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모르 파티, 명사형 대신 동사형 삶으로

서지명 2022. 12. 17. 0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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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흔에 읽는 니체
마흔에 읽는 니체
장재형 지음
유노북스

되는 일도 없고, 안 되는 일도 없다. 열정, 꿈, 도전이란 단어는 어느새 낯간지럽다. 인정하고 싶진 않지만 중년이란 단어와 맞닥뜨려야 하는 나이 마흔이다. 우리는 삶의 시간표가 짜인, 정답이 존재하는 사회에서 자랐다. 학창시절에 겪는 모든 것은 입시나 취직과 연관됐고 일찍이 삶의 방향성이 정해졌다. 불행히도 우리는 진정으로 자신이 원하는 꿈을 꿔 본 적이 없다. 대입, 취업, 결혼, 출산 등 사회가 원하는 삶의 시간표대로 주어진 과업을 수행하느라 열심히 살아왔지만, 왠지 모르게 무의미하고 공허하다. 비단 마흔의 얘기일 뿐이랴. 우리 모두가 느끼는 지금의 얘기다.

『마흔에 읽는 니체』는 니체를 말을 빌려 삶의 공허에 관해 설명하고 ‘나’를 찾으라고 강조한다. ‘나는 누구인가’에 대한 의문이 해결되지 않으면 삶에서 발생하는 모든 문제를 풀 수 없기 때문이다. 삶의 모든 문제는 우리가 진정한 나를 모르기 때문에 생긴다.

책은 명사형의 삶 대신 동사형의 삶을 살라고 조언한다. 명사형의 삶이란 성공, 명예, 돈, 권력 등 물질적인 것을 소유하는 데 관심 있는 삶이라면 동사형의 삶은 자신이 직접 경험하고 행동하는 삶을 말한다. 우리는 돈이나 명예 같은 것을 쫓느라 불안정하고, 불안하며 예측하기 힘든 동사형의 삶을 회피하려 한다. 명사형의 세계에 익숙한 나머지 동사형의 세계를 두려워하고 저항하는 것이다. 하지만 명사형이 아닌 동사형의 삶을 추구할 때 비로소 우리는 진정 내가 누구인가에 대한 물음에 답할 수 있다. 동사형의 세계에서 경험을 통해 쌓은 지혜야말로 내 삶의 나침반이다.

책은 끊임없이 ‘나는 누구인가’에 대한 답을 찾으라고 강조한다. 가장 중요한 관계는 나와의 관계, 내 몸과의 관계다. “네 운명을 사랑하라”는 ‘운명애’는 니체 사상의 중심이자 핵심이다. 우리에겐 대중가요의 제목으로 더 유명한 일명 아모르 파티(Amor Fati)다.

저자는 니체의 말을 인용해 현재 삶에 적용할 만한 일상의 지혜를 친절하게 설명한다. 모두가 가야 할 단 하나의 길이란 없다고 말이다. 꼭 마흔일 필요는 없다. 인생에서 길을 잃어버린 기분이라면 누구든 한 번쯤 니체를 만나보자.

서지명 기자 seo.jimy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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