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도 내는 민간 우주시대] 미 스페이스X, 그룹 빅뱅 탑 등 8명 태우고 내년 달 여행 준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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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ECIAL REPORT
미국·중국·유럽 등 우주 선진국은 이미 민간기업이 기술 개발을 주도하는 등 우주산업 생태계가 민간기업 위주로 재편돼 있다. 민간기업이 가장 활발하게 활동하는 나라는 미국이다. 세계 최초의 민간 유인 우주선 개발을 시작으로 위성을 통한 초고속 인터넷 서비스망인 ‘스타링크’를 만들어가고 있는 스페이스X, 항공우주국(NASA·나사)과 함께 우주정거장을 개발 중인 블루오리진·나노랙스·노스럽그러먼 수많은 기업이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다.
미국의 민간기업은 특히 로켓이나 위성은 물론 사람을 태울 수 있는 유인 우주선 분야에서 세계 최강국이다. 스페이스X는 내년 중으로 그룹 빅뱅의 탑(최승현) 등 전 세계 문화예술인 8명과 함께 달 여행을 준비 중이다. ‘디어문(dearMoon)’으로 불리는 이 여행은 스페이스X가 개발 중인 ‘스타십 우주선’을 타고 6일간 달 주변을 돌고 지구로 귀환하는 일정이다. 다만, 우주선이 아직 개발 단계여서 디어문의 내년 실행 가능성에 의문을 제기하는 시선도 있다.
미국의 또 다른 민간기업인 노스럽그러먼은 나사와 계약을 맺고 국제우주정거장(ISS)으로 우주 화물을 실어 나르고 있다. 자체 개발한 우주 화물선 ‘시그너스호’를 통해 지금까지 18번째 배달을 완료했다. 지난해 8월에는 ISS에 머무르고 있는 우주비행사를 위해 피자를 배달하기도 했다. 이 회사가 개발한 시그너스호는 일회용 우주선으로, ISS의 로봇팔을 이용해 정박하는 방식이다.
미국뿐 아니라 중국·프랑스·일본 역시 우주 패권전쟁에서 승기를 잡기 위해 민간기업 육성에 집중하고 있다. 특히 새롭게 떠오르고 있는 ‘우주 강자’ 중국은 자체 우주정거장 건설 등을 위해 민·관 협력을 적극적으로 펼치고 있다. 시장조사 업체 유로컨설트에 따르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우주산업을 ‘핵심 분야’로 지정한 2014년 이후 2020년까지 설립된 민간 우주기업은 400곳에 이른다.
중국판 스페이스X를 표방하는 발사체 개발 업체 아이스페이스는 자체 개발한 ‘하이퍼볼라 1호’ 로켓 발사 성공 이후 재활용을 할 수 있는 ‘하이퍼볼라 2호’ 개발에 들어갔다. 랜드스페이스·갤럭틱에너지 등은 중국 정부의 적극적인 육성 정책 아래 자체 로켓 개발 및 시험 발사에 나서고 있다. 이들 기업들은 이와 함께 유인 우주여행에 대한 본격적인 준비에 들어갔다.
일본은 민간기업 주도 우주 정책이 아시아에서 가장 앞서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달 초에는 민간기업 아이스페이스가 독자 개발한 달 착륙선 ‘하쿠토(HAKUTO)-R’를 스페이스X의 팰컨9 로켓에 실어 쏘아 올렸다. 하쿠토-R은 내년 4월 말 달 착륙을 시도한다. 성공하면 일본은 러시아·미국·중국에 이어 네 번째로 달 착륙에 성공한 나라가 되고, 민간기업의 첫 달 착륙이라는 성과도 거둔다. NHK 등 일본 언론에 따르면 라쿠토-R은 현재 지상과의 통신이 안정된 상태로 우주비행을 하고 있다. 김종범 항우연 책임연구원은 최근 국회에 제출한 보고서에서 “유럽에서는 프랑스를 중심으로 영국·독일·룩셈부르크 등이 민간 기업을 통해 우주산업 육성에 적극 나서고 있다”며 “한국도 우주산업화를 유도하고 관련 연구·개발에 민·관 협력 사업을 지속적으로 확대해 나가야 한다”고 밝혔다.
황정일 기자 obidius@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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