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투자 13년만에 921% 경이로운 수익률의 비결은 [Books]

김슬기 기자(sblake@mk.co.kr) 2022. 12. 16. 20:33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투자조합의 두 펀드매니저가
13년간 투자자에게 보낸 서한
코스트코·아마존을 발굴해낸
투자 리서치 과정 담겨 있어
상위종목 집중·장기 투자라는
변치 않는 투자의 본질 알려줘
[사진 = 언스플래쉬]
베일에 싸인 전설의 투자자가 있다. 영국의 펀드 매니저였던 콰이스 자카리아는 고객은 안중에도 없이 벼락부자의 욕망에 사로잡힌 도박판이 된 월가의 문법에 환멸을 느꼈다. 닷컴 버블 이후 마라톤 애셋 매니지먼트 동료인 닉 슬립과 함께 노마드 투자조합을 결성한 이유다.

13년간 이들은 누적 921%의 경이로운 수익률을 올렸다. 2014년 펀드를 해산하기 전까지 2001년부터 2013년까지 이들이 투자자들에게 1년에 두차례씩 보낸 서한이 한 권의 책으로 묶어져 나왔다. 비공개 문서로 투자업계에서 전설처럼 알음알음 전해지던 이 서한을 저자들의 허락을 받아 500쪽 넘는 분량을 직접 번역한 두 팬의 노고로 이 책은 탄생했다.

워런 버핏의 주주 서한이 비견할 만한 이 서한들은 기업의 자본 배분과 비즈니스 모델, 경제적 해자, 투자 심리까지 변하지 않는 투자의 본질을 명쾌하게 알려준다.

조합의 첫 투자 대상은 16개 산업, 18개 기업. 집중 투자된 섹터는 TV와 신문, 출판 등 미디어 산업, 다음은 호텔과 리조트, 모바일과 통신 섹터였다. 이들은 진정한 기업가치의 절반 가격에 불과한 ‘싼 회사’를 선택의 최우선으로 두면서도 동시에 소유주 중심의 경영진이 운영하고, 장기적으로 주주의 부를 창출하는 자본 배분 전략을 실행하는지를 중요시했다. 세 조건을 모두 갖춘 회사는 드물었다. 비밀주의를 지켜온 이들이 공개하는 투자 리서치 과정은 탐정의 수사나 탐사 저널리즘과 비슷하다.

2001년 첫 서한에서 미국의 레이싱 경주로를 소유한 인터내셔널 스피드웨이에 포트폴리오의 3.7%를 투자한 이유를 가장 먼저 공개한다. 카레이싱이 대규모 관중을 동원하며 상업적으로 성공했고, 전국적 중계권 사업 확장이 이뤄졌다는 이유다. 3.2%의 비중을 투자한 마티촌은 태국 제2의 신문사였다. 탐사보도를 하는 이 언론사가 IMF 위기 이후 성장하고 있음에 주목했다.

2000년대 초반 이들의 주력 종목은 코스트코, 델, 아마존, 버크셔 해서웨이였다. 조합의 연간 수익률이 인덱스 지수를 가뿐하게 누르는 승승장구의 과정을 따라 시간여행을 떠날 수 있는 이 책에서 아무래도 가장 궁금한 대목은 아마존, 코스트코의 발굴일 것이다. 2002년 서한은 창고형 매장 산업을 샘스클럽과 독과점하고 있는 코스트코 투자 이유를 공개한다. 회원제를 통해 아주 단순하고 정직한 고객 제안을 하는 이들의 사업을 “소매 유통 버전의 무한 동력 기관”이자 “완벽한 성장주”라고 단언하며 284개 매장을 운영하던 이들이 미국에서만 1000개로 확대될 수 있다고 분석한다.

2006년 서한은 아마존을 둘러싼 논쟁에 대해 “좋은 투자와 좋은 기업적 의사결정은 동의어”라면서 아마존의 해자를 계속 확장하는 공격적인 투자 전략을 옹호한다. 조합의 비범한 면모는 아마존과 코스트코를 발굴한 안목보다도 14년간 인내심을 갖고 종목을 보유했다는 점에 있다. 이들은 말한다. “올바른 투자는 비인기 스포츠와 같다. 실적을 내려면 군중과 다른 행동을 해야 한다는 뜻이다. 군중에게는 없는 것이 바로 인내심이다”라고 꼬집는다. 중요한 건 ‘꺾이지 않고 버티는 마음’이라는 얘기다.

이들의 원칙은 기본적으로 상위 5개 종목에 비중의 50%를 싣는 집중투자, 그리고 장기투자다. 투자자들이 한 종목을 평균 20주 동안 보유하는 데 반해 자신들은 약 5년 동안 보유하고 있음을 대비시켜 보여준다. 무엇보다도 이들은 연수익률 21% 이상을 기록하며 자신들의 괴물 같은 성과로 “투자자가 속옷 갈아입듯이 보유 종목을 바꾸지 않고 자산을 깔고 앉아 있어도 돈을 벌 수 있다”는 장기 투자의 우위를 증명했다.

노마드 투자자 서한 닉 슬립·콰이스 자카리아 지음 태진·변영진 옮김, 더퀘스트 펴냄

Copyright © 매일경제 & mk.co.kr.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