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힘 “법인세 3%P 내려야” 민주 “1%P 인하” 줄다리기 팽팽

윤성민 2022. 12. 17. 0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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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왼쪽)와 박홍근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오른쪽)가 16일 국회에서 김진표 국회의장 중재로 내년도 예산안 협상을 위해 만나 악수하고 있다. [연합뉴스]
여야는 김진표 국회의장이 내년도 예산안 협상의 ‘데드라인’으로 제시했던 시점(15일)을 하루 넘긴 16일에도 여전히 평행선을 달렸다. 최대 쟁점은 여전히 법인세였다. 야당은 법인세 최고세율을 25%에서 1%포인트 내리는 김 의장 중재안을 수용했지만 여당은 정부안(3%포인트 인하)에서 물러서지 않았다.

여야 원내대표는 이날 오후 김 의장 주재로 국회에서 회동했다.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정부가 위기의 순간에 빠르게, 계획대로 재정을 집행할 수 있게 협조해줄 것을 더불어민주당에 간곡히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법인세와 관련해선 “국회의장 중재안인 1%포인트 인하만으로는 대만(20%)과 싱가포르(17%)와 경쟁하기 어려운 만큼 선뜻 받지 못한 상태”라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박홍근 민주당 원내대표는 “민주당은 그동안 예산안 처리 원칙에서 양보에 양보를 더해 이젠 양보할 것도 없다는 게 솔직한 상황”이라며 “집권 여당이 더 이상 고집으로 상황과 시간을 끌어선 안 될 것”이라고 맞섰다. 비공개 회동에서도 입장차는 좁혀지지 않았다. 회동 후 주 원내대표는 “의견 차이가 있는 부분은 최대한 더 협의해 빠른 시간 안에 합의에 이를 수 있도록 노력하자고 했다”고만 했다. 박 원내대표도 경찰국과 법무부 인사정보관리단 예산 등 다른 쟁점에 대해 “일괄타결해야 한다. (그때까지) 답변을 안 드리는 게 좋을 것 같다”며 말을 아꼈다.

그런 가운데 대통령실도 이날 공식적으로 김 의장 중재안에 부정적 입장을 밝혔다. 김은혜 홍보수석은 브리핑에서 “우리 기업이 높은 법인세 부담을 안고 글로벌 기업과 경쟁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법인세 인하 혜택은 소액 주주와 노동자, 협력 업체에 골고루 돌아간다. 주요 국내 기업의 소액 주주만 해도 1000만 명에 달한다”며 야당이 제기하는 ‘초부자 감세’ 프레임을 반박하기도 했다.

전날 김 의장이 중재안을 제시하자 여당 내에선 “수용할 수밖에 없지 않느냐”는 기류도 형성됐다. 하지만 주 원내대표가 대통령 주재 국정과제 점검 회의에 다녀온 뒤 “법인세를 1%포인트 낮추는 건 언 발에 오줌 누기”라고 하면서 ‘수용 불가’로 급격히 분위기가 기울었다. 이 때문에 야당은 사실상 여야 협상을 대통령실이 결정한다고 보고 있다. 박 원내대표도 “윤석열 대통령은 더 이상 독불장군처럼 가이드라인을 제시하지 말고 국회와 여야의 판단을 온전히 존중해 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런 비판이 나오는 상황에서 대통령실이 중재안에 부정적인 뜻을 공식적으로 밝힌 것이다.

대통령실은 김 의장의 중재안 가운데 경찰국과 법무부 인사정보관리단과 관련한 부분에도 불만이라고 한다. 윤 대통령의 취임 첫해 중점 추진 과제 예산을 편성하지 않는 건 새 정부를 인정하지 않는 것이란 인식 때문이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법인세율 중재안보다 더 받아들일 수 없는 건 윤 대통령이 의욕적으로 추진하려는 경찰국과 법무부 인사정보관리단 예산을 폐기한 것”이라며 “예비비로 운영하라는 건 경찰국과 인사관리단을 인정하지 않겠다는 뜻 아니냐”고 주장했다.

김 의장은 전날 경찰국과 법무부 인사정보관리단 예산을 전액 삭감해야 한다는 민주당 요구는 받아들이되 예비비로 기관을 운영할 수 있도록 하는 절충안을 냈다. 하지만 국민의힘도 이 중재안은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이다. 송언석 원내수석부대표는 이날 원내대책회의에서 “일단 예산을 반영해 집행하되 권한이 있는 기관에서 (해당 기관의 설치가) 잘못됐다고 판단하면 예산 집행을 즉시 중단한다는 부대 의견을 달자”고 역제안하기도 했다.

여야 협상이 좀처럼 진전을 보지 못하자 김 의장은 “오늘(16일)이라도 합의안을 발표하고 세부 사항 준비까지 마쳐 월요일(19일)에는 꼭 예산안을 처리하게 해달라”고 요청했다. 하지만 더 이상의 협상은 없었다. 민주당은 이날 오후 6시쯤 “주 원내대표로부터 오늘은 더 이상 예산안 관련 협상이 어려운 상황임을 전해 왔다”며 이날 협상은 종료됐다고 공지했다. 그러면서 “필요할 경우 주말에라도 만나 협상을 이어가기로 했다”고 밝혔다.

윤성민 기자 yoon.sungm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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