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1% 전장연이 장애인 혐오 키워… 내주 출근길 맞불시위”

박지민 기자 2022. 12. 17. 0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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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 연대’ 김민수 대표

지난 15일 출근길의 서울 지하철 4호선 삼각지역. 출근길 지하철에 천천히 타고 내리는 방식 등으로 열차 출발을 지연시켜 온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전장연) 관계자들이 시위를 시작하려던 참이었다. 그때 앞을 막아선 사람들이 있었다. ‘지하철 운행 정상화를 위한 장애인 연대(장애인 연대)’ 회원 10여 명이다. 이들은 엘리베이터 앞에서 박경석 전장연 상임대표의 승강장 진입을 막았다.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전장연)의 지하철 탑승 시위가 이어진 14일 오전 서울 용산구 삼각지역에 경찰들이 근무를 서고 있다. 이날 전장연 회원들의 지하철 내 사다리 반입 시도로 당고개 방면 열차 1대가 무정차 통과했다. 2022.12.14/뉴스1

16일 경기 시흥시의 장애인자립생활센터에서 본지가 만난 장애인 연대 김민수(55) 대표는 “지하철 운행 방해 시위는 장애인에 대한 혐오감만 키울 뿐”이라며 “앞으로 물리적 충돌도 불사해가며 전장연의 불법 시위를 막겠다”고 했다. 김 대표는 약 30년 전 공사장에서 떨어져 다리를 다쳐 장애인이 됐다고 했다. 현재 자립생활센터 소장을 맡고 있다.

김 대표는 올 초부터 장애인 지원 활동 등을 하는 동료들 사이에서 전장연의 승하차 시위가 부적절하다는 이야기가 많이 나왔다고 했다. 그는 “활동을 해온 선배들과 동료들이 30년 가까이 전국 각 지역에서 다양한 프로그램과 교육으로 장애인에 대한 인식을 개선하기 위해 애써 왔다”며 “전국의 등록 장애인이 260만명이 넘는데, 그 0.1%도 안 되는 전장연 때문에 장애인들에 대한 인식이 망가지는 것을 두고 볼 수만은 없었다”고 했다. 그는 전장연의 지하철 시위 방식을 강하게 비판했다. 장애인들이 논쟁하고 다퉈야 할 대상은 서울 시민들이 아니라, 국회와 보건복지부라는 것이다.

김 대표는 삼각지역에서 반대 시위를 하기까지 “고민도 많이 했다”고 했다. 장애인 당사자들끼리 갈등을 빚는 모양새가 시민들에게 좋지 않게 비칠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그는 “지하철이 역에 정차하지도 않고 지나가야 하는 일이 생길 정도로 시민들의 피해가 커졌는데, 그 성토와 불만이 다른 장애인들에게 쏠릴 것이란 의견도 많았다”면서 “비장애인이 아닌 장애인이 목소리를 내서, 모든 장애인이 이런 시위 방식에 동감하지 않는다는 것을 보여줘야 한다는 뜻을 모아 동료 10여 명이 삼각지역으로 갔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장애인 연대 내부에도 박경석 전장연 대표와 과거 활동을 함께하다가 의견 차이로 갈라선 사람도 적지 않다”며 “지금 전장연 방식은 단기적으로는 장애인 인권에 득(得)이 될지 몰라도, 장기적으로는 장애인에 대한 혐오를 키워 실(失)이 더 클 것이라는 생각”이라고 말했다.

김 대표는 장애인 연대는 기회가 닿을 때마다 계속 전장연의 지하철 탑승 시위를 막겠다는 방침이다. 김 대표는 “이르면 다음 주 중에 100여명 규모로 우리 뜻에 동의하는 분들을 모아 전장연 시위 때 현장에 나갈 계획”이라고 했다. 전장연 시위가 1년 넘게 이어지면서 장애인 연대 외에 다른 장애인 단체에서도 전장연 행동에 반대하는 움직임이 나오고 있다. 한국장애인단체총연합, 한국교통장애인협회 등이 이르면 다음 주 전장연 시위에 대응하고자 회의를 열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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