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이라 생각하지 못한 노동…6070여성들의 ‘진짜 일’ 이야기[책과 삶]

임지선 기자 2022. 12. 16. 20: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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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명함이 없지 일을 안 했냐
경향신문 젠더기획팀 지음
휴머니스트 | 296쪽 | 1만8000원

세상은 ‘일’이라고 정의하지 않았다. 집안일과 바깥일을 오가며 평생 일했지만 스스로도 ‘노동’이라고 생각하지 못했다. 그들의 영혼까지 갈아넣은 노동으로 가정과 사회가 이어져왔는데도 말이다. 경향신문 젠더기획팀이 쓴 <우리가 명함이 없지 일을 안 했냐>는 일하는 자부심으로 당당하게 살아온 6070 여성들의 삶을 일의 관점으로 바라본 인터뷰집이다.

책은 크게 다섯 갈래로 나눠 ‘큰언니’들의 일 이야기를 풀어간다. 오빠 학비를 대느라 어렸을 때부터 공장 일을 한 윤순자씨(68)와 어머니로부터 “일하는 여자가 되라”는 말을 듣고 자랐으나 정규직 공기업을 퇴사한 그의 셋째딸 혜원씨(36) 이야기, 국민학교를 가지 못하고 아홉 살 때부터 밥을 하고 아픈 남편을 수발하느라 세월을 다 보낸 전남 화순의 김춘자씨(74) 등.

이들에게 ‘요양보호사’ ‘가사노동자’ ‘농민’ ‘한식조리사’ 등의 ‘명함’을 만들어줬다. 김춘자씨는 답한다. “내가? 와따 진작 가르쳐주지. 내가 직업이 많은 줄은 몰랐는데. 나 월급쟁이여라. 당신 밥해주고 빨래해주고 말이 되는구나 참말로.”

‘큰언니’들의 진솔한 인생 이야기가 한 권의 현대사라면, 인터뷰에 이어지는 ‘인사이트’ 코너는 우리네 어머니, 할머니의 생애사가 사회학이 되는 순간이다. 남존여비 시대의 1954년생 여성이 해온 일과 페미니즘 시대를 살고 있는 1986년생 여성의 노동도 들여다본다. 물리적 성차별은 사라지지 않았느냐고 묻는 이들에게 이 책은 엄마와 딸의 일을 비교하며 답한다. “차별은 사라진 것이 아니라 설명하기 어려워졌을 뿐이다.”

올해 1~3월 경향신문에서 보도된 기획기사를 바탕으로 엮은 책이다. 인터뷰와 사진을 늘려 단행본으로 정식 출간했다.

임지선 기자 visio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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