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안의 시대에 용기와 위로를

이후남 2022. 12. 17. 0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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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으로 돌아본 2022…서점가 한 해 결산
한 해가 가고 한 해가 온다. 마음 끌리는 책을 펼치는 건 어수선해지기 쉬운 이맘때를 보내는 좋은 방법일 수 있다. 화제의 책을 중심으로 올해 출판계를 정리하는 한편 본지 출판팀과 교보문고 마케터들이 연말연시 읽을만한 책 6권을 선정해 소개한다. 6권은 다음 달 14일까지 교보문고 매장에서 한꺼번에 만날 수 있다.

책으로 돌아본 2022 서점가
코로나19 팬데믹이 수그러들면서 올해 우리 사회는 조금씩 일상의 활력을 되찾았다. 하지만 불안의 시대는 다른 방식으로 이어진다. 연초 러시아가 침공한 우크라이나에선 지금도 전쟁이 진행 중이고, 세계 곳곳이 인플레이션에 신음하는 중이다.
인생의 역사
힘든 시대, 위로를 구하고픈 마음은 베스트셀러에도 드러난다. 지난해 『달러구트 꿈 백화점』이 그랬듯 올해 김호연 작가의 『불편한 편의점』은 교보문고와 예스24 각각의 집계에서 모두 베스트셀러 1위는 차지했다. 교보문고에 따르면 지난해 출간된 이 책은 올해 출간된 2권까지 합쳐 100만부 넘게 팔린 밀리언셀러다. 일상의 공간을 배경으로 희로애락을 풀어내는 힐링형 소설의 인기는 이뿐만이 아니다. 황보름 작가의 『어서 오세요, 휴남동 서점입니다』 등도 베스트셀러 목록에 올랐다.
아버지의 해방일지
이를 비롯해 올해 서점가는 소설, 특히 한국 소설의 강세가 단연 두드러졌다. 김훈 작가의 『하얼빈』 , 김영하 작가의 『작별인사』 등 굵직한 작가가 오랜만에 내놓은 장편은 교보문고·예스24 모두에서 베스트셀러 최상위권에 올랐다. 현대사의 상흔과 가족 얘기를 함께 풀어낸 정지아 작가의 『아버지의 해방일지』도 독자들의 주목을 받았다. 외국 소설로는 재일교포 3대의 삶을 다룬 재미교포 이민진 작가의 장편 『파친코』가 애플TV 드라마 방영, 새로운 번역본 출간 등으로 화제를 더하며 다시 인기를 끌었다.
예순 살, 나는 또 깨꽃이 되어
드라마의 원작만 아니다. 이제는 대본집도 인기다. ‘그 해 우리는’, ‘시맨틱 에러’,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등 올해 방송된 신작만 아니라 4년 전 방송된 ‘나의 아저씨’도 드라마 대본집 인기에 가세했다. 특히 올해 칸영화제 감독상을 받은 박찬욱 감독의 영화 ‘헤어질 결심’은 극장가는 물론 서점가에서도 인기를 끌었다. 박 감독과 정서경 작가가 함께 쓴 각본집은 예스24 집계에서 베스트셀러 20위권까지 진입했다.
다정한 서술자
세계가 주목해온 K콘텐트의 힘은 올해 출판계에서도 반짝였다. 한국인 최초로 한스 크리스티안 안데르센상을 수상하며 이수지 작가의 그림책 『여름이 온다』 등이 주목을 받았고, 정보라 작가의 SF소설집 『저주 토끼』는 영국 부커상 인터내셔널 부문 최종 후보에 오르며 판매가 급증했다.
H마트에서 울다
올해 소설 판매액은 교보문고 집계 기준 지난해 대비 10%넘게 늘었다. 반면 10%넘게 줄어든 분야도 있다. 경제경영서다. 지난해 주식·부동산 열기와 함께 전년 대비 22% 늘었던 데서 올해는 급반전해 역성장으로 돌아섰다.
나는 휴먼
한데 지난해 소폭 감소했던 자기계발서 판매액은 이와 달리 올해 20% 넘게 늘었다. 경제경영서 판매 감소, 자기계발서 판매 증가는 예스24의 집계에서도 확인되는 추세다. 자기계발서 중에 가장 인기를 모은 책은 자청의 『역행자』. 두 서점 모두에서 베스트셀러 2위에 올랐다. 올초 별세한 이어령 선생의 생전 인터뷰를 담은 『이어령의 마지막 수업』, 인문적 성격의 과학서 『물고기는 존재하지 않는다』 역시 두 서점 모두에서 베스트셀러 10위권에 들었다.
가녀장의 시대
물론 마음 끌리는 책이 베스트셀러 안에만 있는 건 아니다. 교보문고가 작가·출판인 40명에게 각각 추천받은 ‘올해의 책’은 이런 점에서 도움이 될만한 리스트다. 그야말로 40인 40색, 겹치는 책이 하나도 없다.

추천인 각자가 보내온 추천사가 책의 성격을 짐작하게 한다. 특히 “전율이 느껴질 만큼 마음에 든다”(김소영·『가녀장의 시대』), “온 마음을 동원해 읽게 되는 책”(강윤정·『H마트에서 울다』), “아무런 허세 없이 써내려간 인생의 문장들...진짜 에세이란 이런 것”(이연실·『예순 살, 나는 또 깨꽃이 되어』) “내가 느낀 감정들이 정확한 언어로 표현되는 데서 오는 위로”(김보람·『인생의 역사』), “줄 그을 부분이 너무 많아 내내 연필을 들고 읽은 책”(박정남·『다정한 서술자』), “멋진 사람이 싸움에 나서는 멋진 순간”(김원영·『나는 , 휴먼』)등의 추천사는 단연 무게를 더한다.

작가·출판인 40인이 추천한 올해의 책
“삶의 나침반을 되찾고 싶을 때 읽을 책”(주현선·『되고 싶은 게 많은 마니』), “아무 이야기도 하지 않는 거 같으면서도 너무 중요한 이야기를 하는 책”(김영민·『나의 오두막』), “이미 최고 경지에 이른 스티븐 킹의 새로운 걸작”(김하연·『나중에』), “진짜 소설이 무엇인가를 보여준 작품”(최윤경·『아버지의 해방일지』)등의 추천사도 눈에 띈다.

이후남 기자 hoona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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