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서영의 별별영어] 메리 크리스마스
신나게 노래 한 번 불러 볼까요? “All I want for Christmas is you.” “We wish you a merry Christmas!” 아마 Christmas에 두 박자만 할당된 걸 느끼실 수 있을 거예요.
모든 말소리는 ‘자음’과 ‘모음’으로 나뉩니다. 폐에서 나오는 소리가 중간에 방해를 받으면 자음, 방해 없이 나오면 모음이죠. 예를 들어 ‘ㄱ, ㅍ, ㄹ’는 자음, ‘ㅣ, ㅔ, ㅜ’는 모음인데 이들은 ‘음절’을 형성하며 연결됩니다. 음절 하나를 구성하는 데 꼭 필요한 것은 모음이고 앞뒤에 자음이 올 수 있어요.
하나의 모음에 어떤 자음이 몇 개 결합할 수 있는지는 언어마다 다릅니다. 한국어는 발음상 모음 앞뒤로 자음 한 개씩만 올 수 있고 영어는 모음 앞에 자음이 세 개(‘spring’), 뒤에는 네 개(‘worlds’)까지도 올 수 있죠.
예컨대 ‘닭’은 모음 ‘ㅏ’를 중심으로 앞뒤에 ‘ㄷ’과 ‘ㄱ’이 오고 ‘ㄹ’은 소리가 안 납니다. 반면 ‘school’은 모음 [u]를 중심으로 앞에 [s]와 [k], 뒤에 [l]이 다 한 번에 결합하죠. 한국어는 모음 앞에 여러 자음이 한꺼번에 오는 걸 허용하지 않아서 모음 ‘ㅡ’를 넣어 음절을 둘로 늘입니다(‘스쿨’).
그래서 영어로 3음절인 ‘McDonald ([mækdɔnəld])’는 한국에선 4음절(맥도날드), 일본에선 6음절(마쿠도나루도)이 됩니다. 일본어는 모음 뒤에 비음(‘ㄴ’ 같은 콧소리) 아닌 자음을 허용하지 않아 이들을 연결할 모음이 더 필요하거든요. 이처럼 영어 모음은 앞뒤의 자음을 잡아주는 힘이 아주 센 편입니다.
모음은 말소리를 연결하며 길이와 세기, 높낮이를 조절하는 중심축입니다. 흔히 우리는 특이한 자음에 주목하지만 어떤 외국어든지 발음을 잘하려면 모음의 특성을 이해하는 것이 더 중요하지요.
영어 모음은 10~12개로 한국어와 수는 비슷하지만 내용이 상당히 다릅니다. 음절 구조의 차이를 이해한 다음에는 영어 모음이 강세가 없는 음절에서 축소된다는 점, beat와 bit처럼 혀의 긴장도에 따라 살짝 다른 소리도 매우 중요하다는 점을 알아두시면 좋아요.
올해 크리스마스에는 이런 내용을 기억하면서 ‘Christmas’를 멋지게 발음해 보세요. 크리스마스는 대립하는 모든 것들이 본래 하나임을 일깨워주는 마법의 시간이지요. 기쁘고 평화로운 날 보내시길 기원합니다. “I wish you a merry Christmas!”
채서영 서강대 영문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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