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세상선 잘 살아다오” 추위 녹인 이태원 눈물
같은 시각 녹사평역 인근에 마련된 합동분향소에도 시민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분향소에는 유족의 동의를 얻은 희생자 76명의 영정사진과, 95명의 이름이 공개돼 있다. 시민들은 대부분 조용히 헌화하고 묵념하며 고인들을 추모했다. 고등학생 늦둥이 자녀가 있다는 한 60대 여성은 눈시울을 붉히며 “우리 아들 또래 청년들이 목숨을 잃어 너무 가슴이 저린다”며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지나가서는 안 된다. 윤 대통령이 직접 사과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울부짖으며 고인을 그리워하는 유가족도 있었다. 이번 참사로 손녀를 잃은 조선행(76)씨는 고인의 영정 사진 앞에서 통곡하며 흐르는 눈물을 닦아냈다. 그는 국화로 영정 사진 속 손녀의 얼굴을 쓰다듬으며 그리운 마음을 드러냈다. 조씨는 “속 한번 안 썩인 착하고 공부도 잘했던 손녀였다”며 “저세상에서는 건강하게 잘살고 있으리라 믿고 있다”고 말했다.
오후 6시엔 사고 현장 인근인 이태원역 앞 도로에서 10·29 이태원 참사 유가족협의회와 시민대책회의가 공동으로 주최한 시민추모제가 열렸다. 이들은 대통령의 공식 사과, 진상 규명 및 책임자 처벌, 추모 공간과 종합 지원 대책 마련 등을 요구했다. 4개 종단(불교·개신교·천주교·원불교)의 종교의식을 시작으로 희생자 유가족·친구·최초 신고자 등의 발언, 추모 영상 상영 등이 이어졌다.
대통령실은 이날 “(이태원 참사) 진실을 규명해 합당한 조치를 취하는 게 희생자와 유가족을 위한 길”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윤혜인 기자 yun.hye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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