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도 내는 민간 우주시대] “국내 민간 우주기업 수익 거의 없는 상태…ODA 등 적극 활용해 해외 수요 끌어와야”

신수민 2022. 12. 17. 0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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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ECIAL REPORT
황진영
민간기업 주도의 우주산업, 이른바 ‘뉴 스페이스’ 시대의 신호탄을 알린 건 미국의 스페이스X다. 이 회사는 팰컨9 로켓을 재활용해 우주 로켓 발사 비용을 10분 1 수준으로 대폭 낮춰 수익성을 향상시켰고, 수익성 확장은 ‘뉴 스페이스’라는 우주개발의 새 시대를 이끌어냈다. 국내 민간기업도 스페이스X를 롤모델로 빠르게 성장 중이다. 우주정책 전문가인 황진영 한국항공우주연구원 책임연구원은 “우주개발을 산업적 측면에서만 보면 한국의 민간기업은 수익이 거의 없는 상태로 미국·중국 등지에 비해 빈약한 편”이라며 “그러나 그동안의 정부 사업을 통해 최소한의 기반을 구축하면서 기술력을 익히는 단계까지 왔다. 앞으로의 발전 잠재력은 충분하다”라고 말했다.

Q : 이노스페이스가 독자 개발 로켓을 쏘아 올린다.
A : “우리나라 민간기업이 빠르게 발전하고 있다는 사례다. 올해 6월 발사한 누리호 우주발사체 사업에는 300여개의 민간기업이 참여했다. 기술 습득의 최소 기반은 구축됐다고 봐야 한다. 위성 분야에서도 세트렉아이는 아랍에미리트, 말레이시아 등에 소형위성을 수출하고 있다. 다만, 일부 핵심 부품이나 탑재체는 해외에 의존하고 있다.”

Q : 그래도 뉴 스페이스 시대는 먼 얘기 같다.
A : “지난 30년간 인공위성을 쏘아 올렸지만 17개 밖에 안 된다. 민간기업이 기술 축적을 할 기회가 많이 없었다는 얘기다. 민간기업 주도의 산업이 되는 과정은 보통 정부 사업에 참여해 기술력을 축적하고, 이를 바탕으로 기술력을 높여 생산단가를 낮춘 뒤 판매나 서비스를 통해 수익을 내는 형태다. 한국의 민간기업은 현재 기술력을 축적해가는 단계로, 국가 차원의 우주개발 사업이나 위성발사 등을 더 많이 진행해 기술력을 높여야 한다.”

Q : 결국은 수요가 있어야 하는데.
A : “국내 민간기업이 발전하려면 수요를 해외시장에서 끌어와야 한다. 공적개발원조(ODA)나 대외경제협력기금(EDCF) 차관이 대안이 될 수 있다. 이건 정부의 영역인데, 우주 후발국에 인공위성을 만들어주는 식이다. 일본은 EDCF를 통해 베트남에 위성 2개를 수출하기도 했다. 수출 대금은 나중에 갚는 식이다. 이런 통로를 만들어 민간기업의 기술력을 높이고 전 세계에 우리 기술력을 증명하면 수요를 창출할 수 있다”
황 연구원은 수요 창출을 위해 지분투자, 우주 데이터 활용 서비스 사업 등의 다양한 사업모델도 제안했다. 가령 지분투자의 경우 스페이스X가 1만2000개의 위성을 우주에 띄운다(스타링크)면 이 중 500개를 우리가 만드는 식이다. 대형 항공기인 보잉787의 경우, 일본이 ‘리스크 분담 파트너’로 35%의 지분을 갖고 있다. 개발비의 35%의 돈을 내고 비행기의 35%에 해당하는 부품을 공급하되, 위험 부담을 함께 가져간다. 황 연구원은 “위성, 로켓과 같은 발사체는 우주산업 전체 매출의 10%도 안 된다”며 “위성 데이터 등을 활용해 수익을 내는 구조”라고 말했다. 예컨대 길 안내 때 쓰이는 위성항법시스템(GPS)의 경우 위성은 몇 개 없지만 GPS를 활용한 내비게이션은 누구나 하나씩 갖고 있는 식이다.

Q : 정부 주도의 수요 확대는 한계가 있지 않나.
A : “그렇다. 민간기업의 투자 의지가 굉장히 중요한 이유다. 뉴 스페이스는 민간이 직접 투자해 매출을 내는 걸 말한다. 현재 한국항공우주산업(KAI), 한화, 세트렉아이 등이 사업에 참여했지만, 대기업 투자는 거의 없다. 기술력이 충분치 않아 수익성 여부가 불분명하다는 점은 분명 우려 요인이다. 하지만 민간기업들이 사업성을 확장 중이고 위성 및 발사체 제작, 위성 활용, 우주 탐사 등 우주산업 시장도 영역을 넓히고 있다. 우주경제 시대가 열리고 있는 만큼 적극 투자해야 한다. 미국이 유인 달 탐사계획 아르테미스를 통해 유인 기지를 만들겠다 한 건 미래수요에 지금부터 투자할 계획을 밝힌 것이다.”

Q : 투자를 하고 싶어도 규제 등에 막히는 부분도 있다.
A : “우주산업은 일반 산업과 많이 달라 복잡한 규제 시스템이 있다. 특히 우주발사체의 경우 국제적 규제가 심하다. 민간기업이 이를 감당하려다보니 애로사항이 생기는 거다. 2013년 한국형발사체(KSLV-Ⅰ) 나로호 발사 당시, 1단을 러시아에서 가져오는 데 5~6년 정도 걸렸다. 미사일기술통제체제(MTCR)상 발사체 개발 과정 중 기술 확산, 유출을 금하는 국가 보증 절차와 협약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그나마 민간 전용 발사장 구축이 도움이 될 것 같다. 정부에선 2030년까지 고체·액체 로켓을 위한 발사장 구축 계획을 발표했다.”
황 연구원은 “뉴 스페이스의 가장 큰 전제는 기술력”이라며 기술력 증진을 위한 정부의 예산 확보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국내 우주개발 예산은 미국의 70분의 1, 중국의 21분의 1, 일본의 6분의 1 수준이다. 그는 “스페이스X가 뉴 스페이스를 이끌어낸 건 러시아의 스푸트니크 발사 이후 미국이 대대적 예산을 투자해왔기 때문”이라고 짚었다.

신수민 기자 shin.sum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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