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 기지 타격 가능' 日 안보문서 개정…세계 3위 군사대국 노린다(종합2보)
"무력으로 평화 만들 수 없어" 반발 목소리도
(서울=뉴스1) 강민경 기자 = 일본 정부가 중국을 염두에 두고 적의 본토를 직접 타격할 수 있는 '반격 능력' 보유를 결정하는 등 안보 정책의 방향을 크게 수정했다.
NHK방송에 따르면 일본 정부는 16일 저녁 임시 각의에서 외교·방위의 기본 방침인 '국가안전보장전략' 등 3대 안보 문서의 개정을 결정했다. 적 기지를 타격할 수 있는 반격 능력의 보유를 인정하고, 방위비를 5년 내로 국내총생산(GDP)의 2% 수준으로 끌어올린다는 내용이 골자다.
일본 정부가 5~10년마다 개정하는 3대 안보 문서는 △외교 방위 기본 방침인 '국가안전보장전략' △방위 목표와 수단을 보여주는 '국가방위전략' △방위비 총액과 장비품 정비 규모를 정하는 '방위력정비계획'으로 구성돼 있다. 모두 대체로 향후 10년간의 계획을 담고 있다.
세 문서는 일본의 중장기 군사 전략과 무기 보유 계획, 예상 재원 등을 핵심 내용으로 한다. 이 중 두 문서는 명칭을 바꿨다. 국가방위전략은 방위계획대강의 새 이름이고, 방위비정비계획은 중기방위력정비계획에서 '중기'를 뗐다.
특히 국가안전보장전략과 국가방위전략에는 적국의 미사일 발사 기지 등을 타격할 수 있는 '반격 능력'의 보유가 명시됐다. 이는 사실상 선제 공격 가능성을 열어둔 것으로, 패전 이후 '전쟁을 하지 않는 나라'였던 일본의 안보 정책에 큰 전환점이다.
◇반격능력은 무엇인가…전수방위 위반 논란
반격 능력(counterattack capability)은 상대의 미사일 발사 지점을 타격하는 능력을 뜻한다.
이번에 개정되는 국가방위전략은 '일본에 대한 무력공격이 발생해 그 수단으로 탄도미사일 등에 의한 공격이 행해진 경우, 무력행사 3요건에 따라 그러한 공격을 막는 데 부득이한 최소한의 자위조치로서 상대방의 영역에서 우리나라가 유효한 반격을 가할 수 있도록 하는 스탠드오프 방위능력 등을 활용한 자위대의 능력'이라고 정의한다.
반격 능력은 그전에는 '적 기지 공격 능력'으로 불렸는데,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일본의 국방전략의 기본 입장인 전수방위 원칙 위반이란 논란이 뒤따랐다.
전수방위(Exclusively Defense-Oriented Policy)는 △상대방으로부터 무력공격을 받았을 때 비로소 방위력을 행사하고, △그 방식도 자위를 위한 필요 최소한에 그치고 △또 보유하는 방위력도 자위를 위한 필요 최소한의 것에 한해야 한다는 것을 대원칙으로 하고 있다.
앞서 1956년 하토야마 이치로 당시 총리가 적 기지 공격 능력 보유가 자위 범위에 포함돼 있어 헌법에 위배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하지만 일본의 역대 정부는 정책 판단 차원에서 이를 위한 장비와 수단을 갖추지 못했다. 타국이 재무장화에 대한 의구심을 갖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였다.
기시다 후미오 총리는 지난 4월, '적 기지 공격 능력' 보유를 둘러싸고 논란이 발생하자 명칭을 바꾸면서 전수방위 원칙은 변함이 없다고 밝혔다. 그럼에도 여전히 반격능력을 둘러싸고 대상이 모호하며, 전수방위 원칙을 위배하는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이런 지적에도 불구하고 반격 능력을 명시한 건 중국과 북한, 러시아를 염두한 움직임이다. 주변국에 대한 표현도 달라졌다. 2013년에 쓰인 국가안전보장전략에는 북한과 중국 순으로 기술됐지만 이번 문서에서는 중국이 북한과 러시아에 앞서 가장 먼저 등장한다. 이전 문서에서 중국은 "국제사회의 우려"라고 표현됐지만, 이번 문서에서는 "일본과 국제 사회의 심각한 염려 사항" "지금까지 없었던 최대의 전략적 도전"이라고 명시했다.
북한에 관해서는 '종전보다 중대하고 임박한 위협'이라고 쓰였다.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에 대한 기술에서는 "모든 분야에서 협력"이라는 표현이 없어지고, "중국과의 전략적인 연계와 맞물려 안보상의 강한 우려"라는 표현이 들어갔다.
◇방위비 5년 안에 2배 인상…반격 능력 위해 장사정미사일 구매
방위비는 2027년까지 GDP의 2% 수준으로 올리기로 했다. 현재의 2배다. 일본이 5년 뒤 방위비를 10조~11조엔(약 105조원) 수준으로 인상한다면 미국과 중국에 이어 세계에서 3번째로 방위비를 많이 지출하는 나라가 된다.
일본 정부는 방위비 증액을 위해 증세 방침도 마련하고 있다. 자민당은 16일 방위력의 근본적인 강화를 위한 재원으로 5년 후인 2027년에 1조엔(약 9조5000억원) 가량을 확보한다는 내용의 세제 개정 대강령을 양해했다. 2024년 이후부터 법인세를 인상하고, 소득세·담뱃세도 일부 올리는 안이 합의된 것이다.
이렇게 확보한 방위비는 '반격 능력'의 보유를 위한 장거리미사일 마련에 쓰인다. TBS방송은 일본 정부가 미제 순항미사일 토마호크를 구입하는 비용으로 2100억엔(약 2조원) 정도를 투입하려 한다고 전했다.
또 육상자위대의 '12식 지대함 유도탄 개량형' 개발비로 약 330억엔(약 3100억원), 양산 비용으로 약 800억엔(7600억엔)이 소요될 전망이다.
이 밖에 일본은 전투에서의 인적 피해를 축소한다는 명목으로 무인기 도입을 다양화하기로 했다. 정찰용 무인기뿐 아니라 무인 차량과 수중 무인기 등을 조달하는 예산도 책정된다.
◇"무력으로 평화 만들 수 없어" 반발 목소리도
하지만 일본 정부의 이런 계획에는 여론의 반발도 적지 않다. 이날 총리 관저 앞에서는 시민 단체들이 피켓을 들고 3개 안보 문서의 개정에 반대한다며 목소리를 높엤다. 참가자들은 "무력으로 평화를 만들 수 없다"고 호소했다.
시위에 참여한 60대 여성은 NHK 인터뷰에서 "나는 전후 세대지만, 전쟁을 체험한 이들로부터 당시 이야기를 듣고 같은 실수를 반복해선 안 된다는 생각을 계속 갖고 있었다"며 "전쟁을 일으킬지도 모르는 판단이 마음대로 결정되려 한다는 것에 분노를 느낀다"고 말했다.
마찬가지로 시위에 나선 60대 남성은 충분한 논의 없이 각의에서 안보 문서 개정을 결정하는 것은 이상하다면서 "국민의 목숨을 앗아갈 수도 있는, 받아들일 수 없는 판단"이라고 지적했다.
야당에서도 볼멘소리가 나온다. 이즈미 겐타 입헌민주당 대표는 기자회견에서 "전후 일본의 안보 방침이 크게 전환되는 것을 결정하는 데 국민이나 국회에 설명도 없고 토론도 없었다"며 "견제와 감시가 작동하지 않은 채 방침이 결정되는 건 매우 유감"이라고 말했다.
◇기시다, 연초 미국 가서 상호 방위협력지침 개정 논의…반격 능력 공동 운용한다
이런 가운데 기시다 총리는 내년 1월 미국과 정상회담을 실시한다. 일본 교도통신은 그가 조 바이든 대통령과 상호 방위협력지침 개정을 논의한다고 전했다.
미 국방부는 일본 정부의 '반격 능력' 확보 결정에 대해 역내 안보에 긍정적인 영향을 끼칠 수 있다며 지지를 표명한 상태다.
보도에 따르면 일본은 자위대와 미군의 역할 분담을 규정하는 '미일 방위협력지침' 개정을 제기하는 방향으로 미국과 조정에 들어갔다.
미일 방위협력지침 개정안에는 일본이 공격받을 경우에 대비하여 양국이 일본의 '반격 능력'을 공동 운용하는 방안이 포함됐다고 교도통신은 전했다.
소식통은 미일 정상이 회담 후 외교 및 국방 장관들에게 방위협력지침 재검토를 위한 구체적인 작업을 지시할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real@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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