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추위 녹인 이태원 추모 열기…"지금도 국가는 없다"
참사 49일째 유가족·시민단체 주최 추모제
국가 책임 규탄 및 책임자 엄정 수사 촉구
오는 30일 2차 추모제…"함께 해달라"
[더팩트ㅣ주현웅·김이현 기자] 이태원 참사 발생 49일째 되는 날 이태원역 1번 출구 앞은 촛불과 눈물로 수놓아졌다. 시민들은 영하 6도의 강추위도 잊은 듯 양손으로 '우리를 기억해주세요' 글귀가 새겨진 팻말을 들고 유족들 곁을 지켰다.
이태원 참사 유가족협의회가 주최한 희생자 49일 시민추모제가 16일 오후 6시 서울 6호선 이태원역 1번 출구 앞에서 열렸다. 행사 시작부터 주최 측 추산 약 4000명의 시민이 모이는 등 추모 물결이 높게 일었다.
희생자의 가족과 친인척 포함 300여 명의 유족이 참석했다. 개신교·불교·천주교 등 각 종교의식에 따른 추모사와 추모 공연 및 호소문 낭독 등의 순서로 진행됐다.
이종철 유가족협의회 대표는 "시간이 지나면 조금씩 나아질 줄 알았는데 오히려 그리움과 고통이 더욱 커가고 있다"며 "우리의 자식들이 왜, 어떻게, 싸늘한 주검으로 돌아왔는지 정부는 아직도 말해주고 있지 않다"고 토로했다.
희생자 이지한 씨의 어머니 조미은 씨는 "대한민국 용산 이태원에서 그때도 국가는 없었고, 지금도 국가는 없다"며 "전 세계인들이 대한민국에서 일어난 이 참사에 관심을 가지고 이 참사를 영원히 잊지 말아달라"고 호소했다.
참사 당일 최초 112신고 시간인 오후 6시34분이 되자 현장이 숙연해졌다. 신고 통화음성이 울려 퍼졌기 때문이다. 신고자는 다급한 목소리로 경찰의 '인파 통제'를 요청했다.
"사람들이 (골목에서) 내려오고 하는데 너무 위험해요. 계속 밀려오니까 압사당할 거 같아요. 겨우 빠져나왔는데, 인파 너무 많은데 통제 좀 해줘야 할 거 같아요. 너무 소름끼쳐요. 지금 아무도 통제 안 해요."
유가족들은 한숨을 내쉬었다. 이어 추모제 무대에 설치된 대형스크린에서 희생자의 사진, 편지 내용과 함께 이름이 불려지자 눈물을 흘렸다. 유가족들이 서로를 위로하기도 했다.
시민들은 아직도 참사가 믿기지 않는다고 했다. 임예은(24) 씨는 "사고 당일 이태원을 갈까 말까 하다가 그냥 친구 집에서 보냈는데, 다음날 뉴스를 보고 소름돋았다"며 "나름대로 익숙한 동네인데, 아직도 안 믿긴다. 마음이 아파서 추모제에 왔다"고 말했다.
50대 권현숙 씨는 '추모제 참석 계기'를 묻자 눈물을 쏟아냈다. 그는 "계기는 잘 모르겠다. 꼭 와야만 할 것 같아서 왔다"며 "이태원은 자주 들렀던 곳이고 핼러윈 때도 온 적이 있는데 아직도 참사 발생이 믿기질 않는다"고 했다.
서울 금천구에서 왔다는 김진룡(68) 씨는 아들, 딸을 잃은 듯 슬퍼했다. 김 씨는 "자식을 잃었는데 가만히 앉아 있는 어른이 세상에 어디 있겠나"라며 "유족 분들에게 '희망을 잃지 말라'는 말을 꼭 해주고 싶다"고 전했다.
추모제 현장에서 처음 만나 함께 움직이고 있다는 40대 김모 씨와 정모 씨는 경기도와 인천에서 차를 타고 2시간여를 달려왔다. 정 씨는 "참사 책임을 놓고 수사가 진행 중이지만 속도는 더디고 범위는 너무 좁다"며 "답답한 현실 속에서 유족 곁을 지켜드리려 오게 됐다"고 말했다.
김 씨는 특히 "이번 참사는 인파 운집 등 예견된 측면이 많았다는 점에서 세월호보다 더한 비극"이라며 "사고 예방과 대응 및 후속조치 등 전반에 걸쳐 책임 있는 자들이 꼭 벌 받았으면 좋겠다"고 했다.
이날 서울교통공사는 기존 이태원역 근무 인원 4명 외에 34명을 역사 곳곳에 추가로 배치했다. 교통공사 관계자는 "아직까지 지하철 무정차 계획은 없다"고 설명했다.
시민들은 "정부는 시민의 안전을 지킬 의무가 있다"는 구호를 반복해 외쳤다. 추모제는 오는 30일 같은 시각 같은 장소에서 다시 열린다.
주최 측 관계자는 "오늘 추운 날씨를 무릅쓰고 나섰던 우리의 뜨거운 추모의 열기를 기억하며 2차 시민추모제도 함께 해주시길 간곡히 호소드린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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