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미사일 기지 보복 공격 가능…한반도 안보 환경에 큰 파장

이영희 2022. 12. 17. 0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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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 ‘안보 문서’ 개정안 통과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지난해 11월 도쿄 육상자위대에서 직접 전차에 탑승해 보고 있다. 기시다 총리는 16일 임시 각의에서 3개 안보 문서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AFP=연합뉴스]
일본이 16일 ‘방위 정책의 대전환’으로 평가되는 안보 관련 3대 문서 개정안을 각의에서 확정했다. 개정된 문서에는 북한·중국 등 주변국 미사일 기지를 직접 타격하는 ‘반격 능력(적 기지 공격 능력)’ 보유와 방위비를 5년 내 국내총생산(GDP)의 2%까지 증액하는 내용 등이 담겼다. 1947년 평화헌법 시행 이후 75년간 이어진 일본 방위 정책의 근간을 뒤흔드는 이번 변화는 급변하는 한반도 안보 환경과 맞물려 한국 등 주변국에 적잖은 파장이 예상된다.

일본 정부가 보유하기로 결정한 반격 능력은 적이 일본에 대한 공격에 착수했다고 판단될 때 상대의 미사일 기지 등을 타격할 수 있는 능력을 말한다. 지금까지는 북한의 미사일 등을 공중에서 요격하는 ‘방어적’ 수준이었다면 앞으로는 상대국의 공격에 보복을 가하는 단계까지 나아가겠다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일본은 정책 전환의 배경으로 중국의 급격한 부상과 북한의 핵·미사일 개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등 주변 안보 환경의 변화를 들고 있다. 보다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 건 북한이었다. 여론 변화도 추동력이 됐다. 올 들어 북한의 미사일 도발이 잇따르자 반격 능력 보유와 방위력 강화를 지지하는 여론이 60~70%까지 올라갔다. 반격 능력의 핵심은 장거리 미사일 전력이다. 그동안 사정거리가 100~200㎞인 미사일만 보유했던 일본은 사정거리 1000㎞ 이상 미사일을 1000발 이상 보유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하지만 논의 초반부터 일본 헌법에 따른 ‘전수방위(공격을 당한 경우에만 방위력 행사)’ 원칙에 어긋난다는 비판이 끊이지 않았다. 표현은 반격 능력이지만 사실상 적의 기지 등을 먼저 타격할 수 있는 ‘선제공격 능력’이 아니냐는 지적이다. 이에 대해 일본 정부는 공격을 당할 게 확실시되는 경우에만 반격 능력 행사를 규정한 만큼 반격 능력 보유가 헌법 및 국제법의 범위 내에서 전수방위 개념을 변경하는 것은 아니라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 기시다 후미오 총리도 지난달 30일 참의원 예산위원회에서 “선제공격은 국제법 위반이며 있어서는 안 된다”며 기존 원칙을 재확인했다.

문제는 반격과 선제공격을 구분하기가 모호하다는 점이다. 일본 정부는 반격 능력을 사용할 수 있는 경우로 ‘적이 일본에 대한 공격에 착수했음이 확인됐을 때’를 들고 있는데 공격에 착수한 시점을 어떻게 판단할 것이냐가 관건이다. 예를 들어 적이 미사일 발사를 위해 연료를 주입하는 시점을 ‘착수’로 볼 수 있을지 등에 대해 합의된 바가 없다. 미쓰이 요시로 나고야대 명예교수도 “일본이 적 기지를 공격했을 때 상대방의 무력 공격을 증명하지 못할 경우 일본은 침략자가 되고 만다”고 우려했다.

반격 능력을 행사할 때는 자위대의 무력행사 3대 요건을 충족해야 한다. ▶일본의 존립, 국민의 생명과 자유, 행복추구권에 명확한 위협이 발생했을 때 ▶국민을 지키기 위해 다른 수단이 없을 때 ▶최소한의 무력을 사용한다는 원칙이다. 외교가에선 앞으론 이 같은 요건을 충족할 경우 자위대의 한반도 진출도 가능해질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만약 동해에서 미국이 북한의 공격을 받을 경우 일본이 집단적 자위권을 행사할 수 있는 존립 위기 사태에 해당하는 만큼 미국이 요청하면 반격 능력 사용이 가능하다는 해석이다.

일각에선 반격 능력 확보가 북한보다는 중국을 겨냥한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해상자위관 출신인 이토 도시유키 가나자와공업대 교수는 “북한의 무력행사에 대한 일본의 대응이 지금과 크게 달라지는 건 없을 것”이라며 “그보다는 대만 사태 때 중국이 미국과 일본에 관여하지 말라며 핵미사일 협박을 가할 경우 이쪽도 반격할 능력을 갖췄다는 걸 보여줌으로써 대중 억지력을 높이기 위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한편 정부는 일본이 이날 개정된 방위 문서에서 독도에 대한 영유권을 또다시 주장한 데 대해 외교부 대변인 논평을 통해 즉각 삭제할 것을 촉구하고 구마가이 나오키 주한 일본대사관 총괄공사를 외교부로 초치해 공식 항의했다.

도쿄=이영희 특파원 misquic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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