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학정원내 학과 신설-폐지, 대학 자율로

조유라 기자 2022. 12. 17.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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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부터 학과 구조조정 자율화
14년째 동결 등록금 규제는 유지
2024년부터 대학들이 총 입학정원 범위 내에서 자율적으로 학과를 신설하거나 폐지할 수 있게 된다. 2025년부터는 교육부의 대학 평가가 사라져 부실 대학을 제외한 모든 대학이 재정 지원을 받는다. 학령인구 감소 등으로 위기에 처한 대학이 자율적으로 개혁할 수 있도록 정부가 대학 규제를 풀겠다는 취지다.

교육부는 16일 대학 규제개혁 방안 및 기본역량 진단 제도 개선 방안을 발표했다. 교육부는 2024년부터 대학의 학과 신설·통합·폐지 시 계열별 교원 확보율을 전년도 이상 유지하도록 한 조건을 폐지할 계획이다. 이 경우 대학들은 총 입학정원만 넘지 않으면 자유롭게 학과 구성이나 규모를 바꿀 수 있다. 이를 통해 4차 산업혁명 등 산업 구조 변화에 따른 학과 개편이 가능해질 것으로 교육부는 예상했다.

2025년부터는 경영상 한계에 부닥친 ‘경영위기대학’을 제외한 모든 대학이 일반 재정 지원을 받는다. 2015년부터 3년 주기로 실시해 대학들이 부담을 호소했던 대학 기본역량 진단은 2021년 평가를 끝으로 폐지된다. 그러나 정부는 14년째 동결된 등록금 관련 규제는 풀지 않았다.

총 정원 유지땐… ‘어문계열 300명 줄여, 공대 300명 증원’ 가능


학과 신설-폐지 대학 자율로
교수 늘리지 않고도 학과 인원 조정
이공계 위주 대학 개편 가속화 전망
3년 주기 ‘대학 기본역량 진단’ 폐지


경제·사회 구조는 급속히 달라지는 반면 대학들은 20세기의 학과 구조를 유지하고 있다. 학과를 새로 만들거나 없애는 것은 물론이고 정원을 일부 조정하려고 해도 까다로운 조건을 충족해야 하기 때문에 대학들은 학과 개편에 엄두를 내지 못했다.
○ 총 입학정원 내 학과 조정 자율화

현재는 대학들이 국문학과 정원을 줄이고 화학공학과를 증원하는 식의 구조조정을 하기 어렵다. 계열별로 교원 확보율 기준이 다르기 때문이다. 인문·사회계열은 학생 25명당 교원 1명을 확보해야 하지만, 이공계열은 학생 20명당 교원 1명을 확보해야 한다. 똑같이 정원이 100명인 학과라 해도 인문·사회계열은 교수가 4명 필요하지만 이공계열은 5명 필요한 셈이다. 이 때문에 대학이 인문·사회계열 학과를 줄이고 이공계열 학과를 늘리려면 교수를 더 많이 채용해야 한다.

교육부의 규제 개혁이 적용되면 2024년부터는 계열별 교원확보율 요건이 사라지는 만큼 교수를 추가 채용하지 않아도 인문·사회계열을 줄이고 이공계열을 늘릴 수 있다. 총 입학정원만 맞춘다면 의약학 계열을 제외한 나머지 학과를 어떻게 재편하든 상관이 없다.

예를 들어 공대 교수를 더 채용하지 않아도 어문계열 학과 정원을 500명에서 200명으로 줄이고, 공대 정원을 500명에서 800명으로 늘리는 게 가능하다는 얘기다. 현행대로라면 이렇게 학과를 개편할 경우 공대 교수 15명을 추가 채용해야 한다. 사회계열 학과 정원 100명을 줄여 공대 50명, 자연대 50명을 증원하는 것도 교수 추가 채용 없이 가능하다. 교육부 관계자는 “이공계열 학과 위주로의 대학 재편은 세계적인 현상”이라며 “대학이 이를 쉽게 할 수 있도록 규제를 완화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 이공계열 학과 위주로 개편될 듯

학과 구조조정의 전제 조건이 사라지면서 이공계열 위주로의 개편이 가속화될 것으로 보인다. 서울 A대학 총장은 “기업이나 사회에서 요구하는 인력 수요와 대학에서 배출하는 인력 간 ‘미스매치’가 심해져 학과 간 구조조정을 고민하는 대학들이 많았다”고 말했다.

다만 실제로 대학들이 이공계열로의 전환에 즉각적으로 나설지는 미지수라는 전망도 있다. 그간 인문·사회계열 축소를 시도했던 대학들이 해당 학과 관계자들의 반발에 밀려 계획을 접은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서울 B대학 총장은 “학과 통폐합을 시도했던 학교들은 학생과 교수들의 반대에 부닥쳤다”며 “교내 의견 수렴 과정이 어렵기에 정원 조정을 곧바로 시도하기 어려울 것”으로 내다봤다.

등록금 규제를 풀지 않고서는 대학이 겪고 있는 근본적인 문제 해결이 불가능하다는 의견도 나온다. 충남 C대학 관계자는 “재정난을 겪어온 대학들은 실습실 등이 필요한 이공계열을 무작정 늘리지 못한다”고 호소했다. 교육부 관계자는 “등록금 규제는 내년에도 계속 논의를 이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 대학 평가 방식도 개선

2025년부터는 경영상 한계에 처한 대학을 제외한 모든 대학이 일반 재정 지원을 받게 된다. 일반 재정 지원 대학을 선정하기 위해 2015년부터 3년 주기로 실시해 온 대학 기본역량 진단은 폐지된다. 대학 기본역량 진단은 대학들의 평가 부담이 크고, 정부 주도의 획일적인 평가가 대학별 여건을 반영하지 못한다는 비판을 받아 왔다.

경영상 한계에 부닥친 ‘경영위기대학’은 사학진흥재단이 재정 진단을 통해 선별한다. 기존 대학 기본역량 진단이 교원 확보율, 법인 책무성 등을 평가했다면 사학진흥재단의 재정 진단은 대학의 부채 비율, 재정 건전성 등을 평가한다. 경영위기대학이 아니더라도 한국대학교육협의회·한국전문대학교육협의회에서 진행하는 기관평가 미인증 대학은 일반 재정 지원을 받을 수 없다.

조유라 기자 jyr010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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