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업이익 86% 추락한 주택보증공사, 직원수는 66% 늘었다

신은진 기자 2022. 12. 17. 0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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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채 쌓이는 공기업… 인건비도 매년 늘어

가스설비 개·보수 사업 등을 하는 한국가스기술공사는 최근 5년간 영업이익이 90% 이상 급감했지만 직원 수는 50% 가까이 늘었다. 이 회사의 매출은 올 상반기 1456억원으로 2017년 상반기(1052억원)보다 38.5% 증가했지만,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100억원에서 7억원으로 급감했다. 원자재 가격 상승으로 재료비가 늘어난 영향이 가장 컸지만, 인건비 증가도 적지 않은 영향을 끼쳤다. 이 회사 직원 수는 2017년 1574명에서 올해 3분기 2331명으로 48.2% 증가했다.

인천국제공항공사 사정은 더 심각하다. 2017년 1293명이었던 이 회사 직원은 올 3분기 1809명으로 늘었지만, 영업이익은 6922억원에서 영업손실 4012억원으로 적자 전환했다. 코로나 영향으로 항공 수요가 급감해 실적 악화의 직격탄이 된 것이다. 그럼에도 직원 수가 크게 늘어난 것은 문재인 전 대통령이 취임 직후 방문해 “임기 내에 공공 부문 ‘비정규직 제로’ 시대를 열겠다”고 발언해 기존 비정규직들을 대거 정규직화했기 때문이다.

◇영업이익은 추락하는데 직원 수는 증가

우리나라 공기업 35사의 평균 영업이익률은 지속적으로 하락 추세를 보이고 있다. 상반기 기준 2017년 8.4% -> 2018년 5.2%-> 2019년 3.6% 등으로 지속적으로 감소하다 올해는 -11.6%로 급락했다. 이런 상황에서도 공기업 직원 규모는 매년 증가했다. 지난 5년간 공기업 한 곳당 평균 483명이 증가한 것이다.

공기업 직원 수가 증가한 데에는 지난 정부의 공공 부문 일자리 확대 정책으로 일반 정규직 신규 채용이 대폭 늘어난 것이 결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정규직 신규 채용은 2017년 6770명에서 2019년 1만1238명으로 배 가까이 늘었다. 이후 신규 채용 규모가 크게 줄고 있지만, 한국 노동시장은 강제적인 인력 구조조정이 힘들기 때문에 한 번 늘어난 인력 규모는 그대로 지속되고 있는 것이다.

또 파견직·사내 하도급 등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쳤다. 비정규직에서 정규직으로 전환된 인력을 포함한 무기계약직 신규 채용 규모를 보면, 2017년 77명에서 2018년 1362명으로 급증했다. 이후 올 3분기까지 5년간 3892명을 채용했다. 한 회사당 평균 111명의 무기계약직을 채용한 것이다. 이와 별개로 인천공항공사는 자회사 설립을 통해 지난 5년간 비정규직 7894명을 정규직으로 채용했다.

전문가들은 이런 상황이 경제원리가 작동하는 일반 기업에서는 이뤄지기 힘든 일이라고 지적했다. 예를 들어 직원 수가 늘어난 공기업 상위 10사를 별도로 분석해보면, 5년 사이 영업이익이 90% 가까이 감소했는데 직원 수는 40% 이상 늘어났다. 같은 기간 국내 10대 기업은 매출이 44.5% 증가했고, 영업이익은 28% 증가하는 가운데 직원 수 증가는 7.8%에 그쳤다.

◇재무건전성 악화에도 인건비·복리후생비는 17.1% 증가

이러한 직원 증가로 인해 인건비와 복리후생비는 계속 증가하는 것으로 이어졌다. 이 공기업들의 인건비와 복리후생비는 2017년 10조5000억원에서 지난해 12조3000억원으로 17.1% 증가했다. 이는 같은 기간 총수입 증가율(9.7%)의 1.8배 수준이다. 반면 영업실적 부진으로 공기업 35사의 부채는 2017년 상반기 411조9000억원에서 올해 상반기 539조9000억원으로 128조원이나 늘어났다. 자본 대비 부채 비율도 같은 기간 161.8%에서 196.1%로 큰 폭으로 상승했다.

최준선 성균관대 명예교수는 “공기업들은 부채 증가에 인건비 부담까지 겹쳐 재무건전성이 점점 악화되고, 이러한 공기업 부실에 대한 부담은 고스란히 국민 몫으로 되돌아온다”며 “공공 부문에서 무리하게 일자리를 늘릴 것이 아니라 민간 부문에서 새로운 일자리를 더 많이 만들어낼 수 있도록 규제 철폐·투자 확대를 이끌어내는 정책이 실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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