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엔 장기채권에 묻어야… 10년 들고갈 집 사라”
“지금은 10년은 들고 가도 되겠다는 집에만 투자해야 합니다.”(이상우 인베이드투자자문 대표)
“만기가 긴 채권을 사놓거나 특판 예금을 들어 놓는 등 안전 자산에 투자하십시오.”(김한진 3프로TV 이코노미스트)
“신흥 시장 중에는 ‘넥스트 차이나(next China·다음 번 중국)’로 떠오르는 인도의 성장성이 가장 크다고 봅니다.”(서철수 미래에셋증권 리서치센터장)
가파른 금리 상승으로 주식과 부동산에 끼었던 거품이 꺼지면서 ‘재테크 빙하기’라는 말이 나오지만, 16일 열린 조선일보 주최 ‘2023 대한민국 재테크 박람회’에 연사로 참여한 고수들은 변화의 시기는 기회가 될 수 있다고 했다. 고금리·고물가에 무역적자가 커지는 위기가 내년까지 이어지겠지만, 이런 때일수록 변화를 포착하는 눈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이날 서울 대치동 세텍(SETEC)에서 열린 박람회 첫날 총 20개의 강연에서 주식·부동산·연금 등 각 분야 최고 재테크 고수들이 투자의 ‘겨울’을 넘길 비법을 약 1만명의 관람객들에게 전했다. 코로나 사태로 3년 만에 오프라인으로 열린 이번 박람회는 한파에도 열기가 뜨거웠다. 총 1100석 규모인 강연장 두 곳이 모두 만석이었고, 일부 인기 강연은 자리가 부족해 바닥에 앉거나 강연장 밖에 서서 강연을 듣기도 했다.
◇“패러다임이 바뀐다, 전략을 다시 짜라”
전문가들은 “변화와 위기는 지나고 보면 기회일 때가 많았다”고 했다. 홍춘욱 프리즘투자자문 대표는 “지난 몇 년 동안 성장주가 크게 올랐지만 (지금처럼) 금리가 올라가면 성장주는 ‘지옥행 열차’를 탄다”면서 “소비자들을 길들이는 회사(충성도 높은 소비자가 많은 기업), 현금이 많은 회사의 시대가 올 것”이라고 했다.
그동안 개인 투자자들이 잘 쳐다보지 않던 채권에도 관심을 가지라고 했다. 홍 대표는 또 “내년 이맘때를 생각했을 때, 10년 만기 한국 국채처럼 위험 대비 수익이 가장 높을 것으로 보이는 자산은 드물다”고 했다.
한국 가치투자의 대부(代父)로 꼽히는 이채원 라이프자산운용 의장은 “주식시장에도 형세(形勢)가 있는데 이를 잘 읽어야 한다. 내년에는 가치주의 시대로 형세가 바뀔 것”이라고 했다. 함께 연단에 선 경제 유튜브 ‘86번가’의 정광우 대표 또한 “지금까지는 유동성이 넘쳤기 때문에 성장주가 주목받았지만, 이제는 진짜 돈 버는 기업을 골라서 투자해야 한다”고 했다.
김학균 신영증권 리서치센터장은 “한국 제조업 주식은 지난 10년간 어려움을 겪었지만 미·중 갈등으로 중국에 대한 의존도가 낮아지고 공급망이 재편되는 앞으로 몇 년간 수혜를 입을 수 있다”고 추천했다.
날카로운 거시경제 분석으로 이름난 오건영 신한은행 WM그룹 부부장은 “2004년 즈음엔 브릭스(BRICS, 브라질·러시아·인도·중국·남아공) 같은 신흥국만 좋다는 패러다임이 시장을 지배했지만, (2008년) 금융 위기 때부터 미국으로 그 패러다임이 바뀌었다”며 “지난 10년 동안 시장을 장악했던 ‘빅테크 장세’라는 패러다임이 또 뒤집힐 수 있다는 생각을 요즘 많이 한다”고 했다.
◇“10년 들고 가도 되겠다는 집에만 투자할 때”
빠르게 식고 있는 부동산 시장에 대해서는 “정부의 부동산 정책을 주시하며 기회를 기다려야 한다”는 조언이 많았다. 이상우 인베이드투자자문 대표는 “송년회에서도 ‘자리 고르기’가 중요하듯이 부동산에서도 입지가 승패를 가를 때가 많다”며 “내년까지는 갈아타기 장세가 이어질 텐데, 학군 등 좋은 입지를 고르려는 노력을 해야 할 때”라고 했다.
박합수 건국대 부동산대학원 겸임교수는 “2024년도 서울 새 아파트 입주 물량이 1만2000가구로 지난 20년래 최저 수준”이라며 “시장이 회복한다면 이러한 공급 부족이 추가 상승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고 내년 하반기가 ‘내 집 마련’ 적기일 수 있다”고 했다.
부동산으로 노후를 대비할 수 있는 주택연금 활용법에 대한 설명도 있었다. 최경진 주택금융공사 연구위원은 “사람들은 내 집 마련에 큰돈을 들인다. 하지만 노후에 소득은 없고 집만 있을 경우 부동산 가격 변동이 리스크가 된다”며 “내 집으로 소득을 창출할 수 있는 주택연금을 대안으로 고려할 것을 권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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