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RA 피해 막자” 극한 대치 속에도 여야 협치 있었다

김나윤 2022. 12. 17. 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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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익 앞에서 하나 된 산자위 여야 의원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 소속 여야 의원들이 지난 7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 연방의회 의사당에서 수잔 델베네 하원의원을 면담하고 있다. 왼쪽부터 안덕근 통상교섭본부장, 윤관석 산자중기위원장, 델베네 의원, 김한정 더불어민주당 의원, 최형두 국민의힘 의원. [사진 윤관석 의원실]
미국 재무부가 연말까지 인플레이션 감축법(IRA)과 관련한 하위 규정을 마련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가운데 우리 정부는 북미 시장에서 한국산 전기차의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막판 총력전을 기울이고 있다. 외교부와 산업통상자원부 등 관련 부처도 미 국무부와 재무부 담당자들과 잇따라 접촉하며 법안 수정 협상에 집중하고 있다. 그런 가운데 정치권에서도 여야 의원들이 미 의회를 함께 방문해 의원들 설득 작업에 나서 주목을 모으고 있다. 특히 새해 예산안 등을 둘러싸고 ‘강 대 강’ 대치가 심화되고 있는 가운데서도 여야 의원들이 당적을 떠나 국익을 위해 힘을 모았다는 점에서 여야 협치의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줬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소속 여야 의원 세 명은 지난 4일 3박 5일 일정으로 방미길에 올랐다. 더불어민주당 소속인 윤관석 위원장과 김한정 의원, 국민의힘 소속인 최형두 의원 등이 방미 협상에 나서는 정부 대표단과 동행해 미 의회 설득에 힘을 보태기로 의기투합한 것이다.

여야 공동 방미단을 꾸리게 된 데 대해 윤 위원장은 “지난 8월 IRA가 공개된 직후부터 국회 산자위 내에서는 여야 의원 구분할 것 없이 미 의회와 직접 교류해 법안 개정의 필요성을 적극 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꾸준히 제기돼 왔다”며 “당장 내년부터 우리 기업들이 피해를 보게 된 마당에 국회가 마냥 손을 놓고만 있을 수는 없다는 데 의견이 일치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막대한 국익이 걸린 통상 문제에 여야가 무슨 상관이고 정쟁이 왜 필요하겠느냐. 미력하나마 하루라도 빨리 힘을 보태야 한다는 데 이견이 없었다”고 전했다.

최 의원도 “미국 현지 상황을 제대로 모른 채 우리 정부에게만 호통치는 게 능사가 아닌 만큼 미 의회를 찾아 직접 협의할 필요가 있다는 데 여야 모두 공감해 왔다”며 “이번 방미를 통해 한·미 양국이 의회 대 의회 차원에서 IRA를 논의하는 계기를 마련했다는 점에서 나름 성과가 있었다고 본다”고 말했다.

여야 의원들은 내년도 예산안 처리 등 정기국회가 마무리되지 않은 상황에서 시간을 쪼개 미 의회를 방문한 만큼 빡빡한 일정 속에 강행군을 이어가야 했다. 지난 9일 정기국회 폐회일 당일엔 여의도 국회의사당에 있어야 한다는 생각에 귀국일도 8일로 잡았다. 그런 와중에도 빌 해거티 상원의원 등 미 상·하원의원 7명과 잇따라 면담을 했다. 라파엘 워녹 조지아주 상원의원(민주당) 등 현대차가 전기차 공장 설립을 계획한 지역 의원들도 집중 접촉하며 한국의 입장과 요구 사항 등을 자세히 전했다.

윤 위원장은 “의원들을 만나 보니 상·하원의원들 상당수도 GM 등 미국 자동차 업체들조차 단시간 내 IRA의 기준을 맞추기 어렵다는 데 충분히 공감하고 있다고 하더라”며 “한국뿐 아니라 유럽연합(EU) 차원에서도 불만의 목소리가 계속 나오는 상황을 결코 가볍게 보지 않는 모습이었다”고 현장 분위기를 전했다.

최 의원은 “미 의원들도 미국 정치권만큼 첨예하게 대립하는 한국의 정치 상황에서 여야 의원들이 오롯이 국익을 위해 먼 나라까지 건너와 협치를 하는 모습 자체가 중요한 메시지가 됐다고 하더라”며 “방미 기간 의원들뿐 아니라 조지아주 현지 유권자들도 접촉하는 등 짧은 시간에 최대한의 노력을 기울이고자 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미 의회가 연말에 회기가 종료되는 레임덕 시기에 있고 백악관도 장기적 해법을 찾겠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어 이른 시일 내에 가시적인 성과를 도출해 내기는 결코 쉽지 않은 상황이다. 윤 위원장도 “미 의회 활동 기간이 2주 정도밖에 남지 않은 상황에서 사실상 연내 IRA 개정은 쉽지 않은 게 현실”이라고 진단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한국 기업이 당장 내년부터 입을 피해를 최소화하는 데 주력해야 한다는 현실론도 제기된다. 최 의원은 “법 개정이 어렵다면 우회로를 빨리 찾아 협상에 나서야 한다”며 “렌터카처럼 IRA 규정이 느슨하게 적용되는 상업용 전기차에 대한 세액공제 범위를 확대해 달라는 요구에 대해 정부와 국회가 투트랙으로 접근하는 등 전략적 방법을 강구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여야 의원들은 미국의 보호무역주의가 갈수록 강화되는 분위기 속에서 통상 문제 해결을 정부의 노력에만 맡겨둬서는 안 된다고 입을 모았다. 최 의원은 “한·미 양국은 오랫동안 굳건한 동맹 관계를 유지해 왔고 자유무역협정(FTA) 체결 등을 통해 대미 투자도 지속적으로 증가해 왔다”며 “이런 신뢰 관계를 바탕으로 정부뿐 아니라 우리 입법부까지 나서 미 의회를 설득한다면 훨씬 큰 효과를 기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윤 위원장은 “내년에 미 의회가 새롭게 구성된다는 게 우리 입장에선 또 다른 기회가 될 수 있다”며 “미 의회가 개회하면 기회가 닿는 대로 여야 의원들이 다시 함께 미 의회를 방문해 한국의 입장을 적극 설명하고 의원들을 설득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김나윤 기자 kim.nayo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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