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려한 책들 사이 돋보이는 담백함[이호재의 띠지 풀고 책 수다]
이호재 기자 2022. 12. 17.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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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장을 열었는데 목차가 없다.
요즘 책이라면 흔히 실을 만한 화려한 사진이나 삽화도 없다.
하지만 글 외엔 도망갈 곳 없는 책이 주는 신선함이 있었다.
책은 124쪽에 불과하지만 담긴 글의 양만 따지면 요즘 나오는 다른 책보다 적지 않을 듯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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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긋닛 1호: 비대면/전치형 외 지음/124쪽·1만2000원·이음
목차-평론 없앤 소박한 문학잡지
사회 현안 다룬 작품으로만 구성
목차-평론 없앤 소박한 문학잡지
사회 현안 다룬 작품으로만 구성
책장을 열었는데 목차가 없다. 요즘 책이라면 흔히 실을 만한 화려한 사진이나 삽화도 없다. 작가를 홍보할 만한 그럴듯한 소개, 작품을 예찬하는 평론도 한 줄 없다. 책 안엔 하나의 주제에 담은 에세이 1편과 단편소설 3편만 있다. 촌스러워 보이지만 왠지 모르게 눈길이 간다.
‘긋닛’은 출판사 이음이 이달 1일 창간한 문학잡지다. ‘긋닛’은 ‘끊다’의 옛말인 ‘긋다’와 ‘잇다’의 옛말인 ‘닛다’를 합쳤다고 한다. 전력 질주하는 세상에서 잠시 멈춰 서서 사회에 질문을 던지고 나아갈 길을 고민하겠다는 의미를 담았다. 해마다 네 차례 발간하고, 한 권당 소설 3편과 에세이를 1편씩 싣는다.
‘긋닛’은 출판사 이음이 이달 1일 창간한 문학잡지다. ‘긋닛’은 ‘끊다’의 옛말인 ‘긋다’와 ‘잇다’의 옛말인 ‘닛다’를 합쳤다고 한다. 전력 질주하는 세상에서 잠시 멈춰 서서 사회에 질문을 던지고 나아갈 길을 고민하겠다는 의미를 담았다. 해마다 네 차례 발간하고, 한 권당 소설 3편과 에세이를 1편씩 싣는다.
문학이 대중과 멀어졌다는 비판이 어느 때보다 심해서일까. ‘긋닛’엔 사회 현안을 주제로 쓴 작품을 담았다. 서울 종로구에서 열린 6일 간담회에서 긋닛 편집위원인 김태용 소설가는 “소설이라는 장르는 시대의 단면, 시대의 문제의식을 일상의 이야기로 보여주는 데 탁월하다”며 “사회가 함께 고민해나갈 하나의 주제를 제시하고, 그 주제에 대한 다양한 관점의 소설을 소개하려 한다”고 설명했다.
그런 뜻에서 ‘긋닛 1호: 비대면’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시기 시작된 화두인 ‘비대면’을 담았다. 전치형 KAIST 교수는 에세이 ‘비대면의 방법들’에서 택배기사와 만나지 않고, 화상회의 시스템에 익숙해지고, 로봇이 커피를 내려주는 시대에 대해 깊게 고찰한다. 소설가 구병모는 단편소설 ‘있을 법한 모든 것’에 비대면 관계에서 벌어질법한 사랑 이야기를 상상했다. 단편소설 이상우의 ‘졸려요 자기’, 정용준의 ‘일요일 아침’도 비대면을 통해 생겨난 새로운 풍경을 다양하게 다룬다.
솔직하게 이야기하면 책을 읽으면서 왠지 모를 허전함을 느꼈다. 작품 외엔 볼만한 거리가 없었기 때문이다. 요즘은 사진과 도판이 다양하게 담긴 화려한 책이 많은데, 이 문학잡지는 디자인에 무신경하단 생각도 잠시 들었다.
하지만 글 외엔 도망갈 곳 없는 책이 주는 신선함이 있었다. 글에만 집중해서 책을 읽어내려 간 것이 언제인가 싶었다. 책은 124쪽에 불과하지만 담긴 글의 양만 따지면 요즘 나오는 다른 책보다 적지 않을 듯했다. 영상이 아닌 책에서 즐거움을 찾고 싶어 하는 독자에게는 적합한 편집 방법일지 모른다는 생각도 들었다.
‘긋닛’은 기후위기(2호), 노동(3호), 지방소멸(4호), 빚(5호)처럼 요즘 독자들이 관심 있는 주제를 꾸준히 다룰 예정이다. “수요가 있을지, 지속할 수 있을지 고민했다”는 긋닛 편집위원인 소설가 우다영의 말처럼 이 문학잡지가 많이 팔릴지 확신은 하지 못하겠다. 다만 화려한 장식을 앞세운 잡지가 넘쳐나는 시대, 이 소박한 문학잡지가 독자의 마음을 사로잡는다면 출판계엔 의미심장한 사건이 될 것 같다.
그런 뜻에서 ‘긋닛 1호: 비대면’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시기 시작된 화두인 ‘비대면’을 담았다. 전치형 KAIST 교수는 에세이 ‘비대면의 방법들’에서 택배기사와 만나지 않고, 화상회의 시스템에 익숙해지고, 로봇이 커피를 내려주는 시대에 대해 깊게 고찰한다. 소설가 구병모는 단편소설 ‘있을 법한 모든 것’에 비대면 관계에서 벌어질법한 사랑 이야기를 상상했다. 단편소설 이상우의 ‘졸려요 자기’, 정용준의 ‘일요일 아침’도 비대면을 통해 생겨난 새로운 풍경을 다양하게 다룬다.
솔직하게 이야기하면 책을 읽으면서 왠지 모를 허전함을 느꼈다. 작품 외엔 볼만한 거리가 없었기 때문이다. 요즘은 사진과 도판이 다양하게 담긴 화려한 책이 많은데, 이 문학잡지는 디자인에 무신경하단 생각도 잠시 들었다.
하지만 글 외엔 도망갈 곳 없는 책이 주는 신선함이 있었다. 글에만 집중해서 책을 읽어내려 간 것이 언제인가 싶었다. 책은 124쪽에 불과하지만 담긴 글의 양만 따지면 요즘 나오는 다른 책보다 적지 않을 듯했다. 영상이 아닌 책에서 즐거움을 찾고 싶어 하는 독자에게는 적합한 편집 방법일지 모른다는 생각도 들었다.
‘긋닛’은 기후위기(2호), 노동(3호), 지방소멸(4호), 빚(5호)처럼 요즘 독자들이 관심 있는 주제를 꾸준히 다룰 예정이다. “수요가 있을지, 지속할 수 있을지 고민했다”는 긋닛 편집위원인 소설가 우다영의 말처럼 이 문학잡지가 많이 팔릴지 확신은 하지 못하겠다. 다만 화려한 장식을 앞세운 잡지가 넘쳐나는 시대, 이 소박한 문학잡지가 독자의 마음을 사로잡는다면 출판계엔 의미심장한 사건이 될 것 같다.
이호재 기자 hoh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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