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RA 피해 막자” 극한 대치 속에도 여야 협치 있었다
국익 앞에서 하나 된 산자위 여야 의원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소속 여야 의원 세 명은 지난 4일 3박 5일 일정으로 방미길에 올랐다. 더불어민주당 소속인 윤관석 위원장과 김한정 의원, 국민의힘 소속인 최형두 의원 등이 방미 협상에 나서는 정부 대표단과 동행해 미 의회 설득에 힘을 보태기로 의기투합한 것이다.
여야 공동 방미단을 꾸리게 된 데 대해 윤 위원장은 “지난 8월 IRA가 공개된 직후부터 국회 산자위 내에서는 여야 의원 구분할 것 없이 미 의회와 직접 교류해 법안 개정의 필요성을 적극 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꾸준히 제기돼 왔다”며 “당장 내년부터 우리 기업들이 피해를 보게 된 마당에 국회가 마냥 손을 놓고만 있을 수는 없다는 데 의견이 일치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막대한 국익이 걸린 통상 문제에 여야가 무슨 상관이고 정쟁이 왜 필요하겠느냐. 미력하나마 하루라도 빨리 힘을 보태야 한다는 데 이견이 없었다”고 전했다.
최 의원도 “미국 현지 상황을 제대로 모른 채 우리 정부에게만 호통치는 게 능사가 아닌 만큼 미 의회를 찾아 직접 협의할 필요가 있다는 데 여야 모두 공감해 왔다”며 “이번 방미를 통해 한·미 양국이 의회 대 의회 차원에서 IRA를 논의하는 계기를 마련했다는 점에서 나름 성과가 있었다고 본다”고 말했다.
여야 의원들은 내년도 예산안 처리 등 정기국회가 마무리되지 않은 상황에서 시간을 쪼개 미 의회를 방문한 만큼 빡빡한 일정 속에 강행군을 이어가야 했다. 지난 9일 정기국회 폐회일 당일엔 여의도 국회의사당에 있어야 한다는 생각에 귀국일도 8일로 잡았다. 그런 와중에도 빌 해거티 상원의원 등 미 상·하원의원 7명과 잇따라 면담을 했다. 라파엘 워녹 조지아주 상원의원(민주당) 등 현대차가 전기차 공장 설립을 계획한 지역 의원들도 집중 접촉하며 한국의 입장과 요구 사항 등을 자세히 전했다.
윤 위원장은 “의원들을 만나 보니 상·하원의원들 상당수도 GM 등 미국 자동차 업체들조차 단시간 내 IRA의 기준을 맞추기 어렵다는 데 충분히 공감하고 있다고 하더라”며 “한국뿐 아니라 유럽연합(EU) 차원에서도 불만의 목소리가 계속 나오는 상황을 결코 가볍게 보지 않는 모습이었다”고 현장 분위기를 전했다.
최 의원은 “미 의원들도 미국 정치권만큼 첨예하게 대립하는 한국의 정치 상황에서 여야 의원들이 오롯이 국익을 위해 먼 나라까지 건너와 협치를 하는 모습 자체가 중요한 메시지가 됐다고 하더라”며 “방미 기간 의원들뿐 아니라 조지아주 현지 유권자들도 접촉하는 등 짧은 시간에 최대한의 노력을 기울이고자 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미 의회가 연말에 회기가 종료되는 레임덕 시기에 있고 백악관도 장기적 해법을 찾겠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어 이른 시일 내에 가시적인 성과를 도출해 내기는 결코 쉽지 않은 상황이다. 윤 위원장도 “미 의회 활동 기간이 2주 정도밖에 남지 않은 상황에서 사실상 연내 IRA 개정은 쉽지 않은 게 현실”이라고 진단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한국 기업이 당장 내년부터 입을 피해를 최소화하는 데 주력해야 한다는 현실론도 제기된다. 최 의원은 “법 개정이 어렵다면 우회로를 빨리 찾아 협상에 나서야 한다”며 “렌터카처럼 IRA 규정이 느슨하게 적용되는 상업용 전기차에 대한 세액공제 범위를 확대해 달라는 요구에 대해 정부와 국회가 투트랙으로 접근하는 등 전략적 방법을 강구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여야 의원들은 미국의 보호무역주의가 갈수록 강화되는 분위기 속에서 통상 문제 해결을 정부의 노력에만 맡겨둬서는 안 된다고 입을 모았다. 최 의원은 “한·미 양국은 오랫동안 굳건한 동맹 관계를 유지해 왔고 자유무역협정(FTA) 체결 등을 통해 대미 투자도 지속적으로 증가해 왔다”며 “이런 신뢰 관계를 바탕으로 정부뿐 아니라 우리 입법부까지 나서 미 의회를 설득한다면 훨씬 큰 효과를 기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윤 위원장은 “내년에 미 의회가 새롭게 구성된다는 게 우리 입장에선 또 다른 기회가 될 수 있다”며 “미 의회가 개회하면 기회가 닿는 대로 여야 의원들이 다시 함께 미 의회를 방문해 한국의 입장을 적극 설명하고 의원들을 설득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김나윤 기자 kim.nayo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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