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워팰리스 같은 임대주택 짓겠다, 약자와 동행 최우선”
오세훈 서울시장
이런 기조 속에서 오 시장은 정치 현안에 관한 발언을 삼가는 대신 복지·안전 등 민생 정책 현안을 전면에 내세우고 있다. 여기에 서울의 매력을 키우는 개발 플랜 등 가시적 실적을 통해 행정가이자 정치인으로서의 입지를 구축해 나가겠다는 전략이다. 지난 10월 29일 ‘이태원 참사’ 이후 처음으로 언론 인터뷰에 응한 오 시장은 “10년 전과 달리 지금은 ‘약자와의 동행’이 도시 경쟁력보다 더 앞서는 가치”라고 강조했다.
양극화 최소화하는 게 서울시 비전
Q : 역대 최대 규모인 47조2052억원(총계 기준)의 내년도 서울시 예산안이 편성됐다.
A : “예산 투자의 최우선 순위는 무엇보다 약자와의 동행이다. 약 13조원을 생계·교육과 의료 보호망 강화 등에 투입해 경제가 어려워질수록 더욱 고통받는 약자를 최대한 보호할 방침이다. 특히 내년 1조7000억원을 비롯해 4년간 7조5000억원을 들여 반지하·옥탑방·고시원 등에 거주하는 취약 계층의 주거 안전망을 확충해 나갈 생각이다.”
Q : 박원순 전 시장 때의 슬로건인 ‘I· SEOUL·YOU’가 사라진 자리를 ‘동행·매력특별시 서울’이 대체하고 있다.
A : “매력이 서울에 투자와 관광을 하러 오고 싶게 만드는 경쟁력이라면 동행은 경제 발전 과정에서 뒤처진 분들을 보듬는 것이다. 빈부 격차의 고착화와 양극화의 심화 등 국민 통합에 저해되는 측면을 최소화하는 게 서울시의 비전이다.”
A : “임대주택은 ‘비좁고 질이 떨어진다’는 차별적 인식을 지우는 데서 출발한다. 타워팰리스 같은 임대주택을 공급하는 게 목표다. 임대주택이 신혼살림을 시작할 수 있는 공간으로 ‘상향’되도록 평수를 확대하고 고급 자재를 활용하며 커뮤니티 시설도 갖출 것이다. 임대주택으로 옮기지 못하는 분들을 위해서는 바우처나 월세 지원 등의 대책을 마련하겠다.”
Q : 서민과 중산층 입장에선 부동산 정책이 곧 민생 정책이다. 서울 집값은 아직도 더 떨어져야 한다고 보나.
A : “그렇다. 높아서 좋을 게 없다. 도시 경쟁력 측면에서 주거비가 비싼 곳엔 자본이 들어오지 않는다. 서울시민의 관점에서도 10년 벌어 집 살 때와 50년 벌어도 집 사기 어려운 때를 비교하면 대답은 자명하다. 부동산 전문가들에게 물어보니 ‘코로나19 이전 가격으로 가야 한다’고 하더라. 지금보다는 조금 더 떨어져야 한다.”
Q : 하지만 문재인 정부 때의 초강도 규제책과 미국 금리 인상 등이 맞물린 상황에서 집값이 경착륙해도 문제다.
A : “집값이 너무 빠른 속도로 떨어져도 경제 운영에 부담이 생길 수 있는 만큼 소프트랜딩이 필요한 것도 맞다. 다만 ‘더 떨어지면 안 된다’고 주장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고 생각한다.”
Q : 경기 침체에 인플레이션이 겹치면서 주택 공급 차질이 우려된다.
A : “고금리·고물가 영향으로 부동산뿐 아니라 글로벌 경제에 복합 위기가 덮쳤다. 원자재 수급 불안으로 건설비와 분양가도 상승했다. 하지만 당장 여건이 어렵다고 해서 도시 개발과 주택 공급을 중단하는 사태가 벌어지면 경제가 좋아졌을 때 (공급 부족 현상으로 인해) 또다시 집값이 급등하고 부동산 과열이 반복될 수 있다.”
Q : 지난 3월 발표한 ‘2040 서울도시기본계획’이 부동산 시장을 자극할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A : “핵심은 재정 투입이 아니라 도시 계획과 관련된 제도를 개선하는 데 있다. 향후 20년을 바라보는 장기 계획으로 글로벌 경제는 물론 부동산 경기 등을 종합적으로 봐가며 추진할 것이다.”
Q : 재건축과 재개발이 가시화하면 서울의 스카이라인도 크게 바뀔 것 같다.
A : “인허가를 고려하면 5~10년 뒤에야 가시적 변화가 생길 것이다. ‘35층 층수 제한 폐지’와 관련해 기존의 20층을 전부 40~50층으로 올린다고 생각하는 것 같은데 그렇지 않다. 주된 동은 30~50층으로 짓되 나머지 동을 10층대로 지으면 공급 물량은 유지하면서 바람길도 생기고 도시 경관 자체도 자연스러워질 수 있다. 싱가포르의 스카이라인처럼 서울도 얼마든지 세계적인 관광 명소 수준으로 만들 수 있다.”
하지만 ‘도시 경쟁력이 국가 경쟁력’이란 관점의 반대편엔 ‘한국은 지나치게 서울 중심적’이란 비판도 공존하는 게 현실이다. 이에 대해 오 시장은 “런던 같은 대도시는 수도권을 옥죄는 것으로 국내적 균형을 달성하는 계획을 포기한 지 오래”라며 “서울은 상하이·홍콩·싱가포르·뉴욕·런던·파리 등을 경쟁 도시로 삼고 어떻게 하면 도시 경쟁력을 극대화할 수 있을지에 정책적 에너지를 집중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도시 재생과 보존에 치중한 전임 시장과 달리 오 시장은 도심 기능 효율화에 집중하고 있는 것도 주목할 부분이다. 특히 최근엔 광화문~용산~여의도 개발 프로젝트가 주목받고 있다. 오 시장도 이 계획에 특히 의욕을 보였다. “서울의 도심은 극단적 보존 정책과 시대착오적 규제에 갇혀 낙후하고 쇠퇴한 상태다. 우선 10년간 방치된 용산정비창은 미국 실리콘밸리처럼 글로벌 하이테크 기업이 모이는 곳으로 만들고 상업과 비즈니스, 주거와 여가 문화를 아우르는 미래지향적 공간으로 조성할 방침이다. 이를 위해 국제업무지구 용산을 서울시 최초의 ‘규제 최소 지역’으로 지정해 용적률 1500% 초고층을 허용할 계획이다. 여의도의 경우 금융 허브로 기능할 수 있게 하면서 용산~여의도~노들섬으로 연결되는 트라이앵글존을 서울시 경쟁력의 전략적 요충지로 삼겠다.”
‘한국판 샹젤리제 거리’ 적극 추진
Q : 직주혼합과 보행 일상권에 유독 애착을 갖고 있는 것 같다.
A : “직주근접을 넘어 직주혼합이 구현되면 교통과 환경 오염 문제를 크게 줄일 수 있다. 이를 위해 서울시는 토지 용도를 정하지 않고 자유롭게 개발 가능한 ‘비욘드 조닝(Beyond Zoning)’ 개념을 제도적으로 도입해 나갈 것이다. 또 높이 제한을 풀면서 더 부여하는 용적률에 대한 반대급부로 녹지 생태 면적을 늘리겠다. 광화문~퇴계로의 도심 녹지율도 고궁을 포함해 20% 이상(현재 8.5%)으로 높일 계획이다.”
오 시장은 지난 10월 유럽을 다녀온 뒤 광화문~서울역~용산정비창~노들섬으로 이어지는 ‘한국판 샹젤리제 거리(국가상징거리)’ 조성 계획과 강변북로·경부고속도로 지하화 플랜 등을 발표해 주목을 모았다. 이에 대해 오 시장은 “최근 광화문광장 재개장과 청와대 개방, 대통령 집무실 용산 이전, 세종대로 숲길 조성 등으로 국가상징거리를 위한 여건이 갖춰졌다”며 적극 추진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광화문광장의 녹지를 늘리고 차도를 줄인 결과 우려했던 차량 혼잡은 발생하지 않았다. 경부고속도로 지하화와 일부 지상 공간 녹지화는 토지 효율화 개념에서 생각해야 할 부분이다. 강변북로는 전 구간이 터널화되면 비용도 비용이거니와 적잖은 부작용이 생길 수 있는 만큼 필요한 구간을 선택하고 지상 공간은 녹지화할 계획이다.”
Q : 서울의 ‘감성 자산’으로 꼽히는 한강변은 어떻게 꾸밀 계획인가.
A : “여의도 시범아파트를 비롯해 한강변의 대단지 재건축은 ‘신속통합기획’으로 속도가 붙기 시작했다. 이와 함께 코로나19로 유보돼 온 ‘관광의 시간’도 재개됐다. ‘3000만 서울 관광 플랜’ 차원에서 한강의 숨겨진 매력인 석양을 전략적 콘텐트화하는 ‘서울 아이(Seoul Eye)’의 최종 입지도 상암동과 여의도 한강공원 등을 검토해 곧 공개하겠다.”
Q : 개발과 교통 인프라가 함께 갈 수 있을까.
A : “자율주행 시스템이 10년 뒤엔 상용화될 것으로 본다. 도심항공교통(UAM)도 마찬가지다. 미래는 생각한 것보다 쉽고 빠르게 다가온다. 서울시는 전 세계 메트로폴리탄 중에서 가장 선도적으로 ‘스마트 입체교통도시’를 구현할 것이다. 이미 상암이나 강남에서 자율주행과 로봇 택시가 시범운행 중이다.”
Q : 오 시장의 ‘서울 플랜’엔 보기 좋은 시설만 있는 건 아니다. 상암동 소각장 건립에 관한 입장엔 변함이 없나.
A : “그렇다. 시민들의 반발이 있다고 해서 후퇴할 순 없다. 필요하니 계획된 것이고 최적지를 찾았으니 차질 없이 진행할 것이다. 2010년 화장 시설인 서초구 원지추모공원을 100% 지하화한 것처럼 상암동 자원 회수 시설도 최첨단 장비와 디자인 기술을 도입해 최대한 친환경 시설로 지을 계획이다.”
Q : 방송인 김어준씨가 TBS 하차를 선언했다. TBS에 대한 서울시의 입장은 뭔가.
A : “서울시는 TBS가 세금으로 운영되는 곳인 만큼 공영방송의 본분을 회복할 수 있도록 1년 넘는 시간과 기회를 줬다. 하지만 이 상태로는 공영방송으로서 정상적 기능을 기대할 수 없다는 판단에 따라 서울시의회가 지난달 ‘2024년 1월부터 TBS 지원 중단’이라는 강력한 처방을 내렸다. 새 대표 체제에서 TBS가 개혁의 길을 찾길 바란다.”
Q : 여권 내에서 유력한 차기 대권주자 중 한 명으로 거론되고 있다.
A : “내 페이스북을 보면 정치적 현안에 대해서는 언급을 극도로 자제하고 있음을 쉽게 알 수 있을 것이다. 나의 말보다 행보를 지켜봐 주셨으면 한다. 유능한 시정으로 국민의힘에 대한 지지와 기대감을 높이는 것이야말로 서울시장이 당에 기여할 수 있는 최선의 길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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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터뷰 전문은 20일 발간되는 월간중앙 신년호에서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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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준 기자 kim.youngjoon1@joongang.co.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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