챙겨 가야 하는데요, ‘나이야, 가라!’ ‘청바지(청춘은 바로 지금)’ ‘사이다(사랑을 이 술잔에 담아)’, 오바마(오빠가 바래다줄게 마셔)’류의 건배사를 하면 또 구식이라고 놀림받는다고 해서 골이 아프더라고요.
그러던 중 최근 아주 멋진 건배사를 발견했습니다. ‘중꺾마’. ‘중요한 건 꺾이지 않는 마음!’의 줄임말로 이번 카타르 월드컵에서 16강에 진출한 뒤 우리 대표팀 손흥민 선수가 이 말을 해서 순식간에 최고의 월드컵 유행어가 됐지요.
그런데 중꺾마의 원조는 따로 있습니다. 아주말 열성 독자 분들은 눈치채셨겠지만, 지난 3일자 커버로 소개된 롤드컵 우승자 데프트(김혁규)입니다. 저희 세대만 해도 게임을 잘 모르지만 20-30대 남성들에게 롤드컵의 페이커나 데프트 선수는 방탄소년단도 따를 수 없는 우상이라고 하네요. 손흥민 선수 역시 롤드컵에서 나온 이 말을 인용해 소감을 말하지 않았을까요.
중꺾마로 감동을 준 주인공은 또 있습니다. 지난 10일 자 커버로 소개된 다이소 창업자 박정부 회장입니다. 45세에 직장을 잃고 절망했지만 가족보다 먼저 죽을 수 없다는 일념으로 꺾이려던 마음을 다시 일으켜세우고 1000원짜리 상품을 팔아 연 3조 매출을 올리고 있는 ‘국민 가게’를 만든 주인공. 저는 박 회장의 ‘난 아직도 고객이 두렵다’는 말에서도 감동을 받았습니다. 팔순을 바라보는 데다 성공까지 했으면 자신이 무조건 옳다고 여기기 쉬운데, 박 회장은 자신이 틀릴 수도 있다는 생각에 늘 고객의 취향과 관심사를 관찰하고 전 세계 트렌드를 살핀다지요. 경청하고 살피는 것. 개인은 물론, 경영이나 정치하는 모든 분들이 귀감 삼으면 좋을 것 같습니다.
그래서 이번주 뉴스레터에는 ‘중꺾마’의 또다른 주인공 우상혁 선수의 인터뷰를 배달해드리겠습니다. 2020 도쿄올림픽에서 높이뛰기 종목 4위로 돌풍을 일으키며 세계의 주목을 받은 우 선수는 “(실패해도) 괜찮아!”를 외치며 관중의 응원을 즐겁게 유도해내는 모습이 감동을 안겼지요. 최근 열린 세계육상선수권 대회에서는 은메달을 따냈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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