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팩트체크] 한국 법인세, 다른 나라들보다 더 높다?…실효세율로 따져보니(종합)
최고세율 비교는 기업 조세부담 파악에 한계…법인세 실효세율 비교가 더 적절
조세재정硏이 주요 6개국 비교한 결과선 한국 4위…호주·프랑스·영국 다음
(서울=연합뉴스) 정성호 기자 이아미 인턴기자 = 국회의 내년도 정부 예산안 심사에서 '법인세 인하'가 막판 최대 쟁점으로 떠오르면서 예산안 처리가 진통을 겪고 있다. 법인세 인하는 윤석열 대통령이 대선 당시 공약한 사안이다.
정부·여당은 과세표준(실제 기업이 벌어들인 소득에서 지출한 비용이나 공제 등을 제외한 것으로, 세금 부과의 기준이 됨) 3천억원 초과 대기업에 적용되는 법인세 최고세율을 현행 25%에서 22%로 3%포인트(p) 인하하자고 주장한다. 반면 더불어민주당은 그럴 경우 극소수인 103개 대기업의 법인세만 깎아주게 된다며 '부자 감세'라고 반대하고 있다.
정부·여당이 내세우는 법인세 인하의 논거는 현행 법인세 최고세율 25%가 다른 나라보다 높아 기업의 국제 경쟁력을 저해한다는 것이다. 세금 부담이 커지면 그만큼 기업의 수익이 줄고 투자 여력이 낮아진다는 논리다.
한덕수 국무총리도 지난 7월 "현재 법인세(최고세율)의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평균이 21.6% 정도이고, 우리나라는 25% 정도라 높은 수준"이라고 말했다.
실제 한국의 법인세는 다른 OECD 국가들과 비교할 때 높은 수준일까.
OECD가 홈페이지에 공개하고 있는 회원국별 법인세율 데이터를 보면 2022년 우리나라의 법인세 최고세율은 38개 회원국 중 9번째로 높다. 콜롬비아(35.0%), 코스타리카·포르투갈·호주·멕시코(이상 30.0%), 뉴질랜드(28.0%), 프랑스·네덜란드(이상 25.8%) 다음 차례다.
국세인 법인세 외에 법인 소득에 대해 물리는 지방세(국내의 경우 지방소득세 및 농어촌특별세 법인세분)까지 합쳐 계산할 경우 최고세율은 27.5%로, 호주·독일·일본·이탈리아 등에 이어 10번째로 높다. OECD 회원국 중 높은 축에 든다고 할 만하다.
[표] 주요국의 법인세 최고세율(국세와 지방세 합산)
(단위: %)
(※출처=조세재정연구원)
그러나 기업의 조세 부담을 측정하기 위한 지표로서 법인세 최고세율이 적절하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총리실 산하 한국조세재정연구원 원장을 지낸 김유찬 홍익대 교수는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우리나라 전체 법인 숫자가 90만개인데, 법인세 최고세율 25%는 과세표준이 3천억원 이상인 103개 대기업에만 적용된다"면서 "다른 나라의 경우 (과표 구간이 나뉘어 있지 않아) 최고세율이 모든 기업에 적용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최고세율만으로는 국가 간 법인들의 조세 부담을 동등하게 비교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실제 OECD 회원국 중 24개국은 단일세율을 채택해 모든 법인에 똑같은 세율을 적용하지만 우리나라는 과세표준 액수에 따라 법인세율을 10%, 20%, 22%, 25%로 차등화한 4단계 세율 체계를 채용하고 있다.
이에 따라 좀 더 타당한 비교의 잣대로 최고세율이 아닌 실효세율이 지목된다. 실효세율은 각종 공제나 감면 조처를 받은 뒤 기업이 실제 납부하는 세율을 따진 것으로, 명목상 세율보다 실질적인 세 부담을 보여준다고 할 수 있다.
김 교수도 실효세율을 바람직한 대안으로 제시했다. 그는 "최고세율이 25%라고 해도 세액공제 같은 조세 지원제도를 통해 빼주는 액수가 있기 때문에 기업이 실제 내는 세금은 17%, 18% 수준밖에 안 된다"고 말했다.
실제 국세청에 따르면 시설투자, 인수·합병(M&A) 활성화 등을 이유로 중소기업을 포함한 법인에 주어지는 각종 공제·감면 제도는 30여개에 달한다.
문제는 이런 공제·감면 제도는 나라마다 경제 여건이나 조세 정책에 따라 천차만별이고, 그 세부 내용을 일일이 파악하기도 힘들다는 점이다. 그러다 보니 법인세 실효세율에 대한 공식적인 데이터도 없고, 국가 간 비교도 어려운 실정이다.
이에 따라 연구자들은 통상 공식집계된 그 나라 법인들이 납부한 전체 세금액을 과세 대상이 되는 기업들의 전체 소득, 즉 과표로 나누는 방식으로 실효세율을 산출한다.
기획재정부도 13일 낸 보도참고자료에서 실효세율을 기준으로 한 한국 기업의 법인세 부담을 다른 나라들과 비교했다. 기재부는 이 자료에서 올해 5월 발표된 조세재정연구원의 분석 보고서를 인용해 지방세를 포함한 국내 법인들의 실효세율이 "국제적으로 높은 수준"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2019년 기준 한국의 법인세 실효세율은 21.4%, 미국은 14.8%, 일본은 18.7%, 영국은 19.8%라고 설명했다.
연합뉴스도 조세재정연구원으로부터 보고서를 받아 이를 살펴봤다. 이 보고서는 그 나라 국세청이 법인들의 총 부담세액과 과표를 공개해 이를 공식적으로 확인할 수 있는 해외 8개국의 데이터와 한국의 통계를 비교한 것이다.
그런데 검토 결과 기재부가 제시한 국가별 실효세율은 나라별로 다른 잣대가 적용된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과 일본의 경우 법인이 부담하는 국세와 지방세를 합친 세율이었지만, 미국과 영국은 국세인 법인세 세율만 따진 것이었다.
또 조세재정연구원이 기재부에 제공한 자료는 한국과 일본의 경우 시점에 오류가 있었다.
[표] 주요 국가별 법인세 최고세율과 실효세율 비교(국세 기준, 지방 법인세 제외)
(단위: %)
(※외국납부세액 제외, 법인세 실효세율=법인세 부담세액/법인세 과세표준)
(※출처=조세재정연구원)
이에 따라 오류를 바로잡은 보고서 수정본에서 국가 간 비교가 가능한 가장 최근 통계인 2019년 데이터를 기준으로 삼고, 동등한 조건이 되도록 국세만 반영한 실효세율을 비교해봤다.
다만 해외 8개국 중 독일과 캐나다의 데이터는 제외했다. 독일은 지방 법인세율이 국세인 법인세율을 앞지를 만큼 지방 법인세의 비중이 크고, 캐나다는 국세와 지방세를 합친 세율만 공개해 국세 법인세율을 따로 뽑아낼 수 없기 때문이다.
그 결과 한국 외에 미국과 영국, 프랑스, 호주, 일본 등 총 6개국 중에서 한국 법인들의 실효세율은 17.5%로, 호주(29.3%), 프랑스(25.6%), 영국(19.8%)에 이어 네 번째였다. 우리보다 실효세율이 낮은 나라는 일본(17.3%)과 미국(14.8%)뿐이었다.
대만의 통계까지 활용할 수 있는 2018년을 대상으로 해도 한국(19.1%)은 호주(29.2%), 프랑스(23.6%), 영국·대만(19.3%) 다음인 다섯 번째였다. 역시 일본(17.7%)과 미국(12.5%)만 우리보다 실효세율이 낮았다.
추가로 조세재정연구원이 자료를 확보한 경우만을 상대로 해서 국세·지방세를 모두 포함한 법인세 부담을 따져보면 순위가 조금 달라진다.
이는 기업의 실질 조세 부담을 더 잘 보여주는 것이지만, 미국의 경우 주(州)마다 지방 법인세가 제각각이어서 수치를 특정하기 어렵고, 프랑스는 관련 수치가 확인되지 않았다. 영국과 호주, 대만은 지방 법인세가 없다.
이렇게 따질 경우 2019년 기준 한국의 법인세 실효세율은 지방세를 합쳐 19.7%로 올라가면서 비교 대상 5개국 중 호주(29.3%)와 캐나다(25.2%), 영국(19.8%)에 이어 네 번째가 된다. 일본(19.3%)만 우리보다 적었다.
대만의 자료까지 파악된 2018년을 보면 한국의 실효세율은 21.4%로, 6개국 가운데 호주(29.2%), 캐나다(25.8%)에 이어 3위다. 영국·대만(19.3%)과 일본(18.7%)은 우리보다 낮았다.
이를 종합해보면 한국은 대체로 중간보다 조금 아래쪽에 들어가는 셈이다.
이런 결과는 OECD 회원국 전체를 대상으로 한 비교보다 모집단 규모가 작고, 대만은 OECD 회원국이 아니란 점에서 한계를 띤다. 그러나 대부분 우리보다 경제 규모가 크거나 비슷한 나라라는 면에서 경쟁국과 견준 우리 기업들의 상대적인 조세 부담을 가늠해보는 지표로는 삼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또 최고세율과 실효세율 간 차이를 보면 영국, 호주, 대만은 그 차이가 미미한 반면 우리나라, 미국, 일본은 격차가 큰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우리나라와 미국, 일본이 상당한 폭의 조세감면 제도를 활용해 기업의 실제 세 부담을 줄였기 때문으로 해석된다.
meteor3021@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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