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LF 명예회복' 손태승 회장…거취 표명 내년으로
차기 하마평에도 관심 '박화재·권광석·황록' 등 내부출신 거론
(서울=뉴스1) 국종환 기자 = 우리금융그룹 이사회가 손태승 회장의 연임 여부 등 거취에 대한 결정을 내년 1월로 미루기로 했다. 최근 파생결합펀드(DLF) 소송에서 최종 승소해 사법 리스크를 씻어내고 명예를 회복한 만큼, 숙고의 시간을 더 주기로 한 것이다.
손 회장은 DLF 소송에서 완승하면서 라임펀드 사태도 소송으로 대응할 명분이 생겼다. 그러나 금융당국의 소송에 대한 무언의 압력과 새 정부에서 현직 금융 CEO들이 잇따라 물러나는 분위기를 고려하면 연임 여부를 결정하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박상용 우리금융그룹 사외이사는 16일 서울 중구 우리금융 본사에서 열린 정기이사회 직후 "손태승 회장의 거취가 올해안에 결정되느냐"는 취재진 질의에 "내년 1월이 돼야 이야기가 나올 것 같다"고 밝혔다.
박 이사는 "사외이사들이 (손 회장의 연임 관련) 논의를 다같이 해본 적이 없다"며 "바로 결정할 이슈가 아니기 때문에 올해 연말까지 공식적으로 논의하지 않는다는 것에 공감대가 형성돼있다"고 말했다.
금융권에선 손 회장이 DLF 징계취소 소송에서 최종 승소한 만큼 이사회가 명예 회복과 숙고의 시간을 부여한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대법원은 전날 손 회장이 DLF 사태로 금융감독원으로부터 받은 중징계를 취소해달라는 소송에서 손 회장의 손을 들어줬다. 이로써 손 회장은 DLF 관련 사법 리스크를 벗었다. 또한 DLF 사례처럼 최근 금융당국이 문제 삼은 라임펀드 중징계 건에 대해서도 소송으로 대응할 명분이 생겼다.
그러나 앞서 금융당국은 라임펀드 사태와 관련한 손 회장측의 소송 가능성에 대해 "현명한 판단을 내릴 것으로 본다"며 사실상 소송에 부정적인 입장을 밝힌 상태다. 또한 최근 동일하게 사법 리스크를 벗은 조용병 신한금융 회장이나 손병환 NH농협금융 회장 등 금융지주 회장들이 잇따라 낙마하는 분위기를 고려하면 손 회장이 소송으로 정면 대응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란 관측들도 제기되고 있다.
그런 사이 우리금융 차기 회장 결정 시점이 가까워지면서, 손 회장 외에 다른 후보군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금융권에선 외부 낙하산 인사보다는 신한금융처럼 내부 인사들이 후보군으로 거론되고 있다. 정부 입장에서도 금융계 CEO 인사와 관련해 정치적 '외풍' 논란이 확산될 경우, 역풍을 맞을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금융 내부에선 박화재 우리금융지주 사업지원총괄 사장과 권광석 전 우리은행장, 황록 전 신용보증기금 이사장(전 우리파이낸셜 대표이사), 김양진 전 우리은행 수석부행장 등이 후보군으로 거론되고 있다.
박화재 사장(61)은 광주 출신으로 광주상고를 졸업했다. 진옥동 신한금융 회장 내정자와 마찬가지로 '상고 출신' 은행원에서 4대 금융지주 고위 임원에 오른 입지전적인 인물로 꼽힌다. 박 사장은 우리은행 주택금융사업단장과 서초영업본부장, 여신그룹 담당 부행장 등을 거친 그룹 내 대표적인 영업통이다. 올 초 신설 지주사의 사장에 오르면서, 그룹 업무를 일임받아 우리은행과 우리카드, 우리종금 등 계열사 시너지를 극대화하는데 집중해왔다.
권광석 전 행장(59)은 울산 출신으로 학성고와 건국대 산업공학과를 졸업했다. 연세대 경영대학원에서 MBA를 수료했다. 우리은행 워싱턴 지점 영업본부장, 무역센터금융센터장, 우리금융지주 홍보실장, 우리은행 대외협력단장 등을 지낸 글로벌·IB 분야 전문가다. 우리PE 대표, 새마을금고중앙회 신용공제 대표를 거쳐 2020년부터 올해 초까지 우리은행장을 역임했다.
황록 전 이사장(66)은 경북고등학교와 고려대 경영학과를 나왔다. 우리은행 글로벌사업단장, 경영기획본부 부행장, 우리금융지주 부사장, 우리금융경영연구소 대표이사, 우리파이낸셜 대표이사를 역임하고, 2016년~2018년 신용보증기금 이사장을 지냈다. 이후 한국금융연구원 비상임연구위원으로 활동하며 금융업계에서 다양한 분야에 전문성을 갖췄다는 평가를 받는다.
김양진 전 부행장(66)은 서울 휘문고 출신으로 서울대 농업교육학과를 졸업했다. 우리은행 업무지원본부 본부장, 미래전략본부 부사장, 시너지추진본부 본부장, 수석부행장, 우리금융 시너지추진본부 전무, 우리투자증권 자문역 등을 역임했다.
외부에선 관료 출신인 임종룡(63) 전 금융위원장 등의 이름이 오르고 있다. 전남 보성 출신인 임 전 위원장은 기획재정부 기획조정실 실장, 대통령실 경제금융비서관, 기획재정부 제1차관, 국무총리실 실장 등을 역임한 뒤 NH농협지주 회장을 거쳐 박근혜 정부에서 금융위원장을 지냈다.
금융권 관계자는 "우리금융 차기 회장 후보에 소위 금융권 올드보이 등 낙하산 인사가 지명될 경우 정치적 '외풍' 논란이 커지면서 역풍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어 정부도 신경쓸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jhkuk@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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