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남수의 視線] 누가 민주주의를 파괴하는가

천남수 2022. 12. 17. 0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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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 혁명시대는 우리 삶의 많은 변화를 불러왔다.

실로 엄청난 '디지털의 힘'의 시대에 우리는 살고 있다.

그러나 고도화된 디지털 문명은 인간의 삶, 자유로운 생활을 위협하는 수단이 되기도 한다.

디지털 시대 압수수색은 집에 있는 돈다발이나 증빙 자료를 찾는데 그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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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검찰이 본격적인 수사에 나섰다. 검찰 관계자에 따르면…” 매번 반복되는 전임 정부에 대한 수사는 언제나 불공정 시비를 불러오고 있다.

#장면1. “검찰이 전임 정부 주요 인사들의 직권남용과 직무유기 혐의에 대해 본격적인 수사에 나섰다. 시민단체가 검찰은 표적수사를 통해 인권을 침해하고 국가기강을 문란케 했다며 고발한 사건을 중앙지검에 배당해 수사에 착수했다. 검찰은 이들이 지난 대선과정에서 강력한 라이벌이었던 모 인사를 표적수사를 했다는 정황을 파악하고 적법한 절차를 통한 수사를 진행했는지 들여다 볼 예정이다.”

#장면2. “검찰이 전임 정부 주요 인사의 자택을 전격적으로 압수수색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해당 인사는 특정인의 정치활동을 막기 위해 무리하게 검찰권을 동원한 것으로 보고 증거확보를 위해 압수수색을 단행했다고 밝혔다. 검찰 관계자에 따르면 압수수색을 통해 확보한 증거물을 분석한 뒤 조만간 전임 정부 실세로 꼽히는 해당 인사를 소환조사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앞의 두 장면은 지금의 얘기가 아니다. 5년 후의 일을 추측해 본 것이다. 반복되는 정치보복 논란! 그러나 주도하는 쪽에서는 잘못된 것을 바로잡은 것이라고 하고, 적폐청산 혹은 법치 세우기라고 하지만, 정권이 바뀔 때마다 반복해서 벌어지는 일이다. 정권이 바뀐다는 것은 국민의 선택을 통해서만 가능하다. 국민은 기존의 국정 방향이나 정책기조에 대해 반대하고, 새로운 변화를 요구한 것이다. 이는 국민의 준엄한 명령으로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는 헌법정신에 부합하는 일이다.

국민의 선택으로 국정을 맡게 된 후임 정부는 국민의 명령을 충실히 따를 의무가 있다. 새로운 국가비전을 제시하고, 이를 위한 구체적 정책을 구현해야 한다. 그리고 잘못된 것을 바로잡아야 한다. 그런데 그것이 전임 정부에 국한되어서는 안 된다. 물론 적폐를 청산하겠다는데 이의를 제기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헌법정신과 법치를 세우는 것에 반대하지 않는다. 그런데 전임 정부와의 갈등과 배척이 중심이 된다면 문제다. 매번 닮은꼴을 접하게 되면서 일부 국민들은 자신도 모르는 다른 생각을 가진 사람을 향한 거친 공격을 하기도 한다. 반면 이를 조정해야 할 정치권은 정략에 따라 갈등을 부추키고 있다. 정상이 아니다.

그러는 사이 검찰이 정치의 주역으로 등장했다. 검찰 수사의 향방이 정국에 결정적 영향을 미칠 정도다. 수사 성과를 위해 다양한 수사기법이 활용되지만, 악습 또한 적지 않다. 그중에서도 피의사실이 언론을 통해 공공연하게 흘러나오고 있다. 그것도 아주 자극적으로. 물론 언론 입장에서는 반길 일이긴 하다. 국민의 관심을 끌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디지털 시대는 주목도 높은 기사가 경제적 이익과도 직결된다. 국민적 여론을 등에 업은 검찰의 수사는 힘을 가질 수밖에 없다. 이런 패턴이 이제는 검찰의 메뉴얼처럼 굳어 버렸다. 정상이 아니다.

정상이 아니라는 것은 민주주의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다는 뜻이다. 정상이 아니라는 것은 민주주의가 위기에 봉착했음을 의미한다. 동시에 민주주의 위기는 민주적 절차나 과정이 정당했다고 해서 사라지지 않는다. 실제로 독재는 법이라는 절차를 통해 등장하곤 했다. 과거 독재는 폭력적인 방법을 사용했지만, 지금의 독재는 법의 가치를 앞에 내세운다. 그 법을 현실적으로 적용하는 힘을 가진 이들이 민주주의의 위기를 불러왔다고 해도 지나치지 않다.
 

▲ 디지털 혁명시대는 개인의 삶이 낱낱이 공개되는 위험을 내포하고 있다. 민주주의의 위기는 디지털에 대한 현실적 힘에서 비롯될 수도 있다.

디지털 혁명시대는 우리 삶의 많은 변화를 불러왔다. 실로 엄청난 ‘디지털의 힘’의 시대에 우리는 살고 있다. 그러나 고도화된 디지털 문명은 인간의 삶, 자유로운 생활을 위협하는 수단이 되기도 한다. 개인 휴대폰을 포렌식하면, 그의 일상이 낱낱이 드러나고, 은행계좌를 털면 그의 경제적 상황이 모두 손바닥 안에 있다. 자신의 모습을 찍고 있는 영상이 하루에 몇 개가 되는지는 그 숫자를 헤아리는 것 조차 불가능한 세상이 됐다.

디지털 시대 압수수색은 집에 있는 돈다발이나 증빙 자료를 찾는데 그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오히려 디지털에 대한 총체적인 압수와 수색이라고 할 수 있다. 개인의 삶이 그대로 노출되는 것은 인권유린의 또다른 모습이다. 디지털의 힘을 활용할 수 있는 공권력이 막강한 권력을 행사할 수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그 힘을 특정 세력이 독점하게 되면, 반드시 민주주의도 위기를 맞는다. 과거 정부에 대한 단죄가 반복되는 나라에서는 더욱 민주주의가 위험에 빠지기 쉽다. 그렇다면 누가 민주주의를 파괴하고 있는가.

천남수 강원사회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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