檢 저인망식 야권 수사로 미제사건 늘고, 국민도 피로감[광화문에서/황형준]

황형준 사회부 차장 2022. 12. 17. 0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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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원지검 형사부 검사들 캐비닛에는 최근 처분되지 않은 이른바 '미제사건'이 매달 1인당 200∼300건씩 쌓이고 있다고 한다.

지난해 1월 검경 수사권 조정 이후 검찰 송치 사건이 줄면서 지방검찰청 미제사건이 한 달에 1인당 50∼100건으로 줄었다는 이야기를 들은 게 불과 1년여 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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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형준 사회부 차장
수원지검 형사부 검사들 캐비닛에는 최근 처분되지 않은 이른바 ‘미제사건’이 매달 1인당 200∼300건씩 쌓이고 있다고 한다. 지난해 1월 검경 수사권 조정 이후 검찰 송치 사건이 줄면서 지방검찰청 미제사건이 한 달에 1인당 50∼100건으로 줄었다는 이야기를 들은 게 불과 1년여 전이다.

수원지검의 이런 상황은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변호사비 대납 의혹 수사에서 시작됐다. 정작 해당 사건 수사의 실마리가 풀리지 않는 동안 수사는 전방위적으로 확산되며 쌍방울그룹의 배임·횡령 의혹과 이화영 전 국회의원의 뇌물수수 의혹으로 번졌다. 이제는 쌍방울과 KH그룹 등이 관여된 대북송금 의혹으로까지 확산되고 있다. 이 대표와 관련된 진술이 나오지 않다 보니 주변으로 파고들며 저인망식 수사를 벌인 것이다.

이 과정에서 수원지검은 관련 수사에 ‘올인’했다. 주무부서인 형사6부와 공공수사부에 이어 다른 형사부와 방위사업산업기술범죄수사부 등의 소속 검사들을 관련 수사팀에 파견했다. 다른 검사가 하던 일을 갑자기 떠안게 된 검사들 사이에선 원성이 자자하다. 해를 넘기기 전 밤새워 일해도 미제사건이 줄지 않기 때문이다.

이는 수원지검만의 문제가 아니다. 성남지청에선 성남FC 후원금 의혹을,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1·3부는 대장동 개발사업 특혜 의혹과 이 대표 측근들 수사에 화력을 집중하고 있다. 반부패수사2부는 민주당 이정근 전 사무부총장에서 시작된 노웅래 의원 뇌물 의혹을 맡았다. 중앙지검 반부패수사1∼3부가 모두 야권만 겨냥하는 것도 이례적이다.

서해 공무원 피살 사건과 탈북 어민 강제 북송 사건(서울중앙), 월성원전 조기 폐쇄 의혹(대전), 블랙리스트 의혹(서울동부), 문재인 전 대통령 사위의 이스타항공 취업특혜 의혹(전주) 등 전국 지검도 문재인 정부 청와대를 타깃으로 한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 반면 국민의힘 소속 국회의원이 연루된 사건으로 알려진 건 창원지검에서 진행되는 하영제 의원의 정치자금법 위반 사건 정도다.

이에 대해 검찰은 “지난 정부에서 수사를 막았던 사안”이라거나 “(혐의가) 나오는 대로 수사를 할 뿐”이라고 해명한다. 하지만 ‘나오는 대로’ 수사하는 게 아니라 야권의 비위가 ‘나올 때까지’ 수사하고 있다고 보는 시각도 적지 않다. ‘한 놈만 패는’ 수사는 윤석열 정부의 슬로건인 공정과 상식에도 부합하지 않는다.

검찰이 정치적 사건을 파고드는 사이 민생사건 처리는 지연되고 있다. 수도권에서 일하는 한 부장검사는 “지방의 소규모 지청 검사들을 정치적 사건에 다수 투입하거나 파견 보낸 결과 지청에서도 미제사건이 폭증하고 있다. 형사부 인력 부족을 공판부 검사로 메우다 보니 공판 대응 역량도 급격히 줄어 무죄 선고 사건이 늘고 있다”는 분위기를 전했다.

5년 전 적폐청산 수사 때 과거 정부와 현재 여권을 상대로 전방위적 수사가 이뤄졌다. 당시에도 2017년 해가 넘어갈 무렵부터 ‘적폐청산 피로감’이라는 말이 많이 거론됐다. 도려내야 할 부위만 빠르게 절제하는 외과의사식 수사를 다시 상기해 봐야 할 때다.

황형준 사회부 차장 constant2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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