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시론/김희성]노동개혁이 성공하려면

김희성 한국고용노사관계학회장·강원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2022. 12. 17. 0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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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신과 일자리 창출 위한 노동시장 개혁 절실
성장과 고용 함께 가는 ‘노동법 현대화’ 필요
정부 역량 집중, 노사 모두에 신뢰감 줘야한다
김희성 한국고용노사관계학회장·강원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노동선진국들은 지속적인 성장동력 강화를 위해 노동시장 유연성 제고와 노사관계 구조개혁을 추진하고 있고, 우리나라 또한 혁신성장과 일자리 창출 확대를 위해서는 노동시장의 개혁이 필요한 상황이다. 그러나 현재 우리나라의 노동법과 제도는 디지털 전환 시대에 따른 혁신과 경쟁력을 위한 규범적 인프라로서 역할이 미흡한 상태다. 이제는 글로벌 경쟁에서 우위를 차지하고 지속적인 일자리 창출과 국민 삶의 질 향상을 위해서, 시대변화 및 기술발전에 따른 광범위한 사회 변화를 반영한 새로운 미래 노동법으로의 바람직한 개편 모델을 제시하고, 그러한 지향점으로의 법제도 개선을 위한 전략을 모색해야 한다.

특히 디지털 전환 시대의 노동정책의 방향과 과제는 노동시장의 객관적 실태를 가능한 한 정확히 반영해 자율과 혁신 그리고 공정의 가치에 부합하도록 노동규범의 내용을 개선하는 것이 주된 방향이 되어야 할 것이다. 12일 미래노동시장연구회가 발표한 노동개혁 관련 권고안에서 “공존하는 ‘공정한 노동시장’, 구성원 각자의 창의적 능력이 극대화되는 ‘자유롭고 건강한 노동’의 시대”를 위한 개혁이 필요하다고 한 것은 노동개혁의 방향을 정확하게 가늠하고 있는 것이다.

한마디로 노동개혁은 ‘노동법의 현대화’다. 고용과 수익의 안정이 유연화와 함께 균형관계를 유지하고, 거시적 관점에서는 성장과 고용이 함께 가는 노동법의 재구성이다. 이를 위해 우선 해결해야 할 과제로 노동법, 특히 근로기준법에서 가장 중요한 근로조건인 근로시간과 임금에 대해 미래노동시장연구회의 권고안에서 보는 바와 같이 이번 정부가 우선적으로 개혁하겠다는 것은 제대로 된 개혁의 출발점이라 볼 수 있다. 다만 연장근로시간 관리 단위 확대보다는 궁극적으로 1일 8시간 근로시간 상한 폐지와 근무일 간 11시간 이상 연속휴식시간 보장으로 가야 할 것인데 1일 근로시간 상한 폐지가 제외된 점, 또한 노동시장 이중구조의 해소와 관련해 그 본질은 정규직의 과보호 문제의 해결에 있는 것인데 이러한 것을 적시하지 않고 있는 점 등이 아쉽다.

그리고 미래노동시장연구회의 추가개혁과제 중 자율과 책임의 노사관계 구축을 위한 법·제도 개선에서는 헌법이 보장하고 있는 노사의 기본권이 조화될 수 있는 범위 내에서 집단적 노사관계의 개선방향을 모색하겠다는 취지가 엿보인다는 점에 긍정적인 평가를 내린다. 노사 간의 대등성은 교섭단계에서뿐만 아니라 쟁의단계에서도 보장될 때 실질적으로 가능하게 되므로 교섭과 쟁의체계가 전체적으로 원칙적 대등성하에서 기능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법질서의 과제다. 그 구체적인 개선방향으로는 쟁의행위 중 대체근로의 허용, 직장점거의 전면금지가 있을 것이다. 다음으로 노사 당사자 모두의 권리남용을 방지하고 노사가 다 같이 자율과 책임을 기초로 한 합리적인 노사관계를 구축하기 위해서는 부당노동행위제도의 개선이 필요하다. 구체적인 개선 방향으로는 노조의 부당노동행위 신설, 부당노동행위 처벌조항 삭제가 그것이다.

최근 화물연대 등의 집단적 운송거부에 대해 정부가 법치주의 원칙을 고수한 것은 상당히 의미 있는 일이다. 화물연대는 노조법상 노동조합도 아니고 개인사업자단체로 그들의 집단적 운송거부는 노동법의 영역을 벗어난 것이다. 이번 정부의 대응은 현대 민주주의 국가의 근간인 법치주의를 관철하려는 것으로 법 테두리 내의 행위는 보장하지만, 법의 영역을 벗어나는 위법한 행위는 관용을 베풀지 않겠다는 점을 명확히 한 것이다. 한편 서울교통공사와 한국철도공사 노사가 파업 하루 만이거나 파업 일보 직전에 파업을 피하기 위한 적극적인 노력으로서 서로 양보하고 극적인 합의를 이룬 것에 대해서도 주목해야 한다. 이러한 합리적인 교섭과 타협이야말로 오늘날 바람직한 노사관계의 모습인 것이다. 대화와 타협을 통한 상호 신뢰의 노사관계를 구축하기 위해서는 단기적 이익의 관점에서 문제를 바라볼 것이 아니라, 노사 모두가 보다 장기적인 관점에서 문제해결을 위한 노력을 지속적으로 할 필요가 있다.

그리고 국정의 최고책임자인 대통령이 노동개혁을 위해 주도적으로 리더십을 발휘해야 한다. 대통령이 노동개혁 국정과제 추진 의지를 밝히고 정부의 역량을 집중하는 것을 보여야 노사 모두에 신뢰감을 주게 되어 노동개혁이 성공할 수 있을 것이다. 오늘날 디지털 전환 시대에 따른 노동사회의 위기는 새로운 기회이기도 하다. “‘자유롭고 건강한 노동’의 시대”로의 이행을 저해하는 현행 노동법·제도의 개선을 적극적으로 모색할 시점임을 다시 한 번 명확히 인식할 필요가 있다.

김희성 한국고용노사관계학회장·강원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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